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시대의 음모론

2024년 4월 1일, explained

음모론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2024년 3월 22일 투르키예 앙카라에서 제작된 "2024 개기 일식"이라는 제목의 인포그래픽. (사진: Yasin Demirci/Anadolu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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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만에 뉴욕 하늘에서 개기일식이 펼쳐진다. 4월 8일 오후 두 시부터 진행되는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진다.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겐 이 개기일식이 두려움의 대상이다. 개기일식이 종말의 날이라고 믿는, 몇몇 틱톡 유저에게는 말이다.

WHY NOW

음모론은 매체를 타고 컸다. 과거에는 글과 말이, 최근까지는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이 음모론을 떠받쳤다. 이제 음모론은 새로운 특이점을 맞았다. 쇼트 폼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이 그것이다. 음모론으로 가득 찰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니네베

지난 몇 달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퍼진 음모론 중 하나는 일식이 미국과 캐나다의 ‘니네베(Nineveh)’라는 이름의 마을 여덟 곳을 지나간다는 주장이었다. 니네베는 기원전 8세기에 살았던 히브리 선지자 ‘요나(Jonah)’가 들렸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일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는 요나가 니네베에 있을 때 일식이 일어났으며 같은 일이 4월 8일에도 벌어진다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했다. 일각에서는 개기일식으로 인해 정전이 일어날 것이며 스마트폰 인프라가 다운될 것이라는 내용의 영상도 퍼졌다. 한 틱톡 크리에이터는 정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식료품과 배터리, 손전등을 미리 챙겨 두라 조언했다. 영상 후반부에서 해당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판매하는 손전등과 배터리를 홍보했다.

모두의 싸움

미국인의 15퍼센트는 기후 변화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조 바이든 정부의 비밀 스파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미국인은 18퍼센트에 달한다. 이제 음모론은 괴짜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서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에서 발생한 대규모 교량 붕괴 사고가 ‘블랙스완 사건’이라는 주장이 퍼졌다. 딥 스테이트가 대중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량 붕괴 사건을 꾸며냈다는 주장이었다. 의도적 테러라는 믿음이 계속해 퍼져 나가자 브랜든 스콧 볼티모어 시장,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심지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나섰다. 해당 사고에서 의도적인 행동이 있었다고 믿을 징후는 없다는 지점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지금은 모두가 음모론과 싸우는 중이다.

선택적 증거

음모론은 어떻게 사람들을 믿음의 영역으로 이끌까. 답은 증거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는 음모론에도 다 각자만의 증거가 있다. 그것도 엄청난 양이다. 영화 〈루스 체인지〉는 9.11 테러가 미국 부시 행정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증거로 15가지의 의문점을 제시했다. 대개의 증거는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허구였지만 영화 안에서는 완벽한 논리를 구성했다. 모든 증거들이 음모론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선택되고 조합됐기 때문이다. 이런 음모론의 선택적 증거라는 특성이 쇼트 폼 소셜 미디어와 결합했다. 비교적 긴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이미지 위주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X와 틱톡에서는 핵심만 담은 단편적인 정보가 빠르게 확산한다. 단편과 핵심, 빠른 속도라는 쇼트 폼의 특성은 음모론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전략과 닮아 있다.

공격적인 동영상

쇼트 폼 콘텐츠는 동영상이라는 매체를 공격적으로 활용한다. 단순히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다. 틱톡의 비디오는 엄청난 양의 편집을 거친다. 음모론 틱톡 비디오에는 나레이션과 자막, 사진, 그를 전달하는 사람의 모습까지 담긴다. 하와이 마우이섬에 산불이 났을 때 틱톡에서는 한 영상이 바이럴됐다. 칠레에서 발생한 변압기 폭발 장면이었다. 나레이션과 자막, 크리에이터의 간절한 목소리가 더해지자 칠레는 단숨에 마우이섬으로 재정의됐다. 뿐만 아니다. 이런 다층적인 영상이 퍼져 나가면서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계속해 불어난다. 쇼트 폼 시대의 음모론은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정의한 ‘편집증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밈’이 됐다.

밈이 된 음모론

밈이 된 음모론은 진지한 음모론보다 쉽게 퍼지고 변형될 수 있다. 미국 오레곤대학교 교수인 휘트니 필립스는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음모론이 마치 게임이나 재미있는 미스터리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진지한 정보와 패러디, 농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접근에 있어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접근은 쉬운데 알고리즘은 집요하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교수인 저스틴 그란디네티는 자신이 ‘음모’를 틱톡에 검색한 순간부터 피드가 빠르게 음모론 콘텐츠로 변경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번의 접근과 검색만으로도 피드 전체가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접근 장벽이 낮은 밈으로서의 음모론이 더욱 위험한 이유다.

인공지능

또 다른 위협은 인공지능이다. 잘못된 정보를 연구하는 연구자 애비 리처드에 따르면 틱톡 플랫폼이 이미 무료 AI 도구로 만든 음모론 비디오로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틱톡에 ‘음모론 비디오 2024’를 검색하면 트럼프와 바이든, AI가 만든 가짜 조 로건이 열변을 토하는 영상이 나온다. 이런 형태의 인공지능발 음모론은 인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양적으로도 음모론에 대한 접근 기회를 넓힌다. 챗GPT가 만든 스크립트를 AI 목소리가 읽고, 자동 편집이 가능한 AI 도구는 직접 비디오를 편집하고 업로드한다. 알고리즘은 그런 음모론 비디오를 더 많은 이들에게 퍼트리고, 사람들은 음모론을 스낵 콘텐츠처럼 소비하게 된다.

가짜로 가득한 인터넷

그런 점에서 쇼트 폼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최신의 음모론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미래를 예견한다. 인공지능이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를 자동으로 만들고, 쇼트 폼이 매력적인 음모론 밈을 퍼트리는 인터넷은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 인터넷이 정보의 보고라는 믿음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형태의 정보 판별법과 정확한 정보가 오갈 루트다. 가짜 뉴스, 가짜 증거, 유혹적인 음모론이 넘쳐나는 인터넷은 이제 정보의 유통처로서 서서히 가치를 잃고 있다. 다음 세대의 미디어, 인터넷이 필요한 때다.

IT MATTERS

음모론은 사람들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기존 권력을 신뢰하지 않는 불확실한 시대에 퍼진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기존의 미디어가 사라진다면 음모론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물론 음모론은 새롭지 않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쇼트 폼의 시대 이전에도 음모를 만들고 퍼트렸다. 음모론은 전통적인 현상이지만, 해결방안은 새로워야 한다. 쇼트 폼의 형식과 AI가 만드는 음모론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개인의 리터러시를 기르는 것만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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