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트위터의 가능성

7월 5일, explained

‘중독자’ 트위터 유저들이 쫓겨났다. 그들은 휴대폰 밖 현실 세상이 아니라, 다른 SNS로 떠나고 있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트위터 중독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라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유저들을 내쫓았다. 트위터 사용량에 한계를 걸어놓고 돈을 내지 않은 사용자는 하루에 600개 이상의 트윗을 볼 수 없도록 설정한 것이다.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트위터의 대체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블루스카이(Bluesky)’의 이용량이 급증했다.

WHY NOW

타이밍이 안 좋았다. 일론 머스크와 ‘격투’를 벌이기로 한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가 ‘스레드(Threads)’ 출시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스레드의 출시가 임박한 지금 트위터 사용에 리미트(limit)를 걸다니, 이용자들은 황당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CEO에 취임한 이래로 유저들은 오랜 시간 지쳐 있었다. 트위터의 사용량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이제 정말 트위터에서 탈출하고 있다. 넥스트 트위터가 다가온다.


트위터의 통금 시간

600개의 리미트는 일종의 통금 시간이다. 어느 정도 놀았으면 이제 트위터를 끄라는 거다. 이유는 돈이다.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 학습에 트위터 게시글을 가져다 쓰는 게 불만이었던 머스크는 이미 지난 2월 API 제공을 유료화하고, 트윗덱(TweetDeck) 등 서드파티 앱 사용을 제한했다. 대신 돈을 내고 인증 마크를 받으면 조금 더 많은 트윗을 볼 수 있고, 서드파티 앱도 사용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한테 트위터는 언젠가 집에 들어가야 할 누군가가 ‘밖에서 나와 노는 곳’이다. 그런데 유저들한테 트위터는 그 자체로 가족들이 있는 집이다.

블루스카이 ; 가족을 찾아서

머스크의 ‘가족에게 돌아가라’는 트윗에 유저들은 ‘내 가족은 트위터에 있다’고 답한다. 유저들에게 중요한 건 내가 신뢰하고 구독하며 대화를 나누는 다른 유저들이다. 그들이 없어지면 트위터는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트위터 유저들이 가장 많이 이주해 있는, 트위터의 전 CEO 잭 도시가 설립한 블루스카이를 찾는다. 접속량은 역대 최고를 찍었고, 가입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정도였다. 블루스카이에 가입하기 위해 다른 유저들에게 초대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가입 대기자 명단에 190만 명이 줄을 섰다. 현재 사람들은 블루스카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주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내가 어디로 이주했는지 알려주는 사이트인 페디파인더(fedifinder)의 링크가 돌고 있다.

마스토돈 ; 탈중앙화된 플랫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부터 트위터 유저들은 늘 불만 가득했다. 바뀐 건 한 사람인데 달라진 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트위터가 꽤나 중앙집권적 형태라는 걸 알아버렸다. 트위터의 대체재로 거론되는 ‘마스토돈(Mastodon)’은 다르다. 이 서비스는 탈중앙화 되어 있다. 트위터가 하나의 커다란 광장이라면, 마스토돈은 여러 이야기를 하는 각자의 섬들이 뭉쳐 있는 형태의 페디버스(Fediverse)다. 탈중앙화된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주제에 대해 알아서 규칙을 정하고 위계 없이 뭉칠 수 있다.

스필 ; 혐오 표현 금지

마스토돈은 가입할 때 다섯 가지 원칙을 지켜 달라고 말한다. 혐오와 폭력, 성적 콘텐츠와 가짜 뉴스 등에 대해 주의하는 내용이다. 윤리 담당 부서 직원들을 해고하고 혐오 표현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따라 붙은 트위터와는 다른 모습이다. 트위터에서 해고된 흑인 직원 두 명이 만든 ‘스필(Spill)’이라는 새로운 SNS도 있다. 가입할 때 젠더와 인종을 선택해야 하고 혐오 표현이 불가능함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스필은 흑인과 퀴어, 미국 외 다양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담는 소셜 미디어가 되고자 한다.

트위터를 대체하지 못하는 넥스트 트위터

하지만 혐오 표현 없는 무균실 SNS는 가능할까. 주제별로 이용자들이 뭉치는 마스토돈의 경우,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인스턴스에서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종 차별 발언은 쉽게 제재 당하겠지만 그 외 인종을 대상으로 한 제노포비아 발언은 용인될 수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중앙화 한 구조가 각 집단의 편향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들이 트위터의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 가짓수가 너무 많고 서비스는 허술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미스키(Misskey)’, 트위터를 떠난 직원들이 만든 ‘T2’, 프리미엄 퍼블리셔 저널리즘 콘텐츠인 ‘포스트닷뉴스(Post.News)’, 광고 없이 3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스쿼블스(Squabbles.io)’ 등이 거론된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베타 모드로 가입이 원활하지 않고, 모바일 앱이 없으며, 서버 확보 문제를 겪고 있는 데다 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확실하지 않다.

트위터를 트위터로 만들었던 것

사람들을 SNS로 이끌었던 것은 경험이다. 돈을 낼 필요 없이, 편리하고 깔끔하게 한 번의 스크롤로 사람들과 광장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매끄러운 경험. 그러나 넥스트 트위터로 거론되는 서비스들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이전에 광장 자체가 단단하지 않은 모양새다. 마스토돈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부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용량이 증가했으나, 그 사용량이 쭉 유지되지는 않았다. 트위터의 커뮤니티를 그대로 옮기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졌던 탓이다. 대체재, 대피소의 역할만 하는 플랫폼은 유지될 수 없다. 언제나 트위터의 그늘에 있을 뿐이다.

스레드의 등장

그런데 여기에 공룡이 하나 추가된다. 7월 6일, 메타가 스레드를 출시한다. 메타의 엔지니어들은 수십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지금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매일같이 처리하고 있다. 메타는 사용자 경험을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스레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트위터와 성격은 다르겠지만, 수많은 트위터 난민들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 것만으로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스레드는 트위터처럼 운영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메타가 선택하는 모델은 돈이 안 되는 트위터보다는, 중간중간에 개인화된 광고가 삽입된 인스타그램 모델일 가능성이 더 크다.


IT MATTERS

유저는 온라인을 떠나지 않는데, 온라인은 돈을 따라 변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가치는 돈으로 판단된다. 이용자 한 명 한 명은 광고주와 투자자가 돈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얼마 전, 소셜 앱 ‘IRL’은 월간 활성 사용자를 2000만 명으로 밝혔으나 사용자 95퍼센트 이상이 허위 유저로 밝혀지면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들이 거짓말한 이유는 투자를 유치받기 위해서다. AI가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된다. 우리의 말이 그 자체로 돈이 되기 시작한 거다.

이전에 트위터는 자유와 평등, 관계라는 환상을 팔았다. 그 환상 덕에 트위터는 시민을 움직이게 하고 저널리즘이 주목하는 하나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연결이라는 소셜 네트워크의 환상은 몰락했고, 연결과 연결 사이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과제만이 남았다. 피드와 피드 사이에는 유저가 좋아할 만한 광고가 들어가야 하고, 더 많은 유저들이 광고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경험을 매끄럽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 역시 자본이다. 서버를 유지하고 개발자들을 채용할 수 있는 돈 말이다. 넥스트 트위터 서비스들은 트위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모으고 유지시킬 만한 지속 가능한 방법, 정확히는 돈을 굴릴 만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트위터가 몰락할 때 반짝 떠올랐다가 쓸쓸히 사라질 수 있다.

더 버지(The Verge)〉의 데이비드 피어스(David Pierce)는 트위터 사건을 지켜보며, 인터넷의 시대가 끝나간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퍼블릭에서 프라이빗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것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성장보다는 당장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경제 상황과 AI의 급부상이 겹친 결과다. 소셜 미디어라는 하나의 광장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사람들과 떠들며 즐겁게 어울리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의 몰락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글의 마지막에 그는 이런 문장을 남긴다. “모두가 그리운데,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I miss everybody, and I don’t know if I’ll ever find them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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