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정치, 사회
‘구하라 법’을 구하라
자녀 양육을 외면했던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 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법안을 재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일 보도 자료를 내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핵심 요약: 일명 ‘구하라 법’은 재산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의 부양 의무’를 더하는 민법 개정안이다. 가수 구하라 씨 사망과 친모의 재산 상속 이후 발의됐지만, 20대 국회를 넘지 못하고 이번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하지만 부양의 의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유족 간 법정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 받을 때만 부모: 고(故) 구하라 씨의 친모가 집을 나간 지 20여 년 만에 나타나 구 씨의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양육의 의무를 안 지킨 부모가 자녀 재산을 뒤늦게 상속받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 현행 민법은 상속 1순위로 직계 비속(배우자·자녀·손자), 2순위로 직계 존속(부모·조부모)을 규정한다. 3순위가 형제·자매다. 자녀나 배우자가 없던 구하라 씨의 경우, 부모가 1순위 재산 상속자가 된다.
  • 이에 구 씨 친오빠가 친모의 재산 상속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고, 20대 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민법 1004조 상속 결격 사유에 ‘직계 존속 중 부양 의무를 현저히 해태(懈怠·게을리)한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 개정안은 심사 문턱을 못 넘고 지난 5월 20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심사에서는 ‘현저히 해태한’이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하라 법’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다시 발의한 상태다.

억울한 유족들: ‘구하라 법’의 처리 지연으로 연이 끊겼던 친부모가 뒤늦게 자녀 재산을 상속받는 피해 유족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달에는 딸이 암으로 숨지자 생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보험금과 유산 등 1억 5000만 원을 상속받는 일이 알려졌다. 생모는 출산 직후 1년 정도를 제외하고 가족과 연락조차 하지 않았지만, 현행법은 생모의 상속을 막지 못했다.
  • 지난 6월에도 32년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친모가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 급여와 연금, 퇴직금까지 1억 원 넘게 받아 간 사실이 전해졌다. 다만 법원은 해당 친모에게 밀린 양육비 7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 과거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자녀를 외면했던 비정한 부모가 뒤늦게 사망 보상금과 보험금을 타낸 일이 전해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저히’ 기준이 문제: 법조계에서는 수십 년간 양육을 외면하지 않은 이상, ‘현저히 게으르다’는 표현은 상속의 기준으로 삼기에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유족 간 법정 분쟁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17년에 “가족 형태나 경제적 여건이 다양해 부양 의무를 상속 결격 사유로 보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서영교 의원은 “‘현저히’라는 표현은 현재 민법 14개 조항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며 “다른 나라도 부양 의무와 관련해 ‘현저히’ 또는 ‘중대하게’라는 용어를 쓴다”고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법원 판례를 통해 문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1월 2일 사회
킥라니를 만난 적 있나요
다음 달부터 전동 킥보드 규제가 완화된다.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증 없이도 탈 수 있도록 하는 법이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최근 높아진 인기를 반영해서다. 전국의 공유 전동 킥보드 수는 5만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심 요약: 레저용이던 전동 킥보드는 하나의 교통수단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버스와 지하철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한몫했다. 하지만 안전사고 등 부작용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 2명이 킥보드를 타다 차에 치여 숨졌다. 규제를 풀기에 앞서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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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7일 사회
“독감 백신, 그래도 맞는 게 안전”
만 62~69세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26일 시작됐다. 정부는 최근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와 백신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독감 예방 접종 후 사망자는 59명(25일 기준)이다.

핵심 요약: 보건 당국은 “정부와 전문가들을 믿고 백신을 맞아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잇따른 사망자 발생으로 불안감이 높지만, 독감 백신 접종으로 얻을 이득이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된 사례도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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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6일 사회
발암 물질만큼 건강 해치는 야간 택배 노동
잇따른 택배 기사들의 사망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알려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NS에서는 “새벽 총알 택배를 안 쓰겠다”는 소비자 선언도 이어진다. 야간 택배 노동이 ‘2급 발암 물질’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핵심 요약: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 택배 노동자들은 매일 새벽 고정적으로 7~8시간 동안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삶의 질 하락과 건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또 야간과 추가 근로 수당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대다수였다. 야간 택배 노동의 실태를 다룬 보고서의 핵심을 소개한다.
저임금 고노동: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5월 《노동리뷰》에는 ‘이윤추구형 야간노동: 야간 배송기사 사례’라는 연구 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 저자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을 담당하는 정규직 택배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조사했다. 그는 “처우 개선은 약하고 노동 강도는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다운로드 받기
  • 야간 노동자들은 보통 밤 10시에서 오전 7~8시까지 일했다. 매일 휴식 1시간과 추가 근로 1시간이 포함돼 있다. 이 시간 동안 물건을 분류하고, 많게는 100~200개의 상품 배달을 마쳐야 한다. 주 5일 근무다. 휴무일은 회사와 조율한다.
  • 기본급은 2019년 기준 약 175~249만 원이다. 여기에 추가 근로와 야간 수당, 식대, 성과급 등이 더해진다. 월 급여는 세전 250~390만 원 수준이다. 저자는 “비정규직이나 처음 일을 하는 노동자는 사실상 최저 임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 계속 늘어나는 배송 물량을 처리하느라 사실상 정시 퇴근은 어렵다. 담당 지역이 아닌 먼 곳으로 추가 배송을 가거나, 배송이 늦은 동료를 지원하는 일도 생긴다. 주야간 근무자 간 교대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는 야간 고정 노동: 택배 업체는 야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 이내 근무와 4대 보험, 복지 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자는 무엇보다 ‘야간 고정 노동’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 연일 밤샘 작업은 건강에 직격탄을 날린다. 생체 리듬이 깨지는 탓에, 신체 피로도 축적이 주간 근무보다 빠르다. 생활 스트레스도 높다. “지인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등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증언이다.
  •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 노동을 ‘2급 발암 물질’로 규정한다. ‘동물에게는 암 발병이 확인됐으며, 사람에게도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뜻한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야간 노동을 ‘유해 요인’으로 규정한다.
  • 사고 우려도 높다. 한 노동자는 “작은 손전등에 의지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난다”고 밝혔다. 서둘러 배송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야간 배송을 1년 이상 하는 노동자는 드물었다. 업체도 구인난에 시달린다.

사람이 다치는데 더 빨리 받으면 뭐 하나: 보고서는 “야간 택배가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기업이 야간 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건강 검진 등의 혜택을 택배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사회의 미래 자원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야간 노동 또한 마찬가지”라며 사회 전체의 고민도 요구했다. SNS에는 노동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새벽 배송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불매 선언도 올라오고 있다.

관련 주제 읽기: 28년 만의 휴가, 배달은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2020년 10월 20일 사회
무함마드 풍자가 부른 참수
프랑스의 중학교 교사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언론사 만평을 활용해 표현의 자유를 가르쳤다가 지난 16일 참수를 당했다. 이슬람교도 용의자는 경찰 추격 끝에 사살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핵심 요약: 숨진 교사가 수업 자료로 활용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2015년에 총기 난사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창시자 무함마드의 모습에 대한 묘사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 내 주류 사회와 600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이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참수된 표현의 자유: 콩플랑 생토노린 지역 부아돈 중학교의 사뮈엘 파티 역사·지리 교사는 지난 5일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해 그린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 줬다. 표현의 자유를 가르친다는 취지였다.
  • 《샤를리 에브도》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무함마드 만평을 싣고 과격 이슬람교도를 풍자했다. 2015년에는 이슬람 급진주의자 2명이 편집국에 쳐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편집국장을 비롯한 12명이 사망했지만, 《샤를리 에브도》는 굴하지 않고 있다.
  • 사뮈엘 파티 교사는 해당 만평이 이슬람교 학생들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리고, “교실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가 학교에 거세게 항의했고, 교사 신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뮈엘 파티 교사도 명예 훼손으로 맞섰다.
  • 해당 교사는 결국 지난 16일 오후 대로변에서 참수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의자인 18살 압둘라 안초로브는 경찰 추격에 흉기로 맞서다 총격에 사살됐다.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이슬람교도인 그는 범행 직후 SNS에 시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무함마드 묘사는 금기: 무함마드는 610년경 알라의 계시를 받아 이슬람교를 만든 창시자이자 선지자로 추앙받는다.
  • 이슬람교에선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거나 만드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무함마드의 얼굴을 보는 것 자체도 불경스러운 일로 여긴다. 이슬람교는 우상 숭배를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 초기 이슬람 문헌에는 무함마드의 초상화가 그려지거나, 외형이 글로 적혀 있기도 하다. 이후 무함마드는 빛과 불꽃으로 표현되는 등 신성함을 더해, 묘사가 불가한 이슬람교의 절대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 이슬람교는 특히 다른 나라나 문화에서 종교에 대한 몰이해 속에 무함마드가 표현되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뉴욕 법원 옥상에 모세, 공자 같은 다른 선지자 9명과 함께 만들어진 무함마드의 조형도 1955년에 철거됐다.

서방과 이슬람 갈등 커지나: 프랑스 전역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SNS에는 ‘#나도 교사다(#JeSuisProf)’ 해시태그가 퍼져 나가고 있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21일 국가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프랑스 내 600만 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는 추모 물결에 반발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이 서방 국가와 이슬람 사회의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이 과격 이슬람교도를 ‘바보’로 폄하하고, 무함마드의 나체를 그리는 등 표현의 자유를 넘어 인종 혐오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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