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위의 빅테크

5월 27일 - FORECAST

스냅발 쇼크로 기술주의 주가가 요동친다. 잠시의 흔들림인가 빅테크 신화 붕괴의 전조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해 초부터 이어진 IT 기술주의 약세가 심상치 않다. 현지시간 5월 24일, 소셜 미디어 스냅챗(Snapchat)의 모회사 스냅의 종가 기준 주가는 전일 대비 43퍼센트 폭락했다. CEO인 에반 스피걸이 실적 악화를 직원들에게 보내진 게 알려지면서다. 스냅 폭락으로 촉발된 기술주의 연이은 폭락은 빅테크 위기론을 불렀다. 빅테크는 거품인가? 빅테크 신화는 아직 건재한가?
WHY _ 지금 빅테크의 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빅테크는 대표적인 기술주이자 성장주다. 지난 10년 우직한 우상향 속에 증시를 이끌며 신화를 써왔다. 이제 그 믿음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가치주로의 자금 이동은 IT 기술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을 의미한다. 국경 없는 기술 기업의 위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나라에도 치명적이다.
DEFINITION _ 스냅 쇼크

스냅의 딸깍 소리는 타노스의 그것 같았다. 스냅이 폭락하자 다른 기술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메타는 7.62, 테슬라는 6.93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연중 최저점이다. 같은 날, 알파벳은 4.95, 트위터는 5.55, 엔비디아 4.4, 아마존마저 3.21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이 충격으로 성장주가 주로 포진한 나스닥은 2.35퍼센트포인트 내려앉았다. 한국도 무사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전일 대비 4퍼센트포인트나 하락한 저가를 유지했고 카카오 역시 낮은 주가 속에 장을 마감했다.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순위 12위인 앱의 나비효과가 이렇게 클 수 있던 이유엔 기술주, 특히 IT 빅테크에 대한 불안이 자리한다.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메모의 요지는 간단했다.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해, 2분기 실적이 한 달 전 가이던스를 밑돌 것이다.”
MONEY _ 170조 원

빅테크 기업의 하락 중 유독 눈에 띄는 건 소셜 미디어다. 스냅 쇼크로 증발된 전체 소셜 미디어의 시가 총액은 무려 1350달러로 우리 돈 170조 원에 달한다. 위에 언급한 소셜 미디어 말고도 스냅챗과 비슷한 인기도를 가진 핀터레스트는 23.64퍼센트 급락했다. 광고 회사 역시 소셜 미디어와 순망치한의 관계임을 입증했다. 미국의 마케팅·광고 자동화 기업인 ‘더 트레이드 데스크’는 8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가장 아픈 건 역시 12.79달러에 장을 마친 스냅이다. 2017년 IPO 당시의 공모가는 17달러였다.
KEYMAN _ 연준

기술주는 금리에 취약하다. 롤러코스터 상황실에는 연준이 앉아있다. 지난 5월 26일,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례 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두어 번의 ‘빅스텝’, 즉 0.5퍼센트포인트 가량의 인상이었다. 자이언트 스텝까지 우려하던 시장은 ‘안도 랠리’ 속에 회복세를 보였다. 다우존스는 0.6, 나스닥도 1.51퍼센트포인트 상승한 채 마감했다. 애플은 0.11, MS 1.12퍼센트포인트가 올랐다. 스냅도 10퍼센트포인트가량 반등했다. 위기는 끝난 것일까? 금리 인상 공포는 빅테크가 보낸 여러 날의 악몽 중 하나일 뿐이다. 위기는 간단하지 않다.
RECIPE _ 불신지옥

성장주의 가치는 믿음이 담보한다. 연준의 행보와 경기 둔화, 리오프닝 상황은 그 믿음이 시험에 들게 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던 판데믹 시기엔 몸값이 치솟았지만 리오프닝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늘며 앱 사용량은 적어졌다.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도 바뀐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향하게 된다. 게다가 불황일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마케팅 비용이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로널드 조시 역시 거시 경제 둔화가 인터넷 전반에 걸쳐 광고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비스 지역 축소도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소셜 미디어의 경우 러시아에서의 철수로 유럽에서의 광고 매출이 떨어지기도 했다. 애플의 ATT 정책과 유럽발 규제는 광고 매출 비중이 높은 빅테크를 일찍부터 위협하는 요소였다. 매출 비율에서 광고 의존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들은 복합적 위기를 맞닥뜨렸다.
REFERENCE _ 닷컴 버블

꺼질 줄 모르던 빅테크의 강세와 지금의 위기는 1990년대의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관련 벤처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별다른 혁신 없이 금리 인상과 함께 버블은 붕괴했다. 당시 IT 기업들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실적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저금리로 투자한 후 이를 실적으로 전환해왔으나 금리 인상으로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다.
CONFLICT _ 거품 논란

빅테크는 거품일까?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전설적인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로쿠, 테슬라 같은 미국 신흥 기술주를 감싸고 있던 거품이 터졌다”고 말한다. 닷컴 버블이 최고조일 때 나스닥 100의 ‘주가 수익 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92배까지 뛰었는데, 현재 애플,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 대장주 일곱 개의 평균 주가 수익 비율은 27배 정도다. 2020년도만 해도 애플은 33배, 아마존은 55배였던 것에 비하면 저조하다. 저점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달리오는 앞서 닷컴 버블 붕괴 사례를 들어 거품이 완전히 빠지기까지 1~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2020년, “현금은 쓰레기”라고 말했던 그는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주식은 더 쓰레기”라고 일갈했다. 닷컴 버블에 비유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에 휘청이는 건 기술주의 속성이며 닷컴 버블 당시의 MS, 시스코, 인텔에 비해 지금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 전반에 상용화돼있다. 투자 시스템의 디지털화로 개인 투자자들 역시 합리적이고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패닉이 적다는 의미다. 말은 그렇다면 행동은 어떨까?
NUMBER _ 6.1

글로벌 큰손들은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택했다. 공급망 위기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긴축 때문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매각 대상 1순위는 기술주다. 모든 큰손들이 기술주를 매각한 건 아니다. 올 1분기 큰손들은 에너지주 비중을 크게 늘렸으며 이 와중에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함께 매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도 4분기 고점에서 매매해 남긴 차익의 여유로 저점 매수한 것에 가깝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조사한 전 세계 주요 펀드 매니저 288명의 포트폴리오에서 그들이 운용하는 총자산 8330억 달러 가운데 현금 비율은 6.1퍼센트로 나타났다. 9.11 테러 이후 최고 수준의 현금 보유다. 같은 조사에서 12퍼센트의 펀드 매니저가 기술주에 대해 투자 축소 의견을 냈고, 유수의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은 손해를 보면서도 넷플릭스, 리비안 등의 성장주를 처분했다. 대혼란이다.
RISK _ 고용 대란

빅테크 위기의 또 다른 서사는 고용 축소다. 스냅 CEO의 서한에는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넷플릭스 역시 1분기 실적 부진으로 직원 150명을 해고해 논란이 있었다. 세일즈포스와 트위터, 메타, 리프트(Lyft), 우버 역시 채용을 동결했다. 운송비 상승으로 오프라인 기반의 타깃이나 월마트도 피해를 입는 판에 아마존 역시 유휴 창고를 정리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업의 고정 비용 지출 축소지만 얼마 전까지 고용난으로 몸살을 앓았던 미국의 상황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글로벌 CEO 밥 모리츠는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노동 환경으로 복귀하는 인력이 늘어나는데 정작 노동 수요는 적어 ‘고용 대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SIGHT _ ‘성장주의’ 위기

기술은 매력적이다. ICT 기술은 불투명한 세상을 바꿨고 그 공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려왔다. 지구상의 갖은 위기론이 떠오를 때마다 대부분의 언론은 기술의 입만을 바라본다. 식량 위기가 떠오르면 푸드 테크, 교육 격차가 문제시되면 에듀 테크, 탄소 배출이 심해지면 전기차를 기다린다.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기술은 빠른 속도로 대체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다. 하지만 기술이 언제까지 구세주일 수 있을까? 기술주를 선도했던 IT 빅테크의 기형적인 광고 의존형 수익 구조, 무분별한 시장 과열, 데이터 윤리 문제는 적은 자극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부실한 허우대가 됐다. 빅테크는 치세의 주인공이었다. 지금의 글로벌 악재는 먹고 사는 것, 에너지와 같은 ‘올드 스쿨’의 부활을 예고한다. 기술주, 성장주에 기대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또 다시 성장의 유혹을 부른다. ‘성장주’의 위기는 말장난처럼 ‘성장주의’ 위기와 닮아있다.
FORESIGHT _ 엔비디아

연준 회의록 공개 이후 대부분의 기술주가 반등한 가운데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한 기업이 있다. 엔비디아다. 시장전망치이던 85억 4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81억 달러 수준의 2분기 가이던스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스노플레이크도 실적 공개 이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여러모로 스냅의 위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엔비디아는 연초 대비 하락을 거듭해왔기에 하락은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다만 반도체 대장주이면서 시총이 스냅의 스무 배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휘청임은 잠깐이나마 시장에 공포를 불러왔다. 앞으로 우려되는 고용 대란과 빅테크의 위기는 성장주의에 경도된 시장에 새로운 우상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성장주의의 대안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기본소득 101》을 추천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단순히 시장에 대한 믿음인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