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적, 노조

2023년 12월 18일, explained

테슬라가 북유럽 노조와 대결하고 있다. 다음 상대는 독일, 어쩌면 미국이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테슬라 매장. 사진: Soeren Stach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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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적수를 만났다. 북유럽의 노동조합이다. 10월 말 스웨덴의 테슬라 수리점에서 일하는 정비사 13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테슬라가 단체 협약 체결을 거부해서다. 이 작은 파업이 북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스웨덴 우편 노조는 번호판 배달을 거부하고, 운송 노조는 쓰레기 수거를 거부한다. 이웃나라 덴마크와 노르웨이, 핀란드 노조도 동정 파업에 나섰다.

WHY NOW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이 위기를 맞았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작은 파업이 북유럽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북유럽 투자 기관까지 노동자 편에 서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의 유럽 생산 기지 독일도 스웨덴 파업을 주시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테슬라 노조 결성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스웨덴 정비사 130명이 어쩌면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게 될 수 있다.

스웨덴 정비사

10월 27일 스웨덴 금속 노조인 IF 메탈이 테슬라를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테슬라 수리 센터에서 일하는 정비사들 가운데 IF 메탈 소속은 130여 명인데, 이들이 파업에 나섰다. IF 메탈은 정비사 임금과 근로 조건 등을 다룬 단체 협약을 채택하라고 테슬라에 요구하고 있다.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는 테슬라는 이를 거부했다.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노동자 개개인과 개별적으로 임금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단체 협약

스웨덴에는 법적으로 보장하는 최저 임금이 없다. 노동자와 회사가 협상해 임금, 복지, 노동 시간 같은 근로 조건을 단체 협약으로 정한다. 스웨덴 노동자 10명 중 9명이 단체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서 일한다. IF 메탈은 테슬라가 단체 교섭에 응하면 파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번 파업은 단순히 임금 인상이 목적이 아니라 스웨덴식 노동 모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정 파업

테슬라는 스웨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수리 센터만 열 곳을 두고 있다. 전 직원이 파업에 가담한 것도 아니어서 타격은 크지 않다. 그래 봤자 전 세계 직원 12만 7000명 중 130명이다. 무노조 방침을 깨면서까지 IF 메탈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작은 파업이 북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덴마크 부두 노동자들이 스웨덴 파업을 지지하며 전국 항구에서 테슬라 차량의 하역을 중단하기로 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운송 노조도 테슬라 차량을 운송하지 않기로 했다.

투자자

북유럽 노동조합에 이어 투자자까지 지원에 나섰다. 노르웨이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테슬라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도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고 밝혔다. NBIM은 테슬라의 7대 주주다. 테슬라 전체 주식의 0.88퍼센트(68억 달러 상당)를 갖고 있다. 덴마크 연기금 중 한 곳은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기로 했다.

Insane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노조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강조하는 테슬라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관행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스웨덴 파업을 두고는 X에 “미친 짓(Insane)”이라는 글을 올렸다. 11월 말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머스크는 “노조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노조는 회사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종의 지주와 소작농의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미국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에서 노조가 없는 유일한 자동차 제조업체다. 노조 설립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세 번에 걸친 시도가 있었다. 그때마다 머스크는 불법과 합법을 오가며 노조 설립을 저지했다. 노조 설립을 시도한 노동자들을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하고, 노동자들이 노조의 편에 서지 않도록 자동차 제조업체에선 보기 드물게 공장 노동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현재 미국 테슬라 직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55달러다. 노조가 있는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66~71달러다. 

독일

이번 파업은 북유럽에서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독일이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60퍼센트가 독일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독일에만 1만 1000명의 직원이 있다. 독일 테슬라에도 노조는 없다. 독일 금속 노조는 독일 테슬라 직원의 임금이 다른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20퍼센트 적다고 주장하는데, 스웨덴 파업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독일 금속 노조는 테슬라 공장이 있는 그륀하이데 근처에 이미 사무실까지 얻었다.

IT MATTERS

북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단순히 노동조합과 테슬라의 싸움이 아니다. 두 가지의 다른 시스템이 충돌하고 있다. 단체 협약을 강조하는 스칸디나비아 노동 시장과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부딪히는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일어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충돌로 볼 수도 있다. 테슬라는 노동자 임금을 대폭 인상하더라도 비효율이라 여기는 단체 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다. 스웨덴 노조는 임금 대폭 인상을 약속받더라도 무노조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테슬라가 단체 교섭에 응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 갈 것이다. 강대강 대치에서 진 쪽은 비즈니스 모델 또는 노동 모델을 바꿔야 할 수 있다.
 
이연대 에디터
#테슬라 #유럽 #노동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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