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사령관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고요의 바다에 뛰어들어 미국의 스푸티니크 쇼크
[1]를 치유했다. 2022년 인류는 새로운 달 탐사 시대의 원년을 알렸다. 유일하게 사람을 달에 보낸 미국이 반세기 만에 우주로 다시 사람을 보내는 초국적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의 첫 발사가 올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같은 계획에 참여한다고 같은 기술력을 공유하는 건 아니다. 세계는 달을 향한 경쟁, ‘문러시(Moonrush)’ 중이다.
NUMBER _ 106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향후 10년 내 19개 국가 및 유럽 우주국(ESA)이 106개의 미션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 궤도 공간(Cislunar)과 달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 탐사 프로젝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였다. 주요국의 우주 개발 기관과 현시점에서 그들이 주력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다. 살펴보면 신냉전의 연장선이다.
- 미국 ; NASA,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
- 중국 ; 중국 국가항천국(CNSA), 창어 계획(CLEP), 달 연구기지(ILRS) 건설 계획.
- 러시아 ; 러시아 연방 우주국(로스코스모스, FKA), ‘루나 25호’ 개발 중. ILRS 공동 개발.
- 유럽 ; 유럽 우주국(ESA), 달 남극의 ‘문 빌리지(Moon Village)’ 건립 계획 발표 이후 현재는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중.
- 인도 ;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 개발 중.
- 이란 ; 이란 우주국(ISA), 러시아 발사체로 8월 9일 정찰·관측 위성인 ‘하이얌’ 발사.
- 아랍에미리트(UAE) ; 아랍에미리트 우주국(UAESA), 무인 우주선 ‘라시드’ 개발 중.
- 일본 ;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중. 달 착륙선 슬림(SLIM) 개발 중.
EFFECT _ 선점의 이점
세계가 우주, 특히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와 다르다. 미국이 달에 꽂은 깃발은 자존심이자 냉전 승리의 상징이었다. 20세기 우주 경쟁의 목표는 안전한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리거나 달에 닿는 것에 머물렀다. 지금 꽂으러 가는 깃발은 선점의 깃발이다. 1967년 제정된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 이용 자유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자유로운 탐사가 가능하지만 우주에 대한 주권 주장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자원 채취가 불법이라는 말은 없다. 줍는 사람이 임자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문러시는 선점의 이점을 노린 경주다.
MONEY _ 560경 원
달에는 마그네슘, 실리콘 등의 광물을 비롯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와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인 헬륨3(He3), 우라늄 등이 풍부하다. 특히 이 헬륨3는 1그램의 열량이 석탄 40톤과 맞먹는 기적의 자원이다. 석유 1그램의 열량과 비교하면 1400만 배다. 약 370톤의 헬륨3는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져 있는데 달의 북쪽 동경 18~43도 지역의 표토에 최소 1만 톤의 헬륨3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융합기술연구소는 달 표토에 총 110만 톤의 헬륨3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 GDP의 57배 수준인 5000조 달러, 우리 돈 약 560경 원에 해당하는 숫자다. 다만 이를 활용하려면 핵융합 기술이 필요하고, 해당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50년쯤으로 예상된다. 비관론이 적지 않은 이유다.
RECIPE _ 인프라
달 표면 물질 채굴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1~2미터가량 채굴해 섭씨 600도로 가열해 분리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이동이다. 확보한 자원을 이동시키려면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넘어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이 필요하다. 물자와 연료 공급, 우주 비행사의 교대, 과학 실험 등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의 선점보다 우선할 것은 자원 채취를 위한 인프라를 선점하는 것이고 그게 달 탐사의 주요 목적이다. 인프라가 한 번 갖춰지고 나면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로 사용될 수도 있다. 화성에 직접 가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어진다.
NUMBER _ 3.8센티미터
인류가 달을 외면하는 동안 달은 연간 3.8센티미터씩 지구로부터 멀어졌다. 중국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닿은 지 38년만인 2007년에 ‘창어 1호’를 발사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고 달 표면의 3D 지도를 만들었다. 미국은 뒤이어 ‘컨스텔레이션 계획(Project Constellation)’을 발표했다. 유인 우주 탐사 계획으로 미국의 새로운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아폴로 계획 이후 개발된 우주왕복선은 이름처럼 우주를 쉽게 왕복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효율적이며 안정성도 떨어져 퇴역했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을 교체할 때마다 미국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에 한 좌석당 6800만 달러를 내고 타야 했다. 다만 이 컨스텔레이션 계획은 2010년에 금융 위기의 여파로 취소됐다. 오바마 정부는 대신 달을 건너뛰고 화성에 직접 가자는 ‘마스 퍼스트(Mars First)’를 주장했는데 이때 ‘SLS(Space Launch System)’라는 발사체의 개발이 시작됐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다시 되살린 것이 지금의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STRATEGY _ 아르테미스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