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브리핑

2024년 4월 12일, explained

세 개의 벨트가 있었고 두 명의 인물이 남았다.

2024년 4월 10일, 시민들이 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Kim Jae-Hwan/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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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비례 정당까지 합쳐 108석에 그쳤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지형 속에서 국정 운영을 펼치게 되었다.

WHY NOW

민주당 175석의 의미는 무엇일까. 151석이 되면 과반이다. 국회에서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180석을 넘기게 되면 패스트 트랙(법안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할 수 있다. 200석을 넘기게 되면 사실상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의결,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등이다. 민주당 단독으로는 법안 단독 처리까지, 12명의 비례 의원을 배출한 조국혁신당과 힘을 모으면 패스트 트랙까지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세 군데의 격전지에서 승패가 갈렸다. 한강 벨트, 낙동강 벨트, 반도체 벨트다. 다만, 각 지역에서 완벽한 승리는 없었다.

총선의 의미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었다. 그렇다고 선거가 오롯이 현 정권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다. 특히 의제가 실종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중 기후 위기는 당파를 초월해 그 심각성과 시급성 모두 동의하는 의제다. 지난 대선부터 ‘기후 유권자’의 존재가 도드라졌고, 이에 정치권도 반응을 보였다.

없었다: 기후 의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기후 위기 극복을 당 차원에서 본격적인 정치 의제로 처음 다루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일련의 기후 공약과 함께 기후 전문가인 박지혜 후보를 영입 인재 1호로 낙점했다. 녹색정의당은 ‘기후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기후학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기후 관련 의제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국민의힘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졌고, 녹색정의당은 원외 정당으로 밀려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박 후보는 지역구로 차출됐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전희경 전 의원을 꺾고 당선인 신분을 거머쥐었다. 전 전 의원의 강한 진영 색을 고려할 때, 22대 총선에서 기후 유권자의 힘이 증명된 사례로 볼 수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에서 지역 민심이 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있었다: 막말

이번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막말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전해졌다. 서울 강북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자로 나섰던 정봉주 전 의원은 이른바 ‘목발 경품’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었고 그 뒤를 이은 조수진 변호사는 성폭력 피의자 변호 과정에서 부적절한 변론을 펼친 것으로 드러나 역시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던 도태우 변호사를 텃밭인 대구 중구남구 지역구에 공천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공천을 취소했지만, 늦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흔들렸다: 한강 벨트

정치권에는 선거철마다 ‘벨트’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특정 지역들을 엮어 가로선을 그은 후 남북으로 거대 양당이 각각 얼마만큼 빼앗았고 수성했는지 따지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화제가 된 것은 ‘한강 벨트’였다. 수도권은 전통적으로 강남 3구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민주당이 강하다. 그런데 한강 변에 위치한 주요 선거구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며 유권자의 보수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북 지역에 위치한,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을 비롯해 광진, 동작 등이 그곳이다. 중도층이 두꺼워 원래도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석권했지만, 이기고 싶었던 곳에서는 이기지 못했다.

뒤집었다: 인물의 힘

한강 벨트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당선자들을 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용산(권영세), 동작을(나경원), 마포갑(조정훈) 등은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들의 복귀라는 점에서, 조정훈 당선인도 시대전환이라는 소수 정당의 대표를 역임했던 존재감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개인기로 승부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집값’이라는 변수도 만만치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따라붙는다. 이 중 동작을 지역은 민주당 입장에서 반드시 수성하고 싶은 지역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희망적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동작을 유세 현장에 8번이나 모습을 드러냈지만, 나경원 당선자가 기어코 뒤집었다. 그 외에 서울 지역에서는 도봉갑의 김재섭 당선자도 눈에 띈다. 19대부터 21대까지 민주당의 인재근 의원이 지키던 곳을 국민의힘의 87년생 청년 정치인이 가져간 것이다. 김 당선인은 평소 당에 대한 쓴소리에 거침없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 공천된 민주당 안귀령 전 YTN 아나운서와 맞붙어 여론조사에서는 내내 밀렸지만, 결국 승리했다.

탈환했다: 낙동강 벨트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우 지역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선자를 쉬이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국적인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예외적인 곳을 꼽자면 부산 서부권과 경남 김해 및 양산을 포함하는 ‘낙동강 벨트’다. 민주당 당선자를 배출한 일도 있고, 무엇보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착한 곳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작정하고 공략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이 7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3석에 그쳤다. 다만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중진 의원 3명을 재배치한 결과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만이 승리했다.

입성했다: 반도체 벨트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다. 수도권 의석의 절반이 경기도에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중심축은 반도체에 쏠려있다. 정치적 무게도 반도체 벨트에 쏠렸다. 수원정으로부터 시작해 용인, 화성 등으로 뻗어나간다. 지역에 따라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층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결론적으로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수원정에서는 막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민주당 김준혁 후보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끝내 꺾지 못하는 등 국민의힘은 1곳도 가져가지 못했다. 다만 반도체 벨트의 주인공은 민주당이 아니라 개혁신당의 이준석 당선인이다. 비례 정당인 조국혁신당을 제외하고는 제3지대가 전멸하다시피 한 이번 총선에서 4수 끝에 원내 입성하며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IT MATTERS

이번 총선의 특징으로 제3정당이라는 완충지대의 실종을 꼽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3정당이 등장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척을 지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인 연대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 비례 조국혁신당)’ 전략이 먹혀들었다. 조국혁신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12석. 20석을 채우면 교섭단체로 활동 가능하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당 국고보조금을 우선 지급받고 원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며 모든 위원회에 간사를 1인씩 파견할 수 있다. 영향력의 차원이 달라진다.

가능성은 아직 점쳐봐야 한다. 다만, 조국 대표는 새진보연합 소속으로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용혜인, 한창민 후보와 이미 연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부의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민주당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이다.

녹색정의당이 0석을 기록하고 심상정 원내대표가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정의당의 빈자리를 조국혁신당이 채울 수 있을까. 당을 만든 주역들의 면면은 두 당이 참으로 다르다. 조국혁신당은 시대가 원하는 제3당이 될 수 있을까. 이제부터 평가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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