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SK텔레콤이 AI 에이전트 ‘에이닷(A.)’을 내놨다. 에이닷은 친구처럼 편안한 언어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플로, 웨이브, 게임 등 SKT의 기존 생태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구글 역시 5월 11일 개최된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최신 언어모델 ‘람다2’의 베타 테스트를 공개했다. 람다2 역시 대화형 응용 프로그램으로 수백만 가지의 주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WHY_ 지금 친구가 된 AI를 읽어야 하는 이유
AI는 챗봇, 스피커,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소통했다. 2011년 애플은 음성 기반 비서 ‘시리’를, 2014년 아마존은 AI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스피커 ‘에코’를 출시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16년 출시된 SKT의 AI 스피커 ‘NUGU’ 이후 ‘카카오 미니’, 네이버 ‘클로바’ 등으로 뻗어나갔다. SKT의 야심작인 에이닷은 음성인식, 송출과 더불어 시각화된 캐릭터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사회는 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AI를 원할까?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AI 친구는 어떤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MONEY_ 130조 원
AI의 발전과 함께 챗봇 시장 역시 밝은 전망을 그리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모르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챗봇 시장은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35퍼센트 성장해 13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현대 사회가 AI 챗봇을 다양한 이유로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더 이상 AI는 단순히 일처리를 돕는 존재가 아니다.
KEYMAN_ 고세준 대표
메타버스 전문기업 ‘원유니버스’는 2023년 공개 예정인 ‘프로젝트 MSM’을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 MSM은 AI를 기반으로 나만의 연인과 친구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용자는 AI 기반의 가상인간을 직접 꾸미고 선택할 수 있고, 가상 플랫폼인 MSM월드에서 함께 대화하고 쇼핑할 수 있다. 개발 영역을 총괄하고 있는 고세준 공동대표는 “가상공간에서 외로움을 달래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가 프로젝트 MSM의 목표라고 밝혔다. 고세준 대표는 일전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를 역임했다. 메이플 스토리 내에서도 다양한 개성을 지닌 NPC를 내세웠고 유저의 자유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프로젝트 MSM 역시 개인화된 AI 챗봇과 유저 사이의 상호작용을 근간으로 삼을 예정이다.
CONFLICT_ 중립
AI가 일상에 점차 깊숙이 침투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1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서의 인권 가이드라인 연구〉를 내놨다. 5월 17일 인권위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국무총리에게 관련 부처 조정 및 통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인공지능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AI의 도입, 운영, 결정에 대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인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는 이루다 사태를 통해 AI의 딥러닝이 중립적이지 않음을 보았다. “중립은 개념이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RISK_ 외로움
특정 비즈니스 분야의 성장은 현대 사회의 페인 포인트를 드러낸다. 인공적인 친구가 필요한 시대는 외로움의 시대다. 모두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고, 연결의 감각을 느끼고 싶다. 코로나19는 돌발적인 감염 사태였다. 코로나 이후 생겨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은 대안적 연결을 찾는 현재의 모습을 메타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선언이기도 했다. 외로움의 총량이 증가하는 상태는 AI 챗봇에게는 좋은 신호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INSIGHT_ 흉내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인 앨런 튜링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생각하는 행위를 흉내 낼 수 있다면 생각하는 것으로 판정하자”는 제안으로 답했다. 친구가 된 AI 챗봇은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을 대화에 적용한다. 인공지능은 대화나 창작이 무엇인지를 논의하기보다는 그를 어떻게 더 잘 모방할지를 고민한다. 따라서 언제나 AI의 행동은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유지한다. 이루다의 차별 섞인 발언은 AI가 학습한 인간 사회의 단면이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흉내 내는 비언어적 소통 역시 그렇다. AI는 분명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흉내 내는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술이 왜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왜 이러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이 성찰은 온전한 인간의 영역이다.
FORESIGHT_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현재 대화형 AI가 그리는 청사진은 다양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고도화시켜 실버산업과의 연계를 도모할 수 있다. AI 챗봇을 기반으로 사용자와 대화하며 조기에 병증을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니어러블 기술과 결합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메타버스 및 게임과의 접목을 꿈꿀 수도 있다. 나만의 AI기반 친구를 만들고 함께 메타버스를 거닐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가상인간과의 결합, NFT, P2E과의 결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자유롭다. AI가 re-action이 아닌 action의 주체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만의 친구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