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의 바다로 진격하라
완결

담론의 바다로 진격하라

중국은 놀라운 규모와 야망을 가지고 전 세계적인 선전 활동의 일환으로 매스컴을 매점하고 외국 기자들이 중국에 대해 좋게 말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중국 국영 방송국의 런던 허브를 신설하려던 채용팀은 이력서를 살펴보다가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중국의 관점에서 뉴스를 보도하는’ 90개의 일자리에 6000명이 몰려들어서 이력서를 읽는 간단한 작업에만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중국 글로벌 TV 네트워크(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CGTN)는 런던 서부 치스윅(Chiswick)에 위치한 최첨단 제작 스튜디오와 경쟁력 있는 연봉으로 끝없는 예산 삭감에 의기소침해진 서구 저널리스트들을 유혹한다. 2016년 중국 중앙 TV(China Central Television·CCTV) 인터내셔널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CGTN은 중국 미디어를 전 세계에 급속히 확산시키는 주역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대로 CGTN은 “중국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이념적 지향에 기여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중국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접근은 방어적이고 반응적이었으며, 주로 국내 시청자를 목표로 했다. 이러한 노력은 콘텐츠가 중국 내에서 자취를 감추는 결과로 나타났다. 티베트, 타이완,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같은 민감한 주제가 보도될 때면 외국 잡지는 페이지가 찢겨 나가고, BBC 뉴스 화면은 검은색으로 깜박였다. 중국 당국은 국내 검열이나 해당 언론사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 특파원 추방 등의 조잡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은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유료 기사 형태의 광고, 후원 저널리즘 보도, 후원자들에 의해 과도하게 다듬어진 긍정적 메시지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세계의 정보 환경을 재편하고자 한다. 국내에서는 언론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자유 언론의 취약점을 이용하려고 한다.

가장 간단한 형태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수십 개의 명망 있는 국제 간행물에 중국을 선전하는 증보판이 실리도록 후원하는 방법이 있다. 호주에서 터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분포한 독립 방송국들의 전파에 국영 중국 라디오 인터내셔널(China Radio International·CRI)의 방송 내용을 실어 보내는 음흉한 방식도 사용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중국의 후원을 받는 로비스트들이 베이징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제3의 대변인’이라 불리는 지지자들을 양성하고 있고,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흔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모든 경비를 지원하는 관광으로 전 세계 언론인들을 유혹하고, 매년 수십 명의 외국인 기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학위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여 ‘중국에 대해 좋게 말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2003년 인민해방군의 정치적 목표가 기술된 공식 문서가 수정됐을 때부터 소위 ‘미디어 전쟁’은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전략이 되었다. 목표는 해외 여론을 움직여 외국 정부들이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정책을 세우게 하는 것이다. CIA 분석가였고 현재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Jamestown Foundation)에서 중국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피터 매티스(Peter Mattis)는 “중국 공산당은 관념의 세계를 선점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불리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막거나 선취권을 획득하기 위해 선전을 벌이는 것이다”고 말한다.

때로는 전통적인 검열이 여기에 포함된다. 즉 반대자들을 협박하거나, 반대 의견을 유통하는 플랫폼을 단속하거나, 단순히 해당 미디어를 사들이는 것 등이다.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을 통해 꾸준히 세계의 디지털 인프라를 통제해 왔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으며, TV 위성을 발사하고 광섬유 케이블과 데이터 센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전 세계로 정보를 전달하는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언론인은 물론 뉴스의 제작과 유통 수단에 이르기까지 장악력을 높여 가고 있다.

중국의 선전 공세는 서툴고 둔하다고 무시되곤 하지만, 우리가 5개월간 조사한 결과는 세계의 정보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공세와 야심, 규모와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뉴스 클릭을 늘리려는 전쟁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도전받지 않은 서구 미디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중국이 ‘담론의 힘’을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선전 공세는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이 되었다.

동시에 중국 지도부는 부활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개념을 전파하면서 세계의 무게 중심을 동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도 언론인들에게 무료 여행이나 고위 관리 접근 권한과 같은 미끼를 제공하면서 언론인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그런 나라들과는 달리 다양한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언론을 공산당의 ‘눈, 귀, 혀, 목’으로 여기며, 저널리즘을 당이 승인한 사건 진술 외에는 모두 배제하는 서술 훈련으로 생각한다. 중국에게 미디어는 ‘세계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이자 동시에 공격 무기가 되었다.
 

그날 나는 우리가 스파이라고 느꼈다. 선을 그을 시간이 되었다.


나이지리아의 탐사 보도 기자 다요 아이예탄(Dayo Aiyetan)은 2012년 CCTV가 케냐에 아프리카 허브를 개설하고 몇 년이 지난 뒤 받은 전화를 아직 기억한다. 아이예탄은 나이지리아 최고의 탐사 보도 센터를 설립하고, 불법적으로 숲을 벌채한 중국 사업가를 적발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국 국영 방송사의 새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면 현재 연봉의 최소 두 배 이상은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아이예탄은 돈과 안정적인 일자리에 유혹을 받았지만, 이제 막 탐사 보도 센터를 설립한 터라 거절했다.

아프리카는 중국 미디어가 국제적으로 확장된 첫 번째 장소라는 이유로 실험 무대가 되었다. 이런 노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한층 거세졌는데, 이는 잇따른 비판적 보도, 특히 인권 문제와 성화 봉송 과정에서 발생한 티베트 지지 시위 보도에 중국 지도자들이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중국은 전 세계 미디어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66억 달러(7조 5000억 원)를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첫 국제 진출은 CCTV 아프리카였다. CCTV 아프리카는 아이예탄처럼 존경받는 언론인을 즉시 영입하기 위해 나섰다.

CCTV는 서구 관점의 서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기회와 자금을 아프리카 지역 기자들에게 약속했다. 케냐의 선도적 텔레비전 방송국 중 하나인 KTN에서 CCTV로 이적한 베아트리체 마샬(Beatrice Marshall) 기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우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샬의 존재는 CCTV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고, 그는 기자들의 독립적인 편집을 계속 강조했다.
베이징에 있는 CCTV 본사(오른쪽). (이미지: Ed Jones/AFP/Getty)
CCTV의 아프리카 보도를 연구한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객원 연구원 비비안 마쉬(Vivien Marsh)는 그런 주장에 회의적이다. 마쉬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에 관한 CCTV의 보도를 분석했는데, 기사의 17퍼센트가 의사와 의료 지원을 제공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마쉬는 “그들은 긍정적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중국을 자비로운 부모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힘, 관대함, 그리고 세계적 현안의 중심인 중국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CGTN은 현재 영어 채널뿐 아니라 스페인어, 불어, 아랍어와 러시아어 채널도 방송한다).

지난 6년간 CGTN은 아프리카 전역으로 계속 확장되었다. CGTN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위치한 아프리카 유니언(African Union) 건물 내 ‘권력의 회랑’에 설치된 TV에 방송을 내보내고, 르완다, 가나를 포함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농촌 마을 수천 곳에 무료로 방송을 송출했다. 방송 내용은 중국 정부와 강한 유대 관계를 가진 중국 미디어 회사 ‘스타타임스(StarTimes)’가 제공한 것이다. 스타타임스는 중국과 아프리카 채널을 함께 묶은 상품을 가장 싼 패키지로 제공하는데, BBC나 알자지라 채널은 비싸게 책정해 시청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그들은 중국의 선전에 대한 시청자의 접근을 확대한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유료 TV 가입자 2400만 명 중 1000만 명이 자신의 시청자라고 주장한다. 산업 분석가들은 이런 수치가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방송사들은 이미 스타타임스가 일부 아프리카 미디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8년 9월 가나 독립 방송 협회는 “스타타임스가 가나의 디지털 전송 인프라와 위성 방송을 통제한다면, 가나는 방송을 사실상 중국의 통제와 콘텐츠에 내어 주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와 그 외 지역에서 중국 국영 방송의 일자리는 비(非)중국 언론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높은 연봉을 제공한다. 2012년 CCTV의 워싱턴 본부가 출범했을 때, 남미에 근거지를 둔 전․현직 BBC 특파원 중 최소 5명이 이 방송사에 합류했다. 당시 합류한 이들 중 하나였고, 현재는 알자지라에서 일하는 다니엘 슈바임러(Daniel Schweimler)는 비록 많은 이들이 자기 기사를 보진 않았겠지만, CCTV에서 일할 때 재미있었고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에서 일하는 외국 기자들은 자신의 기사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신화통신은 예산의 40퍼센트를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받으며, AP 통신 등 다른 통신사처럼 전 세계의 신문사에 기사를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근무했던 어떤 사람은 “내 기사를 백만 명이 아닌 1억 명이 보고 있다”고 자랑했다(우리가 인터뷰한 다른 수십 명과 같이, 그는 보복 위험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기 훨씬 전인 1931년에 설립된 신화통신은 당 대변지로서 전문 용어로 가득한 기사들로 당의 새로운 방향과 정책 변화를 알린다. 시진핑이 토고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거나, 대형 채소를 검사했다거나, 장난감 공장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거나 하는 등 많은 칼럼이 시진핑의 지루한 연설과 하루 일정을 알리는 데 사용된다.

신화통신에 근무했던 어떤 사람은 그의 일을 이렇게 묘사했다. “일종의 창의적 글쓰기와 저널리즘을 결합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신화통신의 시드니 지부에서 일했던 크리스티안 클레이 에드워즈(Christian Claye Edwards)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목적은 중국의 어젠다를 크게, 명백하게, 뚜렷하게 미는 것이다. 시스템의 균열을 찾아내 이를 악용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 8년 동안 6명의 총리를 두었던 호주 정치의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강조해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훼손시키는 것이 하나의 예다. “내 업무의 일부는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기록되지도 않았다.”

중국 국영 방송에 근무했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에드워즈는 자신의 업무 대부분이 당론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 고위 관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통신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얼마나 확대하는가의 문제는 한참 떨어진 두 번째 목표였다. 그러나 2014년 에드워즈가 떠난 후 신화통신은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화통신의 트위터 계정이 하나의 증거다. 중국에서 트위터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통신의 트위터 계정은 1억 17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 국영 언론 기관에서는 일반적으로 철저한 검열이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언론인이 어떤 기사가 적절한지, 어떤 의견 제시가 필요한지를 빠르게 습득하기 때문이다. 2년간 남미 CCTV에서 일한 다니엘 슈바임러(Daniel Schweimler)는 말한다. “나는 우리가 부드러운 선전의 도구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러시아 투데이는 말할 것도 없고, BBC나 알자지라보다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지 않는 한 우리는 베이징이나 워싱턴의 간섭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하곤 했다.”

2012년 달라이 라마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신화통신 오타와 지부에서 기자로 일하던 마크 부리(Mark Bourrie)는 타협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되었다. 방문 당일, 부리는 티베트 영적 지도자의 기자 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 기자 자격증을 사용하고,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당시 캐나다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리가 그 정보가 기사에 사용될 것인지 묻자, 그의 상관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훗날 “그날 나는 우리가 스파이라고 느꼈다. 선을 그을 시간이 되었다”라는 글을 썼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사직했다. 현재 변호사인 부리는 이 이야기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절했다.

부리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중국 국영 언론에서 일했던 세 명의 소식통들은 뉴스가 아닌, 오직 고위 관리 보고용임을 알고서도 기밀 보고서를 종종 썼다고 고백했다. 호주 애들레이드의 도시 계획에 관한 기밀 보고서를 쓴 에드워즈는 이 보고서를 정부 고객을 위해 매우 낮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중국 공무원용 연구 보고”라고 간주했다.

중국의 저널리즘, 선전 작업, 영향력 행사와 첩보 사이의 희미한 경계는 워싱턴의 걱정거리다. 2018년 9월 중순, 미국은 외국 단체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에 따라 CGTN과 신화통신이 등록을 하도록 명령했는데, 이 법은 외국 정치권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준정치적 활동을 하는 요원들에게 활동 내용과 자금뿐 아니라 그들의 관계를 기록할 것을 요구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대책 본부장을 맡았던 폴 마나포트(Paul Manafort)가 우크라이나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외국인 로비스트 등록을 하지 않아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2018년 미국 의회 위원회는 “중국의 정보 수집과 정보 전쟁에 중국 국영 언론 기관의 직원들이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80년이 지난 지금, ‘외국이 중국을 섬기게 하라’는 전략은 단순히 우호적인 보도를 대가로 내부자 접근을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국이 중국을 섬기게 하라’는 마오쩌둥이 가장 선호한 전략 중 하나다. 1930년대 미국 언론인 에드가 스노우(Edgar Snow)에게 접근을 허용한 결정이 전형적인 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책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은 공산주의가 서구의 공감을 얻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진보적인 반(反)파시스트라고 묘사되어 있다.

80년이 지난 지금, ‘외국이 중국을 섬기게 하라’는 전략은 단순히 우호적인 보도를 대가로 내부자 접근을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의 이익을 위해 외국인을 고용한 언론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2012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기간 중 기자 간담회가 연이어 열렸는데, 정부 관리들이 한 젊은 호주 여성의 질문을 거듭 채택했다. 외국 언론사의 베이징 특파원들에게는 낯선 얼굴이었다. 그녀는 유창한 중국어와 우호적인 질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호주 멜버른에 본부를 둔 글로벌 CAMG 미디어 그룹에서 일하던 안드레아 유(Andrea Yu)라는 여성이었다. 지역 사업가인 토미 장(Tommy Jiang)이 설립한 글로벌 CAMG의 소유권 구조를 들여다보면 회사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모호하다.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Guoguang Century Media Consultancy라는 그룹이 60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그룹은 국영 방송사인 차이나 라디오 인터내셔널(China Radio International·CRI)이 소유하고 있다. 토미 장의 다른 회사인 오스타(Ostar)와 글로벌 CAMG는 호주에 적어도 11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CRI의 콘텐츠를 실어 나르면서 중국 친화적인 쇼를 제작해 호주 내 중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른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에 팔고 있다.

이 사건 이후 기자들이 안드레아 유를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가짜 외국인 기자’라고 비난하자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입사했을 때 나는 회사와 정부의 관계에 대해 약간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녀는 바로 CAMG를 떠났지만 2년 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또 다른 CAMG 소속의 호주인 루이스 케니(Louise Kenny)는 앞잡이라는 비난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정부가 승인한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 외국 라디오 방송국을 이용하는 것은 CRI 회장이 말한 “Jie Chuan Chu Hai”, 즉, ‘바다로 나가기 위해 배를 빌리는’ 전략이다. 2015년 로이터 통신은 14개국에서 CRI 콘텐츠를 방송하는 33개 라디오 방송국의 비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세 회사 중 하나가 글로벌 CAMG라고 보고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그들의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오스타를 포함한 이 네트워크는 현재는 35개 국가에서 58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의 투쟁적인 연설에 따르면 CRI 콘텐츠는 미국에서만 30개 이상의 매스컴에서 방송되고 있다. 이 콘텐츠를 누가 듣고 있는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중국은 출판물에도 유사한 ‘빌린 배’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국영 영자 신문인 차이나 데일리는 매달 ‘차이나 워치’라는 4페이지 또는 8페이지 분량의 증보판을 실어 주는 계약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 포스트, 영국 텔레그래프 등 최소 30개의 외국 신문과 체결했다. 이 증보판 선전물은 교훈적이고 오래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헤드라인에는 “티베트는 지난 40년 동안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시진핑 주석이 개방 조치를 발표한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원을 칭찬한다”가 포함되어 있다.
세계로 퍼진 차이나 워치 신문 증보판. (이미지: Guardian graphic. 조사: Julia Bergin)
정확한 수치를 구하긴 어렵지만, 한 보고에 의하면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월 1회 차이나 워치 증보판을 실어 주는 대가로 매년 75만 파운드(11억 2300만 원)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데일리 메일은 취해서 만신창이가 된 신부 들러리 이야기, 화장품을 사기 위해 어린 자녀를 인신매매업자에게 팔았던 젊은 엄마 이야기 등 중국을 주제로 하는 미끼 기사들을 주로 제공하는 중국 정부 대변지인 인민일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공유 거래는 차이나 데일리가 미국에서 엄청난 지출을 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다. 차이나 데일리는 2017년 이후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2억 800만 달러(2360억 원)를 지출했는데, 외국 단체 등록법에 따라 등록된 지출 중 외국 정부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금액이다.

‘빌린 배’ 전략은 콘텐츠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이 지저분하고 따분하며 선전성이 농후한 증보판을 실제로 볼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피터 매티스는 “내용 중 일부는 오직 정당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되고 전 세계 많은 신문에 게재된다면, 이는 게재된 견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게 된다.”

2018년 9월 중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거짓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이런 관행을 비판했다. 그의 분노는 아이오와에 본부를 둔 디모인 레지스터(Des Moines Register)의 차이나 워치 증보판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무역 전쟁에 대한 농촌의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중국은 디모인 레지스터를 포함한 여러 신문들에 뉴스처럼 만든 선전 광고를 싣고 있다. 이것이 무역과 시장 개방에서 중국을 때리는 이유이며, 농부들은 이 일이 끝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것을 아주 쉽게 만들었다. 기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것을 통제한다.


시진핑 시대에는 선전이 사업이 되었다. 리우 치바오(Liu Qibao) 중국 중앙선전부 부장은 2014년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도 문화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시장의 힘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하면서 이 접근법을 지지했다. 선전을 자본화하려는 노력은 약삭빠른 기업인들에게 국영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해외 지부들에 자금을 대는 방식을 통해 중국 고위직의 비위를 맞출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은 캔터베리 대학의 앤 마리 브래디(Anne-Marie Brady) 교수가 쓴 것처럼 ‘외국 배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배를 노골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편집권 독립과 엄정한 보도로 명성이 높았던 115년 역사의 홍콩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SCMP)가 2015년 중국 최고 부호에게 인수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사례다. 기업 가치가 420억 달러(47조 65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Alibaba)의 마윈(Jack Ma) 회장은 중국 정부로부터 구매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 그는 “내가 만일 다른 사람들의 억측에 휘둘렸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 알리바바의 부회장 조셉 차이(Joseph Tsai)는 알리바바의 인수 이후 SCMP는 서구 언론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중국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서구 언론사에서 일하는 많은 기자들은 중국의 지배 체제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보도 관점이 손상될 수 있다. 우리는 상황을 다르게 보며, 상황은 있는 그대로 보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회장이자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소유주인 마윈. (이미지: STR/AFP/Getty)
이 미션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만다린어를 구사하는 35세의 CEO 게리 리우(Gary Liu)에게 맡겨졌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디지털 뉴스 회사 디그(Digg)의 CEO를 지냈고, 그 전에는 음악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했다. 우리가 그와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면서 “SCMP가 조셉 차이의 비전을 잘 충족시키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약간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소유주들은 그들만의 문법을 가지고 있고, 신문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중국을 객관적으로 다루고, 매우, 매우 복잡한 이야기의 양면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그의 말처럼 SCMP의 역할은 ‘중국에 대한 국제 여론을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리우는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받고 있다. 직원들은 SCMP의 예산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어떤 직원은 신입 사원이 영화 〈벤허〉의 등장인물처럼 많다고도 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SCMP는 세밀한 정치적 분석과 인권 변호사, 종교 탄압과 같은 기존의 민감한 문제를 계속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냉소주의자들은 SCMP가 신화통신의 복사판을 면하기는 했지만, 시진핑 이야기, 친(親)베이징 성향의 사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 기사들을 점점 더 두드러지게 게재하는 등 일종의 중국 일간지로 변질되고 있다고 농담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신문에서 ‘현대의 공자’로 묘사되는 소유주 마윈을 하품이 날 정도로 끊임없이 보도하는 것과 결합되어 있다.

특히 두 기사가 심한 비판을 받았다. 첫째는, 1년 전 경찰에 구금되면서 사라진 젊은 여성 인권 활동가 자오웨이(Zhao Wei)와 가졌던 2016년 인터뷰다. 과거의 행동을 철회한다는 그 활동가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은 마오 시대의 ‘자아비판’을 떠올리게 했다. 1년 뒤 그녀가 협박의 공포 속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년간 감시가 심한 감옥에 억류된 끝에 ‘솔직한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대화도, 산책도 금지되었다. 손, 발, 자세… 그 모든 신체 활동이 철저하게 제한되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초 SCMP는 출판업자 구이민하이(Gui Minhai)와 ‘중국 정부가 주도한’ 인터뷰를 진행해 다시 비판을 받았다. 스웨덴 국적의 출판업자 구이민하이는 중국 지도부의 사생활에 관한 책을 펴낸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는데, 2015년 태국의 자택에서 사라진 뒤 2016년 중국에서 경찰에 구금된 채로 나타났다. SCMP와의 인터뷰는 보안 요원이 배석한 채로 구금 시설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리우는 그의 감독하에서 SCMP는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리우는 SCMP가 정부로부터 보도 강요가 아닌 초대를 받았으며, 구이민하이와의 인터뷰는 저널리즘적 가치를 근거로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위급 편집국원들이 함께 모여 논의했다. 우리에게는 보여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사가 보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기사들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구이민하이의 양쪽에 보안 요원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리우는 “정부 선전에서 예상되는 보도 방식과 실제로 우리가 보도하는 방식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홍콩 사람들은 한때 기록을 중시하는 저널로 인식되었던 신문이 중국 정부를 대신하여 강요된 자백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SCMP의 중국에 대한 직설적인 보도마저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이 신문에 기고해 온 스티븐 바인스(Stephen Vines)는 “모두 교묘한 속임수다. 많은 것들이 그럴듯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라고 말한다. 2018년 11월 바인즈는 더 이상 SCMP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현직 SCMP 기자는 ‘언론 자유의 겉치레’라고 묘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기사에서 빠지거나 바뀌는 부분은 많지 않다. 기사가 확산되는 것은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것을 아주 쉽게 만들었다. 기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것을 통제한다.” SCMP는 검열에 대한 대중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해 왔는데, 검열 비판에 대해 ‘분개하여 복수를 벼르는 퇴직자’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자금은 남아프리카를 포함해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신문사에도 투입되고 있다. 유명 신문사 20곳을 운영하는 남아프리카 2위의 미디어 그룹 인디펜던트 미디어(Independent Media)의 지분 20퍼센트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이 신문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최근 남아프리카의 기자 아자드 에사(Azad Essa)가 중국의 위구르인 억류를 비판하는 칼럼을 인디펜던트 미디어가 발행하는 수많은 신문에 게재했다가 몇 시간 뒤 게재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 미디어는 지면 구성을 새롭게 바꾸면서 칼럼니스트들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아자드 에사는 이후에도 외교 정책 관련 기사의 예봉을 꺾지 않았다. “레드 라인은 두껍고 협상도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뉴스룸의 위기를 감안할 때 레드 라인에 정면으로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아프리카 동맹국들은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정확히 중국이 바라는 미디어 환경이다.” 이는 비단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국의 미디어가 전 세계에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구의 거대 언론사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의 미디어 제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싸움은 뉴스 제작 수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오늘날 호주는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다. 그 중심에 중국의 억만장자 후앙 시앙모(Huang Xiangmo)가 있다. 2017년 호주 노동당 상원의원 샘 다스티아리(Sam Dastyari)는 후앙 시앙모와의 유착 스캔들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3년 전 후앙은 시드니 공과 대학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ACRI(Australia China Relations Institute) 설립에 1800만 호주 달러(144억 5000만 원)의 종잣돈을 제공했다. 호주 외무부 장관을 지낸 밥 카(Bob Carr)가 이끄는 ACRI의 설립 목적은 ‘호주-중국 관계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견해’를 증진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ACRI는 적어도 28명의 유명 호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중국 연구 투어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전체 경비는 물론이고 특별한 접근도 제공했다. ‘ACRI의 손님’ 또는 ‘모든 중국 언론 협회의 손님’이라는 주석이 붙은 채 숨 가쁘게 이어진 결과 보고 기사들은 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 기사들은 중국의 현대성, 규모에 대한 찬가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이니셔티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나 그 밖의 다른 어떤 정책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말 것을 호주인들에게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 소식통들은 이런 전략이 호주에서 보도되는 중국 기사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자 스티븐 조스케(Stephen Joske)는 중국의 경제적 도전에 관한 ACRI의 첫 번째 투어를 언급하면서 관련 보도의 무비판적인 어조를 지적했다. “호주의 엘리트들은 중국을 거의 모르고 있다. 정보의 공백이 있는데, ACRI가 지원하는 기자들은 그 공백을 매우 일방적인 정보로 채우고 있다.”

연구 투어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여행은 환상적이었다. 호주 내의 중국 관련 보도는 보통 일당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내용을 넘어서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기술, 사업, 무역 분야에서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보도는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여행을 좀 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2016년 ACRI가 후원하는 여행을 다녀온 ABC 방송의 경제 특파원 피터 라이언(Peter Ryan)은 “그들의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여행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 여행에 대해 질문하자 ACRI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조직했던 유사한 여행들과 비교할 때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답했다. ACRI 대변인은 “ACRI는 기사 내용을 두고 한 번도 기자들에게 로비를 한 적이 없다. 기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어떠한 입장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행의 현물 지원은 중화 전국 신문 공작자 협회(All-China Journalists Association)가 제공했는데, 이 기관의 임무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좋게 전달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퍼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후앙 시앙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가 ACRI의 영업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CRI는 이 게임에서 비교적 신참에 속한다. 홍콩 출신의 백만장자 둥젠화(Tung Chee-hwa)가 이끄는 중·미 교류 재단(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Cusef)은 2009년 이래 40개 언론사, 127명의 미국 언론인과 상하원 의원을 중국으로 데려갔다. 둥젠화는 중국 정부의 자문 기구인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Chinese People’s Political Consultative Conference) 부주석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어서 중·미 교류 재단은 외국 단체 등록법에 따라 주요 외국 기관(foreign principal)으로 등록되었다.

중·미 교류 재단이 어떻게 미국 내 중국 관련 기사를 좌지우지했는지에 대한 실상은 2009년부터 이 재단을 위해 일해 온 홍보 회사가 작성한 외국 단체 등록법 기록물에서 찾을 수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와 카다피 가족을 대변하고, 카타르 월드컵 유치전에서 활약했던 BLJ 월드와이드는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언론인 투어를 조직하고 소위 ‘제3의 지지자’들을 양성했다. 2010년 1년간 BLJ의 목표는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국 매체에 매달 약 2만 달러(2270만 원)를 지불하고 주당 평균 3개의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에 작성된 메모에 따르면 BLJ는 제3의 지지자 8명의 명단을 작성해 추천했는데, “이들은 자신의 기명 논평을 쓰거나, 중·미 교류 재단을 지지하거나, 미디어 선택에 잠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2010년에는 미국 학생들이 티베트 관련 중국의 역할에 비판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영향을 미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기록도 있다. BLJ는 4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토한 후, “티베트 자치구에서의 중국의 행동을 옹호하고 홍보하기 위해 강력하고 사실적인 대항 내러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미 교류 재단은 미국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야심 찬 문화 외교 계획을 추진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2018년 1월의 메모에 따르면, 그 계획 중 하나는 ‘궁호(Gung-Ho)’로 불리는 중국인 타운을 디트로이트에 만드는 것이었다. 그 기록에는 800~1000만 달러(90~113억 원)의 예산과 양국 모두의 디자인 요소를 사용해 전체 도시 블록을 중국의 혁신을 보여 주는 사례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 메모는 심지어 궁호 지역의 발전을 “미·중 관계의 약속을 위한 살아 있는 상징”으로 보여 주는 리얼리티 TV쇼 촬영도 제안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위태로운 상황을 감안할 때 “뉴스 매체들이 이 프로젝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 메모는 결론을 내린다.

중·미 교류 재단은 활동에 관한 질문에 성명으로 응답했다. “우리는 미국 국민과 중국 국민의 소통과 이해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우리의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진실성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BLJ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언론인들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는 단기 연구 투어를 넘어, 개발 도상국 기자들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 운영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설립된 중국 공공 외교 협회의 후원하에 공식화되었다. 5년 동안 500명의 남미와 카리브해 기자들을, 2020년까지 매년 1000명의 아프리카 기자들을 훈련한다는 매우 야심 찬 목표가 세워졌다.

이 계획을 통해 외국 기자들은 중국 자체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저널리즘의 관점도 함께 교육받게 된다.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비판적 보도나 객관성과 같은 저널리즘의 이상은 적대적일 뿐 아니라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문서 9(Document 9)’로 알려진 중국 정부의 유출 문서에는 서구 언론의 궁극적 목표가 ‘우리 이데올로기에 침투할 수 있는 통로를 뚫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2018년에 발표된 CGTN 비디오 시리즈에는 이러한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유명한 중국 언론인들이 비중국계 인사들이 서구적인 언론 가치에 의해 세뇌당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비디오에서 서구적 가치는 사회에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신화통신의 편집인인 뤼준(Luo Jun)은 “우리는 보도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 의식이 검열로 간주된다면 그것은 좋은 검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젊은 국제 기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추진되는 거대한 국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기자들에게 언론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레지 유제니오(Greggy Eugenio)는 모든 비용이 무료인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필리핀 언론인이다. 유제니오는 10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여행하고 연구했을 뿐 아니라 국영 TV 방송국에서 6주간의 인턴십도 경험했다. 또한, 베이징 인민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 과정을 밟으며 일주일에 두 번은 언어, 문화, 정치, 뉴미디어 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유제니오는 “이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를 풀고 마음을 열게 했다”고 이메일을 통해 말했다. “정부 소유의 국영 미디어가 저널리즘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중국의 미디어는 여전히 잘되고 있으며 국민은 그들의 작업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그는 필리핀 국영 통신사에 기사를 송고해 왔으며, 다음 달에 프로그램이 끝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어떤 관측자들은 러시아 투데이나 이란의 프레스 TV와 같은 권위주의적 선전 네트워크의 확장이 과대평가되었으며, 세계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활동은 더 크고 다각적이다. 국내에서는 거대한 세 개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하나로 합쳐 세계 최대의 방송사 ‘중국의 목소리(Voice of China)’를 건설하고 있다. 동시에 조직 개편을 통해 이 ‘선전 기계’의 책임 소관을 정부에서 공산당으로 이양했다. 이로 인해 공산당은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디지털 고속도로를 구축하면서 스타타임스 같은 대리인을 활용해 글로벌 통신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사라 쿡(Sarah Cook)은 말한다. “진정으로 탁월한 것은 모든 콘텐츠를 제어하려 하지 않고 정보의 흐름에서 핵심 연결 고리를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당장은 위협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정보의 연결 고리들을 제어하게 되면 이를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골적인 힘의 과시는 확신이라는 새로운 분위기를 시사한다. 정보 전쟁 시대에는 “힘을 숨기고 호기를 기다리라”던 등소평의 격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새로운 국제적 위상에 맞는 담론 역량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2018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중국 전문가 집단은 중국이 더 공격적으로 힘을 투영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과의 교류를 장려하는 데 지난 수십 년을 보냈지만, 그들은 “금융 자본 투자의 폭과 깊이 측면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보여 주는 야망과 밀도를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과 그 대리인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들은 경쟁을 잠재우기 위해 시장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에게 담론의 힘은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흡수되거나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게재될 플랫폼이 없이 방치되거나, 중국이 ‘빌리거나 구매한’ 배들이 만들어 낸 긍정적인 메시지들의 바다에 빠져 버린다. 서구의 거대 언론사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의 미디어 제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인 싸움은 뉴스 제작 수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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