엣시는 디팝 인수를 통해 Z세대, 그리고 중고 거래 시장에 진출하려고 합니다. Z세대에게 중고는 단순히 싼 물건이 아닙니다. 나만의 룩을 완성하게 해주는 힙한 아이템이자, 환경에도 긍정적인 가치 소비죠. Z세대를 기반으로 중고 거래 시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레드업, 포쉬마크 등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도 빠르게 성장해 올해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Z세대가 중고 거래를 쿨하게 여기는 건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 때문입니다. 디팝과 베인앤컴퍼니가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의 70퍼센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참여만으로도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팝에서 중고 옷을 둘러보고, 구입하는 것 자체가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구입하고 버리게 만드는 패스트 패션은 Z세대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디팝은 기후 위기 대응에 진심입니다. 중고 거래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정성 역시 Z세대가 브랜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죠. 디팝은 2021년 말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이용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자세한 달성 방법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디팝에서의 거래로 발생하는 배송의 거리와 제품의 무게를 계산해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고, 그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겠다고 설명합니다.
Z세대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도 중고 거래가 인기를 얻는 이유입니다. 옷을 소장하는 게 아니라, 고르고 경험하고 스타일링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착장’을 한번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면, 그 옷을 내가 계속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질 겁니다. 디팝 셀러들이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에는 희소한 제품이 많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만의 색을 보여 주는 데 최적입니다. 게다가 디팝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중고 거래를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나 소셜 미디어 활동과 경계가 없어진 겁니다. ‘중고로 사야지’라고 다짐할 필요조차 없이 자연스럽게 구매하게 됩니다.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을 보고,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수집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사는 경험이 매끄럽게 연결됐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의 경우 이용자의 80퍼센트가 MZ세대입니다. 당근마켓이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번개 장터는 취향 소비에 집중합니다. 중고 거래가 취향에 따른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번개장터의 거래액은 2019년 대비 2020년에 30퍼센트
성장했습니다. 중고 거래 증가와 함께 MZ세대 사이에서 중고가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톤아일랜드, 아더에러, 아워레가시, 메종키츠네 등 개성이 뚜렷하지만 명품보다는 저렴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은 옷을 경험한 다음 되팔기도 좋다는 겁니다. 이런 명품들은 기존 명품들과 구분해서 신명품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실제로 번개장터 이용자들의 패션 브랜드 검색어 순위에서는 스톤아일랜드, 아더에러, 아워레가시 등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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