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기회로 보기 전에 살펴야 할 것

2023년 8월 30일, explained

인도의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편다. 양날의 검이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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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전기차 수입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슬라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에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선 인도를 향한 구애였다.

WHY NOW

모디 총리에게도 야심이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공장’ 자리에 오르려는 것이다. 테슬라와의 공조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일환이다. 모디 총리는 여러 기업의 생산 시설을 인도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러한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인도라는 기회를 잡기 전, 먼저 알아야 하는 사실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

중국의 인구를 따라잡은 인도가 이번엔 일본의 자동차를 따라잡았다. 2022년 인도의 신차 판매량은 472만대였다. 그간 3위를 지키던 일본은 420만대를 기록하며 인도에 그 자리를 내줬다. 생산과 수출 면에서도 이전해와 비교해 20퍼센트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 인도는 545만대를 만들어 73만대를 다른 나라에 팔았다. 이미 빅3 마켓이 됐는데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인도에서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가구는 8.5퍼센트에 불과하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미개척된 시장인 것이다.

마루티 스즈키와 현대

인도 자동차 시장을 쥐고 있는 건 현지 기업 마루티 스즈키다. 국영 기업 마루티 우디요그에서 출발해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스즈키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현지에서 저가 소형차를 만들며 입지를 넓힌 스즈키는 1990년대 말, 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전히 47퍼센트의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경쟁할만 한 상대다. 마루티 스즈키는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의 중산층이 경제력을 갖추며 큰 차를 원하게 된 것이다. 이 틈새를 노린 것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중산층 이상이 탈 수 있는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 결과 현재 인도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

세계의 여러 기업이 기회를 찾아 인도로 향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높은 관세가 걸림돌이었다. 현재 인도는 수입 자동차에 대해 70퍼센트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때문에 테슬라는 줄곧 인도 당국에 관세를 낮추도록 요구해 왔지만 거절당했다. 인도 당국의 입장은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관세를 내려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모디 총리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였다. 일론 머스크 CEO가 직접 총리를 찾아  공장 설립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인도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수입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메이크 인 인디아

사실 모디 총리에게도 테슬라 공장은 필요하다. 모디 총리는 서비스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는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는 중국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에서 14년간 총리를 지내며, 당시 인도의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를 이뤄낸 바 있다. 그 업적으로 2014년 지금의 총리 자리에 올랐고 2019년 연임에도 성공한 인물이다.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에겐 중국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미중 경쟁, 중국 경제 위기 등으로 넥스트 차이나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전기차와 반도체

다만, 모디 총리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린다. 중국 제조업은 저부가가치로 성장해 온 반면, 메이크 인 인디아 계획은 자동차·배터리·휴대폰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돼 있다. 모리 총리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반도체다. 2021년 반도체 제조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인도 반도체 미션(ISM)이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핵심은 인센티브 제도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만드는 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모디 총리는 7600억 루피, 한화 약 12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1차 지원금으로 풀었다. 실제로 올해 6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부족한 인프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인도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여전히 13.3퍼센트에 불과하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시행한 2014년 15퍼센트에서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이를 두고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 인도가 주목받는 건 중국 위기의 반사이익일 뿐이라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도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는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이 필요한데, 인도는 관련 인프라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인도로 가져와 조립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노트북 수입 제한

인프라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뒤로한 채, 인도는 기업들의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도가 시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수입 제한이다. 8월 3일, 인도 정부는 노트북, 태블릿 등의 무료 수입을 제한했다. 기업이 판매 목적으로 제품을 인도에 수입할 경우, 인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은 중국에서 제조되거나 조립된다. 이번 수입 제한은 중국에 있는 제조업체를 현지로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그 영향은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도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 LG 등 한국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IT MATTERS

인도가 새로운 시장임은 분명하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 등 우리 기업에도 기회다. 하지만 그에 앞서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래부터 인도는 외국 기업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관세로 자국 경제를 보호해 왔다. 경제 자유화 이전 인도는 ‘라이센스 라즈(License Raj)’를 운영했다.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치며 외국 자본을 통제했다. 그리고 테슬라에 내건 조건과 수입 제한 조치는 그 연장선이란 분석이다. 여기엔 인도의 정치적 특성도 영향을 끼친다. 인도는 28개 주(state)와 8개의 중앙 정부 직할지(union territories)로 구성돼 있다. 각 주의회 선거, 직할 지역 선거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365일 선거 상태에 있다시피 하니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결국 외국 기업을 상대로 세금을 걷는 게 빠른 방법인 것이다. 관세 감면이라는 유인책과 수입 제한이라는 협박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모리 총리의 경제 정책이 양날의 검인 이유다. 인도에서 기회를 찾는 한편, 이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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