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정조준하다

5월 13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에픽게임즈·애플 소송의 핵심은 수수료 이면의 시장 독점 여부다. 빅테크 기업을 향한 공정 거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글로벌 앱 생태계의 미래가 달린 재판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 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이 시작한 겁니다. 지난 3일 첫 공판이 열린 이번 재판은 이달 24일까지 약 3주에 걸쳐 진행됩니다.

두 기업의 마찰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픽이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자체 결제 기능을 도입하고 할인 이벤트까지 열자, 애플은 즉시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시켰습니다. 이에 에픽이 소송을 제기했고, 애플도 즉각 맞고소로 대응했습니다.

일개 게임 개발사가 거대 공룡 IT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에픽과 애플 간 법정 싸움의 이면에 담긴 주요 쟁점과 이번 재판 이후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살펴봅니다.
 

전쟁의 서막, 인앱 결제와 7:3


이번 소송전의 표면적인 원인은 인앱 결제(IAP·In-App Purchase) 방식과 과도한 수수료입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의 자체 결제 시스템이 적용된 앱스토어에서만 유료 앱을 결제하고, 게임 아이템 등 콘텐츠를 구매해야 합니다. 애플의 강제 사항이기 때문인데요, 이를 인앱 결제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때 애플은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수익의 30퍼센트를 수수료로 떼갑니다. 양질의 앱을 선별해 배포하고 앱 생태계를 관리한다는 게 명분입니다. 앱스토어에는 200만 개 이상의 앱이 등록돼 있는데, 이렇게 올린 앱스토어 매출은 2019년 기준, 5190억 달러(626조 원)에 달합니다.

에픽 CEO 팀 스위니는 2018년부터 애플의 인앱 결제 방식과 과도한 수수료를 ‘애플세’라고 비판하며 개선책을 요구해 왔는데요,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어에서 삭제되자 그는 곧바로 유튜브에 애플을 조롱하는 패러디 광고를 올리고, 트위터에 “피 터지는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트나이트의 앱스토어 퇴출 후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전설적 광고로 꼽히는 ‘1984’를 패러디했다. 해당 영상에서 애플은 빅브라더로 묘사된다. 영상 우측 하단에 작게 등장하는 게 애플의 ‘1984’ 원본이다.
 

반독점법 위반이냐 계약 위반이냐


에픽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습니다. 앱스토어를 “벽으로 갇힌 정원(Walled Garden)”이라고 비유하며, 애플의 폐쇄적인 앱 배포, 결제 시스템이 경쟁을 저해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없앴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애플은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책은 안전과 보안을 위한 것이며, 특히 각종 금융 사기, 악성 소프트웨어로부터 아이폰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라는 입장입니다.

애플은 또 에픽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독점을 외치며 임의로 자체 결제 수단을 도입한 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자, 절도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포트나이트는 앱스토어에서 6억 달러(730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며 “에픽은 그저 수수료가 싫은 거대 기업일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엇갈린 시장 독점 해석법


이번 재판은 애플의 시장 독점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입니다. 독점은 특정 시장에서 개별 기업이 지위와 권력을 남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양사는 분쟁의 본질을 정의하는 관점에서도 입장차를 보여 왔습니다.

에픽 변호인단은 앱 개발사 및 기업들이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아이폰을 사용해야 하는데, 애플이 이러한 상황을 악용한다고 지적합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대한 독점권 즉, 스마트폰 점유율을 온라인 결제 점유율로 이동시켰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애플 변호인단은 아이폰은 고객에게 접근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수수료도 업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박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은 게임 시장에 관한 문제로, 포트나이트는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 게임기, PC 등 모든 플랫폼에 적용되기에 애플에 독점권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재판에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는 애플, 에픽게임즈의 CEO 팀 쿡(좌), 팀 스위니(우) ©Apple, wikipedia

 

전쟁은 계속된다


이번 전쟁에서 애플이 패한다면 이제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경로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애플이 이번 판결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통상 반독점 소송에서는 시장의 범위를 정의하는 데 어려움이 크고, 이 때문에 원고가 이긴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와 별개로, 개발사 및 주요국 경쟁 당국의 반독점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에픽은 지난해 9월 스포티파이, 틴더, 타일 등 다수의 개발사와 ‘앱 공정성 연합(The Coalition for App Fairness)’을 결성했습니다.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또 지난달 EU 경쟁 당국은 애플뮤직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애플의 자사 우대 행위를 근거로 공소장 격인 심사 보고서를 보냈고, 11일 영국에서는 애플이 지배력을 남용한 과도한 수수료 정책으로 경쟁법을 위반했다며 15억 파운드(2.4조 원) 규모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에픽의 제소 이후 궁지에 몰린 애플은 올해부터 연간 앱 수익 100만 달러(11억 2400만 원) 이하 개발사의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췄습니다. 그런데도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옵니다. 전체 개발사의 98퍼센트가 혜택 대상이지만 이들의 앱스토어 매출 비중은 5퍼센트 미만으로, 애플 수익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공정 거래가 테크 업계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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