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 무신사

5월 27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무신사는 승리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우리가 사랑한, 사랑하게 될 패션의 모든 것. 다 무신사랑 해.” 배우 유아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 올린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계속해서 몸값을 높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벤처 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2000억 원을 투자받아 우리나라 10번째 유니콘이 된 지 1년 3개월 만인 올해 3월, 13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한 겁니다. 현재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2조 5000억 원으로 평가됩니다.

추가 투자의 배경으로는 무신사의 가파른 매출 상승세가 꼽힙니다. 코로나19로 패션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지난해에도 무신사는 3391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019년 대비 51퍼센트 증가한 수준인데요,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5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작년에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으로서는 최초로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무신사의 목표 거래액은 1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달 초에는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한다고도 밝혔습니다. 40조 원 규모로 파악되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무신사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고작 2~3퍼센트 남짓입니다. 그런데도 단일 플랫폼 사업자로서 거대 유통 공룡들과 대등한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무신사의 비즈니스 전략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신발 덕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무신사는 패션 관련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무신사 매거진 캡처 화면
무신사는 온라인 신발 동호회에서 출발했습니다. 2001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이제는 추억의 포털이 된 프리챌에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의미의 커뮤니티를 개설했습니다. 조 대표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나이키, 아디다스 한정판 운동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외 브랜드 신발 등을 찍어 올렸습니다. 스마트폰도, SNS도 없었던 당시 이곳은 빠르게 신발 덕후들의 성지가 됩니다.

카테고리는 신발에서 의류, 잡화 등으로 점점 확장했습니다. 패션 디자인 학과에 진학한 조 대표가 현장의 매력을 담기 위해 동대문, 강남 등지의 길거리 패션을 찍어 올리면서 무신사는 신발을 넘어 패션 전반을 담아내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러던 2003년 프리챌이 커뮤니티 유료화 정책을 발표하자 조 대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요, 무신사닷컴이라는 독립된 사이트를 만든 겁니다. 대다수 커뮤니티가 다음(DAUM) 카페로 이전한 것과 다른 행보였습니다.

이때부터 무신사닷컴은 단순 사진을 올리는 공간이 아닌 대체 불가한 패션 커뮤니티로 성격이 변합니다. 신상품 및 할인 정보, 스타일링 팁 등을 정제된 콘텐츠로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는 무신사 매거진으로 사이트 이름을 바꾸고 전문 에디터, 사진작가를 고용해 실질적인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도 무신사 편집팀은 뉴스, 무신사 TV(유튜브 채널), 룩북 등 퀄리티 높은 자체 패션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커뮤니티와 결합한 커머스


전 상품 무료 배송을 외치며 2009년 본격적으로 커머스 영역에 진출한 무신사는 더 큰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무신사 스토어를 열기 전 이미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25만 명에 달하는 팬덤을 거느리고 있던 터라, 일반적인 신생 플랫폼과 달리 쉽고 빠르게 고객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비보다 고객의 시간을 빼앗아야 한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문을 태생부터 커뮤니티였던 무신사는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는 시장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 자료에서도 드러납니다. 무신사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5퍼센트가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48퍼센트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무신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품을 사기 위해” 접속한다는 응답자 비율 52퍼센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고객을 무신사에 묶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강력한 1인자가 없던 온라인 남성 패션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은 초창기 무신사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합니다. 무신사는 여타 패션 플랫폼과 달리, 전체 회원 840만 명 가운에 절반 이상이 남성이며, 대다수는 2030 세대입니다. 이들은 오프라인 쇼핑에는 소극적이지만 트렌드에는 아주 민감한 특성을 보이는데, 이들에게 무신사는 가장 쉽게 패션 정보를 얻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커머스 채널입니다.
 

재무제표를 바꾼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가 이달 28일 홍대에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무신사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는 사업 다각화, 특히 그 가운데서도 PB 상품(Private Brand Products·자체 개발 상품)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에 기인합니다. 2015년 론칭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모던 베이직 캐주얼 웨어’를 콘셉트로 이른바 ‘기본템’, ‘필수템’이라 불리는 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평정하고 있습니다. 대표 상품인 무지 티셔츠와 슬랙스는 지난해에만 100만 장 이상 팔렸고, 블레이저 자켓은 2019년 대비 판매량이 172퍼센트 늘었습니다.

이는 무신사 수익 구조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2020년 무신사 재무제표 수익 항목을 살펴보면 1136억 원가량의 상품 매출이 잡힙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로, 무신사 전체 수익의 34.2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입점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매출에 수익을 의존하는 타 플랫폼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2019년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은 수수료 매출을 뛰어넘어 수익 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재무제표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쟁력은 기존 SPA 브랜드에서 주로 소비하던 제품을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무신사라는 일상화된 채널에서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신사의 주요 타깃인 2030 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일 무역 갈등으로 빚어진 노노재팬(NO JAPAN) 캠페인 영향으로 무신사 스탠다드는 ‘유니클로보다 싼’ 대체 브랜드로 부상했고, 오는 28일에는 홍대에 첫 번째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열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시장 새 판 짜기


무신사의 광폭 행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시장이 아닙니다. 최근 커뮤니티 기반 패션 플랫폼들의 수익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의 유통 공룡 기업들은 대규모 플랫폼 인수전을 펼쳤습니다. 윤여정 배우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지그재그의 운영사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에 인수됐고, 여성 패션 시장 1인자로 불리는 W컨셉은 지난달 신세계그룹에 인수됐습니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라는 명성을 쉽사리 넘겨줄 마음 없는 무신사도, 이달 초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W컨셉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에 고배를 마신 무신사가 그동안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MZ 여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스타일쉐어는 1020 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700만 명에 달하며, 29CM는 이삼십 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종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이토록 여성 고객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패션 업계의 핵심 소비자가 2030 세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무신사가 평정한 남성 소비자는 대개 구매력과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수요도 중저가 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자체 여성 패션 플랫폼 우신사(WUSINSA)를 론칭하고도 후발 주자인 탓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무신사가 여성 패션 시장에서 점유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내 유일 패션 유니콘의 비상이 계속되려면?


최근 5년간 무신사는 연평균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커뮤니티 기반 커머스 플랫폼과 PB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한 덕입니다. 그러나 무신사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을 자회사로 분사해, 5000억 원 규모의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금도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무신사의 앞길에 장밋빛 성장만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몸집을 키우며 치열한 전쟁을 예고한 경쟁 플랫폼 말고, 의외의 복병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바로 무신사의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지난 3월 스타트업 퓨처웍스는 무신사 솔드아웃이 자사 앱 ‘쏠닷’의 카피캣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여성 고객에만 할인 쿠폰을 제공해 논란이 되자 조 대표의 두 차례에 걸친 사과에도 다수 남성 고객이 이탈했고, 이달에는 프로모션 이미지에서 남성 혐오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최근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자 과거의 위기 사례까지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책상을 탁 쳤더니 억 하고 말라서”라는 카피로 박종철 열사 비하 논란이 인 양말 광고, 입점 브랜드에 대한 갑질 논란 등입니다. 패션 컨설팅 업체 MPI 최현호 대표는 2019년에 이미 “급성장 속도 대비 내재 역량 축적의 한계가 곳곳에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2년 무신사의 IPO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유니콘으로 더욱 비상하기 위해서는 투명과 공정에 열망이 높은 MZ 세대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고객 서비스(CS), 품질 관리 등 무신사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5월 27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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