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1000여 대의 차량이 밤이 내린 강변북로 위를 저속주행하며 라이트를 번쩍이고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60일째 이어지는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었습니다.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아홉 개 도시(부산, 울산, 전북, 전남·광주, 경남, 충북, 충남· 대전, 강원)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었는데요, 지역은 다르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같았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희생양이라고 성토합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비율이 20퍼센트에 불과한데도 정부는 지난 1년 6개월간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 정책으로 일관했다”라며 “자영업자들은 66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그 사이 45만 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차 안에서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친 자영업자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거리두기 조치의 완화’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한목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집회 시각은 밤 11시였습니다. 자영업자인 이들은 방역으로 인한 영업 제한 시각인 10시까지 장사를 마친 후 차를 끌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또한 광장에 모여 과격한 단체 행동을 하는 대신 최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차량 시위를 선택했습니다. 그만큼 이들이 시위로 인한 여론 악화를 염려하고,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절박한 심정을 전하고자 많은 고심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을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소동이 있은 지 겨우 며칠 만인 지난 9월 12일,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맥줏집 사장인 50대 여성이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원룸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었습니다.
4단계 거리두기의 파고를 지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위태롭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9∼15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퍼센트 줄었습니다. 부산은 17퍼센트, 서울은 15퍼센트 줄었는데, 3인 이상 모임이 제한된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서초구 등 11개 구에서는 매출이 40퍼센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견디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832조 원으로 이는 작년 1분기 700조 원에서 18퍼센트나 상승한 것입니다.
지난 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음식점·도소매·숙박업 등 8개 업종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9.4퍼센트는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매출 감소(45퍼센트), 고정비 부담(26.2퍼센트), 대출상환 부담과 자금사정 악화(22퍼센트)라고 합니다. 폐업을 고려 중인 자영업자의 경우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 이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33퍼센트로 가장 많았습니다. 예상 시점을 3~6개월 뒤로 본 자영업자도 32퍼센트로 많았고 6개월에서 1년 이내로 본 업체도 26.4퍼센트에 달했다. 결론적으로 이대로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영업자의 91.4퍼센트가 1년 이내 폐업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가 소멸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홍은철 교수 연구팀은 구글 위치기록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동하는지 비교했는데요, 거리두기 조치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량이 1·2차 코로나 유행 때는 감소했지만, 3차와 최근 4차 사회적 거리두기 때는 시행 전후 이동량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증가하여 팬데믹 이전 평균 이동량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장기화된 4단계 방역에도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근거인 것입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는 증가하나 확진자 수를 줄이는 효과는 이제 거의 없어져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효과는 적은데 사회경제적 피해는 막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화하거나 폐지하고, 그 대신 신속한 검사 역학조사 격리를 강화하고 충분한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확산력이 높은 델타변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행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가 없다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구조상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와야 한다.”면서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점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70퍼센트 이상 올라간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중단해 매일 2만 명씩 확진자가 나왔고, 매일 100명에서 200명 정도 사망자가 발생했다.”라며 “우리나라가 갑자기 방역을 완화하는 등 검증작업 없이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이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둘 사이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 없습니다. 양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자영업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영업제한과 거리두기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으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4단계 조치에도 네자릿수 감염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두기의 효과가 의심받는 시점에 다른 나라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제 코로나를 우리 일상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은 전 세계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역 지침으로서 ‘위드 코로나’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