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위기와 기회 요인

2023년 6월 16일, explained

검색 시장이 변했다. 네이버도 변하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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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미래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네이버는 최근 비상 경영에 준하는 수익효율화에 나섰다. 해외 출장까지 화상 회의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영업이익률이 여섯 분기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정부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은 네이버를 찾는다. 사우디와는 네옴시티 구축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WHY NOW

네이버 앞에 있는 건 위기인가 기회인가. 네이버는 한때 검색 시장의 80퍼센트를 장악하는 ‘국민 포털’이었다. 검색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구글은 생성 AI를 장착한 바드를 앞세워 네이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네이버는 그간 검색에 머물지 않고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분야로 사업도 확장하며 일상에 스며들었다. 네이버는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네이버의 위기 요인과 기회 요인을 짚는다.


위기 요인1 ; 검색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이 줄고 있다. 2017년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80퍼센트대였다. 여전히 1위를 차지하나 수치는 줄었다. 2023년 5월 기준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 점유율은 55.2퍼센트였다. 검색 품질 저하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나 수익화 모델로 변하며, 조회수를 노리는 낚시성 글이 늘었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35.3퍼센트로 증가했다. 나스미디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문 지식’을 얻고자 할 때 구글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16.8퍼센트였다. 네이버보다 두 배 많았다.

위기 요인2 ; 실검

검색이 가진 힘은 단순 정보 전달에 있지 않다. 검색 그 자체에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이용자들이 지금 무엇을 검색하는지가 새로운 정보가 된다. 2022년 9월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을 도입했다.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검색, 클릭 이력을 키워드로 추출해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정치권에서 반발이 나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몰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이후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가 폐지된 바 있다. 네이버는 노출 대상과 추천 방식에서 트렌드 토픽과 실검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년 전 폐지된 실검과 다른 서비스인냥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라며 비판했다.

위기 요인3 ; 생성AI

네이버가 주춤하는 사이, 구글은 생성 AI를 장착하고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구글은 5월 연례 개발자대회(I/O)에서 AI챗봇 ‘바드(Bard)’의 한국어, 일본어 버전을 우선 공개했다. 7월 초거대 AI 언어모델 출시를 앞둔 네이버가 믿는 구석은 한국어였다. 오픈AI의 챗지피티(Chat GPT)보다 한글 데이터를 6500배 많이 학습했다고 자부했다. 구글이라도 그동안 네이버가 쌓아 온 한국어 데이터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바드는 김소월 시인의 3음보를 지키며 그럴싸한 시 한 편을 만들었다. 또 한 번에 만들어내는 단어도 챗 지피티의 두 배를 능가했다. 챗지피티는 790단어, 바드는 1700단어를 생산한다. 일본어 버전도 네이버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구글은 일본 검색 시장 73퍼센트를 장악했다. 뒤따르는 건 야후재팬, 네이버가 야후재팬 모회사인 Z홀딩스 지분을 약 50퍼센트 소유하고 있다.

기회 요인1 ; 하이퍼클로바X

네이버는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도 연 매출의 20퍼센트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방침은 바꾸지 않았다. 7월 공개를 앞둔 하이퍼클로바X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구글보다 유리한 점은 생산과 연구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2014년 AI 연구를 위해 영국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했지만, 올해 4월에야 자사 AI 연구 조직과 딥마인드를 합병했다. 아르테리서치 수석애널리스트는 “구글은 AI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와 최고의 지적 재산권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품화하는 데 늦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같은 달,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스케일 AI’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개발만이 아니라 사업화를 통해 AI 생태계 구축을 한 곳에서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기회 요인2 ; 새로운 시장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 구축하는 것, 네이버가 잘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는 중동 국가에서 네이버 사옥 1784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1784 사옥은 로봇·자율주행·클라우드·디지털트윈·5G 등의 기술이 융합된 공간이다. 로봇 딜리버리, 스마트폰을 통한 건물 환경 원격 조정 등이 가능하다. 네이버의 기술만으로 한 건물을 다 채운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은 1784에 방문해 네옴시티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UAE에 속한 샤르자에미리트의 셰이크 사우드 왕자는 자국어 기반 대형언어모델 구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6월 12일, 1784에 방문해 생성 AI에 대한 대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 요인3 ; 콘텐츠와 커머스

검색은 위기지만, 이를 다룬 산업이 메우고 있다. 2021년 1분기 50.2퍼센트에 달하던 검색 매출 비중은 올해 30퍼센트로 하락했다. 하지만 웹툰, 웹소설, 제페토 등 콘텐츠 산업 매출이 2120억 원에서 4113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응답자 열 명 중 네 명이 제페토를 썼다. 국내 커머스 산업 매출도 50퍼센트 증가했다. 4164억 원에서 6058억 원으로 올랐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는 제조사들을 적극적으로 모았다. 네이버는 판매, 마케팅, 물류, 데이터, 신상품 기획 등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 스토어’ 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6월 초 기준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는 총 18000곳이다. 2020년 대비 7배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의 과제

IT업계는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에서 네이버와 구글의 격차가 줄고 있는 요인으로 모바일을 주목한다. 검색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이 기본으로 탑재된 구글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이용자들도 변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검색 엔진으로 활용하는 ‘멀티 호밍(multihoming)’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오픈 서베이에 따르면, 10대의 85.4퍼센트가 유튜브를 검색 엔진으로 활용한다. 비누랩스가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여행 정보를 찾는다고 답했다.

IT MATTERS

네이버는 검색을 놓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색은 네이버의 정체성이자 근간이다. 올해 1분기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37.4퍼센트로 1위다. 하이퍼클로바X는 검색 시장에서의 지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대신 변화를 택했다.

지난 5월, 네이버는 새로운 PC버전 메인 화면을 내놓았다. 모바일과 유사한 환경으로 개편하고, 검색창 아래 쇼핑, 증권, 웹툰 등의 아이콘을 배치했다. 변화한 검색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입지를 다지겠다는 뜻이다.

5월 31일 새벽 6시 40분경 약 5분간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북한의 발사체로 서울 지역에 위급재난문자가 오발송된 시간이다. 트래픽 급증으로 발생한 오류였다. 사람들이 가장 급할 때 찾는 건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PC에서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모바일로 전환기를 거쳐, 이제는 생성AI 시대까지 왔다. 네이버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확실한 사실은 사람들은 아직 네이버를 찾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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