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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육아와 요즘 부모
2024년 3월 13일, explained
아동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한다. 요즘 부모의 불안함 때문이다.
디올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신생아 파자마 컬렉션. 사진: @baby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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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데, 아동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가 꾸준하다. 국내 아동용 의류 시장은 8.6퍼센트 성장해 2조 4488억 원을 기록했고, 아동 신발 시장 역시 14.7퍼센트 성장한 4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등장과 제품 다변화가 주요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WHY NOW
평균 출생률 0.72명인 나라에서 아동 용품 시장이 성장하는 건 어불성설 같다. 젊은 세대는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겨우 부모가 된 이들도 통장 잔고를 걱정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더 많은 옷과 신발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어린이의 입맛과 권장 영양 섭취량에 맞춘 라면을 포기할 수 없다. 단순한 허세일까? 불일치의 기저에는 요즘 부모의 심적 기회비용이 있다.
텐포켓과 VIB
덜 낳고, 늦게 낳는 시대다. 아이가 귀하다. 사회에만 귀한 게 아니다. 부모에게도 그렇다. 언제 그렇지 않았겠느냐 만은, 요즘 부모의 귀한 마음은 트렌드로 가시화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부모’의 모습이 이제는 주류라는 의미다.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와 한 아이를 위해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텐 포켓(10 Pocket)’ 현상이 요즘 육아를 설명하는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펜디’와 ‘디올’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는 27퍼센트의 매출 증가를 보였다. 새 제품을 사줄 수 없는 부모는 중고 키즈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손품을 판다.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버버리 키즈’ 키워드로 등록된 매매 글은 485건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만에 70퍼센트 급증한 수치다.
국민템
일부 ‘돈 잘 버는 부모’만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른바 ‘장비빨’로 작동하는 육아는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임산부는 곧장 물건으로 빽빽이 채워진 ‘출산 준비 리스트’를 접하게 된다. 출산 준비를 위해 필수로 쓰여야 하는 아이템이라는데, 그 개수만 50개를 훌쩍 넘는다. 이 필수템, 국민템을 모두 새로 장만하거나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매하게 된다면 아이가 미처 크기도 전에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육아 국민템으로 불리는 물품을 모두 구매한다고 치면 대략 7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굳이 명품을 사지 않아도, 이미 육아는 ‘국민적 차원’에서 프리미엄화됐다.
출산하지 않는 이유
현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핌이 리서치앤리서치와 19~34세 청년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69퍼센트)’이었다.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양육과 교육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29.9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무자녀 신혼 가구는 자녀 한 명당 월평균 140만 원이 넘는 양육비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프리미엄화된 육아의 시대에서 돈이 없어 출산하지 않는다는 청년 세대의 항변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출산의 비용
우려를 뚫고 아이를 낳은 부모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의 월평균 양육비 지출은 98만 원이다. 출산은 양육비와 교육비, 돌봄 비용으로 곧장 이어지지만, 출산 후의 경제 활동은 쪼그라들기 쉽다. 대표적인 게 육아 휴직이다. 육아 휴직 중에는 통상 임금의 80퍼센트를 받게 된다. 육아 휴직 급여의 25퍼센트는 직장에 복귀한 뒤 6개월 후에 받게 되므로 실제 체감 소득은 더 크게 줄어든다. 평균 소득이 높은 남성은 여성보다 육아 휴직을 쓰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가족을 꾸린 이후 여성의 경제적 의존도가 더 커지게 된다. 경력 단절은 이렇게 구조적으로 시작된다. 부모가 모두 일을 이어 나간다고 하더라도 돌봄 비용, 주거 비용, 교육비 등의 지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출산의 비용이 불어난다.
심적 기회비용
경제적 비용만이 다가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요즘 부모는 자신의 부모처럼 육아하고 싶지 않은 세대다. 친구처럼 편안한 부모가 되고 싶고, 육아로 인해 자기 일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이 두 욕망 사이에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면 일해야 하는데, 동시에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야만 멋진 부모가 된다. 완벽한 육아를 향한, 해소 불가능한 갈증이다.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느끼지 않았을 죄책감이 생긴다. 《정신의학 리뷰》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어머니 역할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를 경험할 때 어머니는 죄책감을 느꼈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취업모는 그러한 죄책감이 더욱 셌다. 요즘 육아에는 과거와는 다른, 심적 기회비용이 덧붙는 셈이다.
FOMO 위의 안식처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도 심적 기회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실시간으로 타인의 육아 생활과 자신의 육아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육아와 관련한 소셜 미디어 활동이 증가하고, 셀럽과 연예인의 화려한 육아 생활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홍수처럼 육아 정보가 쏟아진다.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불안해하기 쉽다. 육아의 FOMO 현상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그러한 심적 부담을 일부 보상해 줄 수 있는 도구다. 육아 필수템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서도 질 높은 육아를 가능케 하고, 값비싼 명품 의류면 아이가 뒤처진다는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무리해서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놓치는 것
저출생에 대응하는 정부는 양육 비용과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돌봄과 교육에 1조 3245억 원을, 양육 비용 부담 경감에 2조 8887억 원을 배정했다. 돌봄 수당을 늘리고, 육아 휴직 급여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요즘 부모의 경제적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간직한 심적 부담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 내야 한다는 강박, 자신의 삶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다는 욕심, 다른 아이에게 단 하나라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을 파악해야만 VIB와 텐포켓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 확대의 원인이 부모의 단순한 허세심로 분석돼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심적 부담을 경제적 부담으로 돌려막는 것, 요즘 부모가 경험하는 프리미엄 육아 열풍의 본질이다.
IT MATTERS
저출생 대응에 있어 예산에 앞서 고려돼야 할 것은 요즘 부모의 눈이다. 그들의 심적 기회비용은 이루고 싶은 이상적 부모의 모습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발생한다. 현실을 그들의 이상에 가깝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 테지만, 이상적인 부모의 형태를 얇고 넓게 펼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상 가족의 환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육아 공동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수정하는 것,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으로 저출생 대책을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실패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는 일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의 허지원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집값 상승, 취업난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좌절에 노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요즘 부모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실패하더라도 육아는 무사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구조의 변화는 빠르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저출생 대응은 낭비되거나 소진되기 쉽다.
출생률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데, 아동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가 꾸준하다. 국내 아동용 의류 시장은 8.6퍼센트 성장해 2조 4488억 원을 기록했고, 아동 신발 시장 역시 14.7퍼센트 성장한 4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등장과 제품 다변화가 주요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WHY NOW
평균 출생률 0.72명인 나라에서 아동 용품 시장이 성장하는 건 어불성설 같다. 젊은 세대는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겨우 부모가 된 이들도 통장 잔고를 걱정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더 많은 옷과 신발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어린이의 입맛과 권장 영양 섭취량에 맞춘 라면을 포기할 수 없다. 단순한 허세일까? 불일치의 기저에는 요즘 부모의 심적 기회비용이 있다.
텐포켓과 VIB
덜 낳고, 늦게 낳는 시대다. 아이가 귀하다. 사회에만 귀한 게 아니다. 부모에게도 그렇다. 언제 그렇지 않았겠느냐 만은, 요즘 부모의 귀한 마음은 트렌드로 가시화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부모’의 모습이 이제는 주류라는 의미다.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와 한 아이를 위해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텐 포켓(10 Pocket)’ 현상이 요즘 육아를 설명하는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펜디’와 ‘디올’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는 27퍼센트의 매출 증가를 보였다. 새 제품을 사줄 수 없는 부모는 중고 키즈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손품을 판다.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버버리 키즈’ 키워드로 등록된 매매 글은 485건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만에 70퍼센트 급증한 수치다.
국민템
일부 ‘돈 잘 버는 부모’만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른바 ‘장비빨’로 작동하는 육아는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임산부는 곧장 물건으로 빽빽이 채워진 ‘출산 준비 리스트’를 접하게 된다. 출산 준비를 위해 필수로 쓰여야 하는 아이템이라는데, 그 개수만 50개를 훌쩍 넘는다. 이 필수템, 국민템을 모두 새로 장만하거나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매하게 된다면 아이가 미처 크기도 전에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육아 국민템으로 불리는 물품을 모두 구매한다고 치면 대략 7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굳이 명품을 사지 않아도, 이미 육아는 ‘국민적 차원’에서 프리미엄화됐다.
출산하지 않는 이유
현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핌이 리서치앤리서치와 19~34세 청년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69퍼센트)’이었다.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양육과 교육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29.9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무자녀 신혼 가구는 자녀 한 명당 월평균 140만 원이 넘는 양육비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프리미엄화된 육아의 시대에서 돈이 없어 출산하지 않는다는 청년 세대의 항변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출산의 비용
우려를 뚫고 아이를 낳은 부모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의 월평균 양육비 지출은 98만 원이다. 출산은 양육비와 교육비, 돌봄 비용으로 곧장 이어지지만, 출산 후의 경제 활동은 쪼그라들기 쉽다. 대표적인 게 육아 휴직이다. 육아 휴직 중에는 통상 임금의 80퍼센트를 받게 된다. 육아 휴직 급여의 25퍼센트는 직장에 복귀한 뒤 6개월 후에 받게 되므로 실제 체감 소득은 더 크게 줄어든다. 평균 소득이 높은 남성은 여성보다 육아 휴직을 쓰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가족을 꾸린 이후 여성의 경제적 의존도가 더 커지게 된다. 경력 단절은 이렇게 구조적으로 시작된다. 부모가 모두 일을 이어 나간다고 하더라도 돌봄 비용, 주거 비용, 교육비 등의 지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출산의 비용이 불어난다.
심적 기회비용
경제적 비용만이 다가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요즘 부모는 자신의 부모처럼 육아하고 싶지 않은 세대다. 친구처럼 편안한 부모가 되고 싶고, 육아로 인해 자기 일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이 두 욕망 사이에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면 일해야 하는데, 동시에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야만 멋진 부모가 된다. 완벽한 육아를 향한, 해소 불가능한 갈증이다.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느끼지 않았을 죄책감이 생긴다. 《정신의학 리뷰》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어머니 역할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를 경험할 때 어머니는 죄책감을 느꼈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취업모는 그러한 죄책감이 더욱 셌다. 요즘 육아에는 과거와는 다른, 심적 기회비용이 덧붙는 셈이다.
FOMO 위의 안식처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도 심적 기회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실시간으로 타인의 육아 생활과 자신의 육아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육아와 관련한 소셜 미디어 활동이 증가하고, 셀럽과 연예인의 화려한 육아 생활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홍수처럼 육아 정보가 쏟아진다.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불안해하기 쉽다. 육아의 FOMO 현상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그러한 심적 부담을 일부 보상해 줄 수 있는 도구다. 육아 필수템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서도 질 높은 육아를 가능케 하고, 값비싼 명품 의류면 아이가 뒤처진다는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무리해서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놓치는 것
저출생에 대응하는 정부는 양육 비용과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돌봄과 교육에 1조 3245억 원을, 양육 비용 부담 경감에 2조 8887억 원을 배정했다. 돌봄 수당을 늘리고, 육아 휴직 급여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요즘 부모의 경제적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간직한 심적 부담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 내야 한다는 강박, 자신의 삶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다는 욕심, 다른 아이에게 단 하나라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을 파악해야만 VIB와 텐포켓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 확대의 원인이 부모의 단순한 허세심로 분석돼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심적 부담을 경제적 부담으로 돌려막는 것, 요즘 부모가 경험하는 프리미엄 육아 열풍의 본질이다.
IT MATTERS
저출생 대응에 있어 예산에 앞서 고려돼야 할 것은 요즘 부모의 눈이다. 그들의 심적 기회비용은 이루고 싶은 이상적 부모의 모습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발생한다. 현실을 그들의 이상에 가깝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 테지만, 이상적인 부모의 형태를 얇고 넓게 펼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상 가족의 환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육아 공동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수정하는 것, 밀레니얼 세대의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으로 저출생 대책을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실패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는 일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의 허지원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집값 상승, 취업난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좌절에 노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요즘 부모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실패하더라도 육아는 무사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구조의 변화는 빠르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저출생 대응은 낭비되거나 소진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