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는 사업 다각화, 특히 그 가운데서도 PB 상품(Private Brand Products·자체 개발 상품)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에 기인합니다. 2015년 론칭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모던 베이직 캐주얼 웨어’를 콘셉트로 이른바 ‘기본템’, ‘필수템’이라 불리는 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평정하고 있습니다. 대표 상품인 무지 티셔츠와 슬랙스는 지난해에만 100만 장 이상 팔렸고, 블레이저 자켓은 2019년 대비 판매량이 172퍼센트
늘었습니다.
이는 무신사 수익 구조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2020년 무신사 재무제표 수익 항목을 살펴보면 1136억 원가량의 상품 매출이 잡힙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로, 무신사 전체 수익의 34.2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입점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매출에 수익을 의존하는 타 플랫폼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2019년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은 수수료 매출을 뛰어넘어 수익 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재무제표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쟁력은 기존 SPA 브랜드에서 주로 소비하던 제품을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무신사라는 일상화된 채널에서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신사의 주요 타깃인 2030 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일 무역 갈등으로 빚어진 노노재팬(NO JAPAN) 캠페인 영향으로 무신사 스탠다드는 ‘유니클로보다 싼’ 대체 브랜드로 부상했고, 오는 28일에는 홍대에 첫 번째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열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시장 새 판 짜기
무신사의 광폭 행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시장이 아닙니다. 최근 커뮤니티 기반 패션 플랫폼들의 수익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의 유통 공룡 기업들은 대규모 플랫폼 인수전을 펼쳤습니다. 윤여정 배우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지그재그의 운영사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에 인수됐고, 여성 패션 시장 1인자로 불리는 W컨셉은 지난달 신세계그룹에
인수됐습니다.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라는 명성을 쉽사리 넘겨줄 마음 없는 무신사도, 이달 초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W컨셉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에 고배를 마신 무신사가 그동안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MZ 여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스타일쉐어는 1020 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700만 명에 달하며, 29CM는 이삼십 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종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이토록 여성 고객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패션 업계의 핵심 소비자가 2030 세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무신사가 평정한 남성 소비자는 대개 구매력과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수요도 중저가 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자체 여성 패션 플랫폼 우신사(WUSINSA)를 론칭하고도 후발 주자인 탓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무신사가 여성 패션 시장에서 점유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내 유일 패션 유니콘의 비상이 계속되려면?
최근 5년간 무신사는 연평균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커뮤니티 기반 커머스 플랫폼과 PB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한 덕입니다. 그러나 무신사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을 자회사로 분사해, 5000억 원 규모의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금도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무신사의 앞길에 장밋빛 성장만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몸집을 키우며 치열한 전쟁을 예고한 경쟁 플랫폼 말고, 의외의 복병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바로 무신사의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지난 3월 스타트업 퓨처웍스는 무신사 솔드아웃이 자사 앱 ‘쏠닷’의 카피캣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여성 고객에만 할인 쿠폰을 제공해 논란이 되자 조 대표의 두 차례에 걸친 사과에도 다수 남성 고객이 이탈했고, 이달에는 프로모션 이미지에서 남성 혐오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최근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자 과거의 위기 사례까지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책상을 탁 쳤더니 억 하고 말라서”라는 카피로 박종철 열사 비하 논란이 인 양말 광고, 입점 브랜드에 대한 갑질 논란 등입니다. 패션 컨설팅 업체 MPI 최현호 대표는 2019년에 이미 “급성장 속도 대비 내재 역량 축적의 한계가 곳곳에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2년 무신사의 IPO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유니콘으로 더욱 비상하기 위해서는 투명과 공정에 열망이 높은 MZ 세대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고객 서비스(CS), 품질 관리 등 무신사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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