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2023년 10월 12일, explained

전 세계가 중동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이 언급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현지 시각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7천여 발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이스라엘이 자랑했던 ‘아이언 돔’은 허무하게 뚫렸다. 민간인 납치와 살해도 자행됐다. 이스라엘은 끝장 보복을 선언했다. 11일 현재, 양측 희생자는 2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당하고 있는 전 세계가 또 다른 국제전에 직면했다.

WHY NOW
 
중동은 멀다. 여행지로도 낯설고 문화적 접촉면도 넓지 않다. 하지만 20세기는 중동이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동의 석유 없이 우리가 누리는 모든 풍요는 불가능했다. 이번 전쟁이 커지면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 휘말리면 우리는 위태로워진다. 낯선 이름과 지명에도 지금, 중동에서 터진 화약고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공격자_ 하마스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 정파다. 무장 세력인 동시에 정당이란 뜻이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로 분류된다. 히잡 강요, 공공장소 남녀 분리 등 성차별은 물론이고 종교 및 문화 탄압, 인권침해, 자살폭탄 테러 등으로 꾸준히 비판 받아왔다. 서구 사회는 물론, 아랍권의 이집트 등에서도 테러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하마스(Hamas)는 “Harakat al-Muqawama al-Islamiya”의 약자다. “이슬람 저항 운동”이라는 뜻이다. 근거지는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그곳, 가자지구다.

근거지_ 가자지구
 
가자지구는 마름모꼴로 생긴 이스라엘 영토 서북쪽 해안에 위치한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하지만 국경은 물론 하늘과 항구까지,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 크기는 서울시의 절반 수준, 인구는 230만 명 정도다. 이 작은 곳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지리적으로 봐도, 병력으로 봐도 다윗이 골리앗에게 달려든 셈이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왜 하마스를 지지하는가. 그리고 하마스는 왜 이 비상식적인 싸움을 시작했는가.
 
분쟁의 씨앗_ 네타냐후
 
답은 네타냐후라는 한 인물에 있다. 이스라엘 총리다. 2022년 말 3차 집권에 성공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지만 화려하게 부활했다. 승리의 비결은 이스라엘 극우세력과의 연정이다. 유대인이 유대인의 땅에 마땅히 국가를 건설해야만 한다는,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침입과 정복을 정당화하는 세력이다. 특히, 초정통파 유대교로 분류되는 ‘하레디’ 신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사법 시스템이 무너졌다. 하레디 신자들의 병역 면제 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법부였다. 팔레스타인인 정착지 토지 몰수 및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금지했던 사법부이기도 했다.
 
침공 이유 1_ 강경 탄압
 
이번 침공의 이유다. 물론, 역사에 켜켜이 쌓인 이유는 셀 수 없다. 다만, 하마스의 침공이 바로 ‘지금’인 직접적인 이유는 된다. 올해, 이스라엘 정부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를 강제 철거했다. 요르단 서쪽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인 서안 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주민 정착촌 확대를 밀어붙였다. 군사 공격도 이어졌다. 민간인의 부상과 사망에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국가인 미국까지 나서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팔레스타인의 민심이 궁지에 몰렸다.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하마스 입장에서는 전쟁하기에 좋은 때가 왔다. 그리고 전쟁을 해야만 할 이유도 생겼다. 중동 지역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침공 이유 2_ 중동 정세
 
중동 지역의 두 축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다.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다. 이란은 미국과 적대관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애증 관계다. 이란은 핵을 갖고 있고 사우디는 핵을 원한다. 둘의 공통점은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이스라엘과는 적대 관계다. 그런데 전통적인 산유국에서 벗어나 사우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젊은 군주 빈 살만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안보와 핵을 얻기 위한 미국과의 거래였다. 아랍 세계는 이스라엘과 맞서 싸워왔다. 네 차례의 중동 전쟁이 그 상흔으로 남았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아랍 세계가 점차 이스라엘과 손을 잡는다. 사우디까지 넘어간다면 팔레스타인은 더 잊히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하마스가 미사일을 쏘아 올려야 했던 이유다. 그리고 다음 변수는 이제 이란이다.
 
변수_ 헤즈볼라
 
헤즈볼라는 리비아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다. 하마스와 함께 아랍의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침공 초기부터 외신을 통해 그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되었고, 이스라엘과의 교전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만약 헤즈볼라가 더욱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된다면, 이번 침공은 네타냐후 총리의 말대로 “전쟁”이 될 수 있다. 제5차 중동전쟁이 아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하마스 및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
 
전망_ 물가 급등

극단적인 확전이 너무 먼 이야기 같다면 가까운 미래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곧 지상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는 대부분 영역이 시가지다.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이란 얘기다. 무장한 이스라엘 군이 거리로 밀려들어 전투를 시작한다면 민간인 희생자의 규모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아랍 세계가 다시 뭉칠 수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이 그렸던 큰 그림이 무너진다. 사우디를 통한 석유 증산은 수포로 돌아가고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가난해질 수 있다. 가자지구가 전 세계의 운명을 쥐고 있다.

IT MATTERS
 
이 와중에 한국이 언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동 위기에 한국을 등판시킨 것이다. 하마스의 뒷배가 이란이며, 이번 침공을 지원하는 돈은 우리가 4년여 만에 지급한 원유 대금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돈 8조 원,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돈을 묶어둔 장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 돈을 풀어준 장본인은 바이든 현 대통령이다. 미국 수감자 맞교환의 조건으로, 중동 데탕트라는 외교적 야심으로 내린 결정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주장일 뿐이다. 증거는 없다. 다만 이런 돌을 맞았는데 억울한지 아닌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즉, 이 결정에 한국의 자리가 있었는지는 되짚어 보자는 얘기다. 50년 전, 내 편과 네 편은 명징하게 구분되었다. 그러나 2023년 현재에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다를 뿐이다. 결국 동맹의 편에 서겠다는 원칙만으로는 이익을 챙기기 어렵단 얘기다. 우리의 원칙과 명분이 확실해야 상황이 바뀌어도 퇴로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외교에 퇴로가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