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조커

2024년 3월 28일, explained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쫓겨난 뒤 만든 소셜 미디어로 7조 원을 벌었다.

2024년 3월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회사 ‘트루스 소셜’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50퍼센트 상승했다. 사진: Michael M. Santiago,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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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쫓겨난 뒤 만든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거래 첫날인 26일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의 주가는 16퍼센트 올라 주당 5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MTG의 지분 60퍼센트를 갖고 있다. 현 시세로 50억 달러(6조 7375억 원) 이상이다.

WHY NOW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4억 5400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항소심을 진행하려면 벌금 액수만큼 공탁금을 내야 한다. 대선을 치를 선거 자금도 4190만 달러를 모았는데, 바이든 캠프의 3분의 1 수준이다. ‘빈털터리 도널드’가 될 뻔한 트럼프는 모두가 실패한 줄 알았던 사업으로 횡재를 맞았다.

트루스 소셜

트럼프는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이 정지됐다. 폭력을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였다. 트럼프는 두 플랫폼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불평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1년 10월 아예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만든다. 트루스 소셜이다. 전반적인 기능은 트위터와 거의 비슷하다. 트루스 소셜은 “정치적 검열 없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대화”를 허용하는 소셜 미디어를 표방한다.

극우를 위한 트위터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설립 취지와 달리 트루스 소셜은 의회 점거 사건을 거론하거나 진보 의제를 제기하는 계정을 차단한다. 그러다 보니 극우와 극단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가 됐다. 2022년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트루스 소셜을 가리켜 “봇에 점령당한 보수적인 유령 도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루스 소셜은 앱스토어 소셜 미디어 부문 순위에서 출시 직후와 상장 직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0위권 밖에 머물렀다.

스팩 상장

트루스 소셜은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다. 스팩은 기업 인수 목적 회사다. 말 그대로 기업 인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다. 스팩 회사는 기업 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해 주식 시장에 먼저 상장하고, 비상장 기업 중 유망한 기업을 합병해 까다로운 절차 없이 주식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한다.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TMTG는 스팩 회사인 디지털월드에퀴지션(DWAC)과 합병해 IPO 절차 없이 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투자 과열

2023년 7월 기준 트루스 소셜의 월간 사용자 수는 60만 명에 불과하다. 상장된 다른 소셜 미디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매출 성적도 기대 이하다. 트루스 소셜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340만 달러를 벌었다. 같은 기간 영업 적자가 4900만 달러였다. 실적이 형편없지만,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TMTG와 합병이 예고됐던 DWAC의 주가는 올해 들어 200퍼센트 넘게 올랐다. 25일에는 35퍼센트 급등했다. 즉 트루스 소셜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는 일반적인 투자 대상과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조커

트럼프가 막대한 벌금형을 선고받자 바이든 캠프는 “빈털터리 도널드(Broke Don)”라며 조롱했다. 그 빈털터리가 망한 줄 알았던 소셜 미디어로 대박이 났다. 트럼프는 TMTG의 지분을 60퍼센트가량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로 50억 달러(6조 7375억 원) 가치다. 단숨에 재정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다. 다만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는 보호 예수 기간이 있다.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주주의 지분을 일정 기간 묶어 놓는 취지다. 트럼프가 그 전에 주식을 매각하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가 좋아서

빈털터리 도널드를 다시 억만장자로 만든 트루스 소셜의 주식은 누가 샀을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경영 실적을 보고 트루스 소셜의 주식을 산 게 아니다. 향후 성과를 기대하고 산 것도 아니다. 그저 트럼프가 좋아서, 트럼프의 정치를 지지해서 주식을 샀다. 스팩 주식은 합병 이후 초기 투자자가 이익 실현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트루스 소셜은 다를 수 있다. MAGA 개미들이 트럼프의 자금줄을 지켜 주기 위해 주식을 들고 있어 주가를 방어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상식에 맞지 않지만, 상식에 맞았다면 애초 MAU 60만 명인 트루스 소셜의 시가 총액이 10조 원이 될 수도 없었다.

대선 테마주

트루스 소셜의 사업 성공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한 사람도 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 바이든을 꺾고 재집권하면 트루스 소셜의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스팩 회사 DWAC의 주가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도가 진행될수록 올라갔다. 1월 초에는 주당 17달러였는데, 트럼프가 1월 16일 공화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뒤 22달러로 올랐다. 1월 23일 뉴햄프셔 경선에서 승리하자 49달러까지 올랐다. 바꿔 말하면 DWAC의 주가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반영한다.

IT MATTERS

트루스 소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합병 관련 서류에 적힌 투자 위험 요소에 따르면 사용자 확장이 관건이다. 소셜 미디어가 돈을 버는 방법은 현재로선 광고가 거의 유일하다. 극우 성향의 사용자가 다수인 플랫폼이 지금보다 더 많은 광고주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고령인 트럼프가 사망하거나, 각종 혐의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원 툴인 기업에서 트럼프가 사라지면 기업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스팩 상장으로 당장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기업의 재무 구조를 볼 때 파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제까지 네 차례 사업 파산을 신청했다. DWAC는 합병 이후 트럼프의 풀네임 이니셜을 딴 DJT(Donald John Trump)로 종목 코드를 바꿨다. 1995년 트럼프가 상장시켰던 트럼프 호텔&카지노 리조트도 종목 코드로 DJT를 썼다. 이 회사는 2004년 파산 신청을 하고 그해 상장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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