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전쟁

2024년 4월 29일, weekend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 라인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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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메신저 앱 ‘라인’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라인 앱 사용자의 개인 정보 51만 건이 유출된 해킹 사건이 발단이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일본에서만 9600만 명이 사용한다. 라인 앱을 보유한 라인야후의 지분은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갖고 있다.

WHY NOW

인터넷에 국경이 세워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앱 틱톡을 내쫓고 있다. 유럽 연합(EU)은 미국 빅테크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인터넷 만리장성까지 세워 외국 서비스 사용을 막고 있다. 중동 권위주의 정권들도 중국의 성공 모델을 본떠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다. 기술은 지리와 언어의 장벽을 파괴하고 있지만, 정치가 인터넷을 가두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핸드폰 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먹통이 됐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 대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안부를 물었다. 네이버는 이런 변화를 포착하고 지진 발생 3개월 만에 라인 서비스를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6년 라인은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한다.

소프트뱅크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소프트뱅크의 야후는 일본의 국민 검색 엔진이다. 두 기업이 2010년대 후반 간편 결제 시장에서 맞붙었다. 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두 기업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치기로 한다. 라인과 야후가 합쳐져 탄생한 게 라인야후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 대 50 지분으로 A홀딩스를 만들고, A홀딩스가 라인야후의 지분 65퍼센트를 가지는 구조다.

경영권과 개발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지만, 엄연히 일본에서 영업하는 회사다 보니 소프트뱅크가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A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소프트뱅크에 양보했다. 이사회도 5명 중 3명을 소프트뱅크가 지명한다. 대신 네이버는 개발권을 확보했다. 경영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제품과 서비스 개발은 네이버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해킹

2023년 11월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협력사 직원의 PC가 악성 코드에 감염되면서 네이버와 일부 시스템을 공유하는 라인 앱 사용자의 나이, 성별, 구매 이력, 이메일 주소 등 51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우리로 치면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재발 방지책을 보고하라는 행정 지도를 했다.

총무성

그런데 일본 총무성이 요구한 재발 방지책은 보안 강화나 책임자 징계 같은 수준이 아니다.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라인야후가 라인 사용자 정보를 보관하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철저하게 감독하려면 네이버의 영향력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지분을 더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네이버의 지분을 넘기라는 얘기다.

한국 플랫폼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시스템 위탁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재발 방지책을 냈지만, 일본 총무성은 개선책을 다시 제출하라며 2차 행정 지도를 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에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하라고 요청했다. 이례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의 지분 변경을 요구한다. 즉 보안이 문제가 아니다. 라인이 한국 플랫폼인 것이 문제다. 일본 국민 메신저는 일본 기업이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7.75퍼센트

소프트뱅크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소프트뱅크 50퍼센트, 네이버 42.25퍼센트, 네이버의 투자 전문 자회사 제이허브 7.75퍼센트로 이뤄져 있다. 만약 제이허브의 지분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57.75퍼센트가 돼 라인야후를 지배하게 된다.

IT MATTERS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기업이 행정 지도를 따르지 않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라는 분석이 많다. 라인은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도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다른 나라들의 합작 법인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올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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