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랩스, NFT 파워하우스
5화

격변의 두 달 ; 2022년 2월~3월

BAYC의 베일을 벗겨라


2022년 1월, BAYC는 마침내 크립토펑크를 제치고 최고의 PFP NFT로 등극했다. 때마침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유가랩스가 a16z와 5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라는 소문이었다. 유가랩스가 짧은 기간 동안 보여 준 성공을 발판 삼아 높이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예상 밖의 논란들이 일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5일 연예계 소식과 가십 뉴스로 유명한 미국 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기자 케이티 노토폴러스(Katie Notopoulus)가 BAYC의 공동 창업자들의 실체를 밝힌다는 기사를 냈다. 그는 해당 기사에서 유가랩스의 두 명의 핵심 창업자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가가멜은 그렉 솔라노(Greg Solano)라는 32세의 작가이자 편집자였고 고든 고너는 와일리 아르노(Wylie Arnow)라는 35세의 남성이었다. 이전 인터뷰 기사들을 통해서도 공개됐듯 둘은 모두 플로리다에서 자랐으며 서로의 지인을 통해 교류하게 되었고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가가멜은 버지니아대학교 출신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게임 디자이너 중 한 명과 함께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나머지 두 명의 공동 창업자 엠페러 토마토 케첩, 노 사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케이티 노토폴러스는 “거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창업자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의 대표들은 그들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요구받는데, 유가랩스는 BAYC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실제 창업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크립토 업계 특히 BAYC의 팬 중 상당수는 이와 같은 신원 공개는 사생활 침해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어떤 팬은 기자에게 당신의 가족들의 실명도 공개시켜 주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유가랩스의 CEO 니콜 무니즈(Nicole Muniz)도 후일 웹3.0 전문 언론인 ‘D3 네트워크(D3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사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무니즈는 기사가 공개되기 단 30분 전에서야 연락을 받았으며 당시를 유가랩스 창업자와 가족에게 위험했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해당 기사의 내용은 그저 두 공동 창업자의 실명을 밝힌 것이 전부로, 폭로할 만큼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무니즈의 주장처럼, 기사 내용 대부분은 두 공동 창업자가 이전에 다른 인터뷰를 통해 공유했던 내용이었으며 일부는 기자의 추측에 불과했다. ‘신상 털기(Doxxing)’의 대상이 된 두 공동 창업자는 기사 배포 당일 자신들의 사진과 그들의 BAYC 이미지를 나란히 게시하며 왜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돼야 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GordonGoner 트위터
ⓒCryptoGarga 트위터
그러나 신상 공개 외에도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논란이 있었다. 먼저 BAYC의 밑그림을 담당한 동양계 여성 아티스트 세네카(Seneca)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니콜 무니즈 CEO는 BAYC 이미지 제작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에게 모두 100만 달러 이상 지급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케이티 노토폴러스는 앞서 소개한 기사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세네카에 접촉했으나 세네카는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는 BAYC의 원숭이 캐릭터의 복색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 저명한 가수들과 함께 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이더 립스(Ryder Ripps)가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는 2022년 1월 웹 사이트를 만들어 그가 2021년부터 모은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유가랩스와 나치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BAYC의 진실을 조명하겠다는 의도로 BAYC에 기반을 둔 새로운 NFT 컬렉션 ‘RR/BAYC’를 만들었다.
ⓒ gordongoner.com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듯했던 립스의 근거는 점차 퍼져나가 급기야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유가랩스의 두 창업자와 BAYC를 비난하는 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난이 일자 유가랩스는 ‘유가(Yuga)’의 의미가 라이더 립스의 주장처럼 극보수주의나 전통주의자가 즐겨 사용하는 개념에서 따온 것이 아닌, 게임 〈젤다의 전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임을 밝히는 정도로만 대응했다.

그러나 논란은 더 커졌다. 2022년 6월 한 유튜버가 립스의 근거를 토대로 한 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해당 영상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결국 유가랩스는 법적 대응에 나섰고, 오픈씨에 BAYC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만든 RR/BAYC의 제거를 요청했다. 더불어 BAYC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라이더 립스를 고소하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반유대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결성된 ‘안티 데퍼메이션 리그(Anti-Defamation League・ADL)’의 전문가들은 립스가 제시한 증거들에 의구심을 표했다. 많은 소송에 전문가로 참석한 바 있는 ADL의 시니어 연구원 마크 핏카비지(Mark Pitcavage)는 기술 전문 매체 ‘인풋(Input)’과의 인터뷰에서 립스가 주장한 BAYC 로고와 나치의 토텐코프 이미지 간에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크립토펑크, 유가랩스의 품에 안기다


공동 창업자들과 관련된 논란에 뒤숭숭해진 BAYC 커뮤니티에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유가랩스가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소문이 나온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3월 11일, 유가랩스와 라바랩스는 인수 성명을 발표했다. 뒤숭숭했던 분위기는 한순간 반전됐다. 유가랩스는 라바랩스로부터 423개의 크립토펑크, 1711개의 미비츠를 인수했고 이들의 저작권과 브랜드 및 로고를 포함한 기타 지식 재산권을 모두 보유하게 됐음을 알렸다.

인수 발표 후 유가랩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크립토펑크와 미비츠의 홀더들에게 자유로운 상업적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BAYC와 동일하게 멤버십 클럽 모델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덧붙여 두 컬렉션의 미래에 대해 무언가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커뮤니티의 의견부터 경청하겠다고 전했다. 이 성명문에서도 유가랩스가 PFP NFT 프로젝트의 운영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PFP NFT 프로젝트에서는 커뮤니티와 함께 산출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통적인 기업처럼 하향식(Top-down)으로 접근해서는 커뮤니티 구성원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또한 이야말로 웹3.0 업계의 탈중앙화 정신에도 부합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날 라바랩스의 공동 창업자들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번 인수가 그들이 유가랩스에 합류하거나 라바랩스를 매각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이어서 이번 계약을 진행한 이유도 밝혔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이 어떤 기술의 도입기에 그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데 있으며, PFP NFT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해 갈수록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운영하는 것이 적성이 아님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들의 개인적인 성격과 역량이 커뮤니티 관리, PR(Public Relation), 기타 PFP 사업을 이끌기 위해 매일 같이 요구되는 업무들을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가랩스의 공동 창업자들을 만났을 때 앞서 언급한 역량들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라바랩스의 두 공동 창업자는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떠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소유한 NFT는 두 창업자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오토글립스(Autoglyphs)’는 그대로 운영한다.

인수 발표 후 크립토펑크의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크립토슬램(CryptoSlam)에 따르면 발표 후 24시간 동안 크립토펑크는 1880만 달러, 한화 246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거래됐다. 이는 전일 대비 1219퍼센트 증가한 수치였다. 바닥 가격 또한 11퍼센트 상승한 75ETH를 기록했다. 미비츠도 동 기간 거래량이 1850만 달러로 전일 대비 529퍼센트 증가했고, 바닥 가격은 32퍼센트 상승해 5.6ETH를 기록했다. BAYC 또한 동 기간 거래량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바닥 가격은 8.99퍼센트포인트 상승하여 약 96.87ETH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 외에도 이 인수에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었다. 이미 BAYC가 크립토펑크를 역전하면서 최고의 PFP NFT 프로젝트로 등극한 상황이긴 했으나, 이번 인수를 통해 유가랩스는 최초의 PFP NFT까지 소유하게 됐다. 비로소 진정한 NFT 파워하우스로 거듭난 것이다.

해당 인수는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됐다. 가치 있는 IP 자산을 구매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랩스는 BAYC, MAYC, BAKC 등으로 구성된 BAYC 중심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라는 새로운 IP 자산을 확보했다. 흥행 산업의 특성을 띠는 PFP NFT 시장의 경우, 향후 어떠한 프로젝트가 어떤 형태로 언제 성공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유가랩스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패를 늘렸다. 

BAYC의 인수는 PFP NFT 산업 전반에도 의미 있는 발전이었다. 유가랩스와 아디다스의 파트너십 체결, 나이키의 아티팩트 인수로 NFT 분야가 산업화되는 모습을 보여 준 바 있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PFP NFT는 기업보다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했다.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던 크립토펑크가 투자를 논의 중이었던 유가랩스에 매각된 것은 PFP NFT 시장의 본격적인 기업화를 의미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파편적이었던 시장이 점차 소수의 상위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통합(consolidation)될 수도 있다는 단서였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웹3.0 커뮤니티 일부에서는 유가랩스의 크립토펑크와 미비츠 인수가 탈중앙화를 저해하는 움직임이라고 보기도 했다.

유가랩스가 인수를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 시장에는 연이어 놀라운 소식들이 전해졌다. 3월 17일에는 유가랩스가 자체 코인인 에이프코인의 출시를 발표했고, 바로 다음 날에는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Otherside)’의 티저 비디오를 공개했다.
(좌)ApeCoin 로고 (우)Otherside 로고
에이프코인 출시 소식과 아더사이드의 티저 비디오는 BAYC뿐만 아니라 전체 NFT 커뮤니티를 흥분시켰다. 티저 비디오에는 유가랩스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쿨캣(CoolCats)’, ‘크립토즈(Cryptoadz)’, ‘나운스(Nouns)’, ‘월드오브우먼(World of Woman)’ 등의 다른 블루칩 PFP NFT 프로젝트들이 함께 등장했다. 이 사실은 곧 아더사이드가 BAYC 유니버스를 넘어 전체 NFT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걸 시사했다.
ⓒBAYC 유튜브
티저 영상에 등장한 다른 PFP NFT 프로젝트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운스, 미비츠, 월드오브우먼, 크립토펑크, 크립토즈, MAYC, 쿨캣츠 ⓒBAYC 유튜브
3월 22일에는 a16z를 비롯한 글로벌 VC들의 시드 라운드(seed round) 투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투자 규모는 무려 4억 5000만 달러(5463억 원)였고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4조 8800억 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으로 알려진 ‘사이버펑크 2077’은 3472억 원에 개발됐다. 그 뒤를 2931억 원이 투입된 ‘GTA5’가 잇는다. 한국의 ‘리니지2’ 개발에는 500억 원이 투입됐다. 기존 게임 개발에 들인 액수를 고려할 때 유가랩스는 최소 한 번 이상 주사위를 굴려 볼 기회를 확보했다.

시드 라운드 투자에는 총 36곳의 VC와 기업이 참여했고 유가랩스는 14퍼센트의 지분을 내놨다. 한 곳당 평균 지분율은 0.5퍼센트 내외일 것으로 알려졌다. 웹3.0 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a16z가 딜을 주도했으며 코인베이스(Coinbase), FTX 트레이딩,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 문페이 등 웹3.0 업계의 쟁쟁한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삼성 넥스트(Samsung Next)와 해시드 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유가랩스는 시드 투자 자금으로 엔지니어와 오퍼레이션을 담당할 이들을 확충하는 한편, 조인트 벤처 설립과 파트너십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출된 문서가 말하는 것


한편, 투자 유치 소식이 공식 발표되기 며칠 전부터 NFT 업계에서는 비공식 문서 하나가 공유됐다. 유가랩스가 a16z에 제출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 제안서였다. 일반적으로 투자 제안서와 같은 문서는 외부로 유출될 일이 없다. 때문에 이 유출은 유가랩스의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에이프코인과 아더사이드의 출시 발표는 문서 유출 이후였기 때문에 해당 문서를 설명하는 기사들은 일종의 스포일러가 됐다. 유가랩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가가멜은 해당 문서는 이전 버전이며 심지어 자신과 고든 고너는 직접 본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가멜의 발언과 달리 이후 유가랩스의 행보는 문서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90페이지 분량의 문서는 ‘회사(Company), BAYC의 성과, 미래 & 로드맵(Future & Roadmap), 재무(Financials)’ 네 파트로 구성돼 있다. 각 파트의 내용을 통해 유가랩스의 계획을 살펴볼 수 있다.
가가멜이 BAYC의 디스코드 서버에서 유출된 문서에 대해 직접 해명한 내용 ⓒBAYC Discord

누가 일하는 회사인가

첫 번째 파트는 ‘회사’다. 첫 부분에는 실명을 공개한 C레벨 경영진의 명단과 이력을 담았다. CEO 니콜 무니즈는 소수 지분 투자자(Minority Partner)였으며 브랜드 육성에 이력을 가진 인물로 소개됐다. 무니즈는 소비자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했으며, 구글, 페이스북, 오스카(Oscar), 나이키, HBO, 스포티파이 등의 회사와 협업한 경험이 있었다. COO인 재스민 슈메이커(Jasmin Shoemaker)는 15년 이상 테크 업계에 몸담아 온 베테랑으로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서 오퍼레이션 업무를 맡아 왔다.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패트릭 에를룬드(Patrick Ehrlund) 또한 소수 지분 투자자인데 브랜드 스토리텔링 영역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 왔다. 게임 기업인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구글을 비롯한 기업과 칸예 웨스트 등의 아티스트와도 함께 일했다. 유가랩스는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46명의 직원을 모았으며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의 빅 테크 기업에서 일했거나 마케팅으로 유명한 대기업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유가랩스의 임직원 구성에서도 라바랩스와의 역량 차이가 두드러졌다. 유가랩스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기업화를 위해 브랜드, 마케팅, 테크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했다. 반면 라바랩스는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론칭한 이후에도 팀을 확장하지 않았다. 공동 창업자들 스스로도 계속해서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스(Google Creative Labs) 소속을 유지하며 겸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파트의 말미에서는 유가랩스의 향후 사업 방향을 간략히 언급했다. 유가랩스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공개했는데, IP 확장(신규 론칭 및 인수), 새로운 유틸리티 제공, 신제품 개발, 메타버스 영역 확장, 게임, 스트릿 웨어, 이벤트 등 버티컬 영역의 확장이었다. 다른 내용은 그들이 늘 추구해 왔던 영역이었으나, IP 확장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앞서 살펴 봤듯이 이 문서가 작성된 이후 유가랩스는 실제로 크립토펑크와 미비츠를 인수했으며, 아더사이드 게임 속의 새로운 NFT IP들을 론칭했다.

BAYC의 성과 지표

문서의 두 번째 파트는 BAYC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유가랩스는 BAYC가 최고의 블루칩 프로젝트인 이유를 제시했다. 크게 세 가지였는데, 앞서 살펴본 BAYC의 성공 요인 중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치했다. 우선 그들은 유틸리티가 핵심이라고 봤다. 그들에게 유틸리티는 멤버십이었다. 멤버십은 NFT의 희소성을 잘 살려 주는 장치였다. 홀더들에게 상업적 사용권을 부여한 것 역시 큰 성공 요인이었다고 봤다. 끝으로 셀럽들과 테크 업계 리더들의 지지 또한 하나의 요인으로 꼽았다.

BAYC가 달성한 정량적 성과 중 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BAYC의 누적 거래량이 오픈씨 전체 거래량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이다.[1] 2022년 4월 초 오픈씨 누적 거래량 기준 상위 100개 PFP NFT 프로젝트 중 유가랩스가 보유한 다섯 개 프로젝트의 누적 거래량은 42퍼센트에 달했다. 이러한 수치는 BAYC의 존재감을 보여줄 뿐 아니라 PFP NFT 시장 자체가 소수의 최상위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 또한 보여 준다.

미래와 로드맵

세 번째 ‘미래 & 로드맵’ 파트에서는 메타버스 사업의 청사진을 밝혔다. 유가랩스는 메타를 포함한 많은 회사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아직 진정한 메타버스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의 소셜 허브는 메타버스를 구현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메타버스 제품 각각은 연결되지 않을 것임을 문제로 꼽았다. 그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게임 ‘메타(Meta)RPG’를 내세웠다. 이 계획은 이후 아더사이드 게임으로 발표됐다.

또한 유가랩스는 BAYC의 세계관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를 위해 더 큰 NFT 커뮤니티가 BAYC 세계관에 합류하길 바랐다. 만일 진정으로 탈중앙화되고 상호 정보 교환이 가능한(Interoperable) 메타버스를 만든다면 실현 가능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들은 게임상의 돈을 실제 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유저들이 게임 속의 땅과 자원을 소유하면서, 모두가 자신의 NFT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고, 누구나 게임 속에서 자산을 생성해 낼 수 있는 공간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SDK(Software Development Kit・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인 게임(in-game) 앱스토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DK를 통해 유저들은 기존 NFT 컬렉션이든 새로운 IP이든 누구나 게임의 캐릭터, 스킨, 디지털 의류, 장비를 직접 창조할 수 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소유권이 주어지고 교환도 가능하다.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유가랩스는 이미 블록체인 투자사인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와 레이싱 게임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가랩스는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핵심에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위한 화폐인 에이프코인이 있었다. 유출 문서에는 에이프코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소개되지 않았다. 다음 장에서 유가랩스의 에이프코인 비화를 다룬다.

다음은 메타RPG에 대한 설명이었다. 메타RPG는 랜드 세일과 함께 시작된다. 여기서 랜드 세일은 말 그대로 가상 공간의 토지를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문서 속에 담긴 랜드 세일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랜드는 총 20만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애니모카 브랜드를 통해 출시된다. 20만 개 중에 10만 개는 초기 배포(Genesis drop)로 초기 발행된다. 보통 초기 배포는 더 많은 유틸리티와 특전이 보장되므로 의미가 깊다. 이렇게 초기 배포된 10만 개 중 30퍼센트는 BAYC와 MAYC 홀더에게 지급되고 70퍼센트는 퍼블릭 세일 형태로 판매될 계획이었다.[2] 랜드 가격은 1ETH로 설정됐다. 유가랩스는 랜드 판매를 통해 2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랜드들은 랜덤하게 각종 자원과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게임 내에서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는 ‘코다(Koda)’를 받을 수 있었다. 코다 또한 총 1만 개가 랜덤하게 배정된다.

메타버스를 제작하겠다는 계획과 별개로, 유가랩스는 에이프코인과 아더사이드 론칭을 통해 다시 한번 신규 회원 모집을 시도했다. MAYC 발행 때와 메커니즘은 동일했다. 에이프코인과 아더사이드의 NFT 발행은 기존 BAYC 유니버스 멤버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고, 높은 가격 때문에 BAYC 유니버스 진입을 망설였던 이들에게는 입장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저 잘 포장된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의문을 보인다. 유가랩스의 방식이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는 방식이었는지 혹은 폰지 사기였는지는 결국 아더사이드가 ‘레디 플레이어 원 모먼트(Ready Player One Moment)’[3]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렸다.

유가랩스의 재정

마지막 파트는 유가랩스의 재무 정보를 다룬다. 먼저 손익 계산서(Income Statement)부터 살펴보자. 2021년에 기록한 총 수익(Total Revenue)은 1억 3700만 달러(1500억 원)였다. 2022년에는 2021년 매출의 네 배에 달하는 5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맨 아래에 기록된 순이익률(Net revenue) 또한 놀라운 수치였다. 2021년에는 92.4퍼센트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아더사이드 등 제품 개발에 비용이 투입되면서 84.4퍼센트로 추정됐다.
비용(expense) 부분에서는 총 비용(Total Expense)을 18배가량 늘릴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유가랩스의 올해 사업이 대대적으로 확장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세부 항목을 보면 절대적인 액수는 모두 증액되었으나 총 비용 대비 비중 관점에서는 증감이 있다. 이를 통해 유가랩스의 향후 사업 운영 기조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유가랩스가 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던 성명문 내용대로 제품과 기술 개발 그리고 인력 유치를 위한 예산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유가랩스가 아더사이드 등의 제품 개발에 진력할 것임을 보여 준다.
‘전략적 투자’ 페이지에서는 비용 사용처와 기대 수익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커뮤니티 빌딩 항목에서는 APE FEST 등 이벤트 개최 비용으로 1600만 달러(2100억 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건은 투자 수익(return)의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보았는데, 유가랩스가 브랜드 조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니 게임 제작에 2800만 달러(37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수익은 20배(5억 6000만 달러, 7400억 원)를 기대했다. 끝으로 랜드에는 500만 달러(66억 원)를 투입해 77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었다.
문서에서는 2022년 수익원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항목은 아더사이드의 토지 민팅 수익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BAYC의 2차 거래 수수료였다. 유가랩스는 BAYC의 연간 2차 거래 수수료 수익이 1억 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의 항목 중 ‘Mecha Ape’와 ‘Mechanical Dogs’에 대한 내용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2022년 내에 에이프코인과 아더사이드 외에 다른 NFT 컬렉션을 발행한다면 이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NFT 시장에서는 ‘고블린(Goblins)’이라는 항목을 둘러싸고 수많은 소문이 들렸다. 위의 표와 같이 유가랩스는 민팅 수익과 2차 거래 수수료 수익을 구분하여 기재했다. 그런데 랜드, Mecha Ape, Mechanical Dogs는 모두 민팅 수익을 명시했는데, 고블린의 경우에는 2차 거래 수수료 수익만 제시돼 있다. 이는 이미 고블린을 론칭한 상황이거나 처음에 무료로 배포했을 때에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가랩스가 2022년 중에 고블린이라는 NFT 컬렉션을 무료 배포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고블린 타운(Goblin Town)’이라는 이름의 PFP NFT 프로젝트가 2022년 5월에 론칭됐다. 게다가 무료로 배포됐다. 이들은 특유의 기괴한 그림과 트위터 스페이스(Space)[4] 상에서 홀더들이 고블린 소리를 흉내 내는 콘셉트로 웹3.0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성공적인 블루칩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NFT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배후가 유가랩스라고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출범 한 달여 후 고블린 타운의 창업자와 유가랩스의 가가멜이 두 회사 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문서의 Goblins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블린타운 오픈씨 등록 이미지 ⓒOpenSea 홈페이지
[1]
참고로 크립토펑크가 BAYC보다 출시된 시점이 이르고 먼저 최고의 PFP NFT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더 높은 누적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2]
나머지 10만 개는 추후 배포될 계획이었다.
[3]
레디 플레이어 원 모먼트(Ready Player One Moment)는 메타버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관련하여 만들어진 용어이다. 해당 영화의 수준으로 메타버스가 구현됐음을 나타낸다.
[4]
트위터가 제공하는 음성 채팅 서비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