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코닥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10년 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불후의 경쟁사, 후지필름 때문입니다. 코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시점, 후지필름은 일찍이 피벗 과정에 성공했습니다. 사진 필름을 만들던 기술력을 살려 화장품, 제약, 의료 분야로 당차게 진출한 것이죠. 현재 후지필름은 바이오산업의 대가라는 명성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최근엔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나섰는데요. 사진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지필름만의 클라우드, ‘포토뱅크’가 지난 2019년
출시되었습니다. 비록 ‘구글 포토’, ‘아마존 포토’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에 밀려 빛을 발하진 못했으나, 후지필름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후지필름 비즈니스이노베이션(구 후지필름 제록스)은 2015년부터 문서관리 소프트웨어 ‘도큐웍스’를 꾸준히 출시해 오고
있습니다. 파일 변환 서비스 등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작업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후지필름 도큐웍스의 목표입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구글 문서와의 경쟁력은 불분명하지만, 후지필름이 오피스 솔루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야심만은 입증되었습니다.
그래서 ‘코닥은 후지필름을 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1~2년 전만 해도 우문이었습니다. 코닥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가상화폐 사이에서 길을 헤매는 중이었고, 한국에 출범한 코닥 어패럴은 후지필름과는 완전히 분야가 다른 패션 브랜드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코닥은 후지필름과 견주어 볼 만합니다. 두 브랜드 모두 필름 회사의 경계를 넘어 재료공학과 소프트웨어 산업에 도전한다는 공통점이 생겼기 때문이죠. 또 만약 레트로 열풍이 지금보다 거세져 필름 산업에 대한 수요를 확신한다면, 후지필름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제 필름 생산을 재개할지 모르는 일이죠. 코닥보다도 예쁜 카메라 가방을 덜컥 출시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코닥이 잘하는 분야라고 해서 코닥만이 해야 하는 분야는 아니니까요.
결국 코닥의 부활은 더 신중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잡아먹었다고들 말하지만 그때 사람들에게 더 필요했던 것이 디지털이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후지필름이 코닥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그땐 후지필름이 더 많이 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코닥 부활의 관건 또한 세상을 읽는 기민함에 있겠죠. 브랜드 로얄티가 옛말이었던 것처럼, 레트로 감성도 한순간일 수 있습니다. 한 분야를 130년간 장악했던 코닥의 비참한 말로에서 우리는 이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진 부활이었다면, 이제부턴 또 다른 분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