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이 정보를 허위라 규정하나?

8월 3일, explained

중요한 건 무언가를 허위로 규정하는 과정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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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중국발 가짜 정보에 본격 대응할 것이라 예고했다. 일본 외무성은 악질적인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결심에서 주목해야 할 건 ‘허위 정보’라는 라벨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향한 불안은 어떻게 근절해야 할 악질적인 허위 정보가 된 걸까?

WHY NOW

과학의 언어로 쓰인 정보는 객관적인 반면 감정의 호소로 쓰인 불안은 주관적이다. 그 둘을 나누고 정의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과학과 객관보다는 감정과 정치의 영역이다. 어떤 정보는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정언명령이 되고, 어떤 정보는 믿어서는 안 되는 허위 정보가 된다. 점차 더 정보는 혼란스럽고 미덥지 않은 대상이 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엇이 허위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방법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허위 정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향한 불안을 허위 정보라 일축했지만, 그 정보가 가져온 효과는 작지 않았다. 피해를 감당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중국에서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많은 일식 레스토랑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료는 떨어졌고, 고객들은 일식집을 찾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중국 국민의 불안, 한국 어민의 한탄을 허위 정보를 믿어서 생긴 일이라 정의했다. 허위 정보는 설득의 대상이 아닌 근절의 대상이다. 이들의 불안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비)과학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입장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비과학적이라 규정한다. 실상은 어떨까? 카이스트에서 핵 역사를 연구하는 우동현은 우리가 과학으로 알 수 있는 건 “바다에 다양한 핵분열 물질이 있다”는 사실 뿐이며, “방류된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받을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삼중수소의 체내 축적의 문제다. 이 위험성을 측정한 과학적 연구는 전무하다. 확실한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한지, 안전한지 모른다.

미지의 영역을 활용하는 법

권력은 이 ‘미지의 영역’을 영리하게 활용해 왔다. 체르노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체르노빌 사고 직후, 정부는 사고와 오염의 위험을 축소하고 문제를 은폐했다. ‘모른다’는 지점은 그들에게 유리한 도구가 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저선량 피폭이기 때문에 피해를 알 수 없다”는 말로 관련 논의를 마무리했다. 피폭 피해자들의 증언은 과학에 배치되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됐다. 냉전 시기라는 시대적 배경은 그들의 이야기를 ‘정치적 논쟁’으로 비췄다. 그렇게 체르노빌 피폭 피해자들의 피해 보고는 허위 정보가 됐다.

아스파탐의 역사

권력은 미지의 정보를 허위 정보로 정의해 오기도 했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미지의 영역에 밀어 넣기도 했다. 아스파탐의 위험성을 둘러싼 지난한 역사가 그 사례다. 1990년대부터 아스파탐의 잠재적 위험성은 제기돼 왔다. 1997년 이탈리아의 라마치니 연구소는 아스파탐과 악성 종양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해관계가 엮인 기업들이 그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도하에 진행된 연구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아스파탐을 둘러싼 수많은 연구는 외려 시민들을 혼란스러운 상태에 남겨 뒀다. 지난 7월 IARC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해관계의 여지를 배제한 연구 결과였다. 근 30년간 시민 사회는 아스파탐의 위험성을 인지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었다. IARC의 발표가 영세 막걸리 업계까지 뒤흔든 데는 이런 답답함의 역사가 자리한다.

붕사가 건강식품이 된 사연

정보 유통 환경의 변화는 정보의 허위 여부를 둘러싼 논의 과정과 결정 자체를 특정 장소에 가두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붕사가 암과 관절염을 치료하는 만능 치료제로 소개된다. 틱톡이 이 정보를 이어받았다. ‘붕사 섞은 과일 음료’는 알고리즘을 타고 건강식품으로 둔갑했다. 언론사 ‘복스(Vox)’는 맥락이 무시된 채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트렌드가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의 빠른 유통 속도와 지나치게 높은 접근성이 오히려 정보를 향한 “심도 있는 검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틱톡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분명 무한히 열려 있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보는 공론장에 오르지 못한다. 이해되지 않고, 금방 사라질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틱톡의 만병통치약 붕사물은 일부 알고리즘에 갇힌 폐쇄적 정보다.

트럼프의 백신

트럼프는 허위 정보라고 정의하는 일이 불러올 정치적 효과를 영리하게 사용했다. 1998년, 영국 의사인 웨이크필드는 부정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이 자폐증과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웨이크필드의 주장은 과학계에서는 명백한 허위 정보지만,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는 아니었다. 트럼프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허위 정보(fake news)라 정의했다. 그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예방접종으로부터) 구하자”고 외쳤다. 웨이크필드의 망령은 긴 시간 지속할 것이다. 미국 시민 네 명 중 한 명은 백신에 이 들어있다고 믿는다.

정보 혼란의 시대 앞에서

허위 정보는 복잡한 문제다. 국가의 선택에 의해 미지의 영역은 허위 정보로 단정된다. 때로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정보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정보를 쏟아붓는 새로운 유통 환경은 믿어서는 안 될 정보를 나만 아는 소중한 정보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건 기술 발전이 이 흐름을 심화한다는 측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정보를 무한히 만들어 낼 것이며, 이들은 다시 빅데이터로 투입된다. 탈중앙화된 소셜 미디어는 외부와 단절된 채 내부의 믿음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 트렌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언론과 시민 사회는 그를 모두 검토하는 일을 포기할 것이다. 이미 도착한 정보 혼란의 시대에서,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왜 이 정보를 허위라 규정하는지, 누가 왜 이 정보를 믿고 따르는지다.

IT MATTERS

그간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엇이 허위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방법에만 집중해 왔다. 정보의 출처와 일자, 저자를 확인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보를 향한 혼란이 디폴트값이 될 때, 사후적 대처는 무력해진다. 미래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 정보는 왜 ‘사실’이 되었고, ‘허위’가 되었는가? 그 결정은 누가 내렸는가?

미국의 정신과 의사 로버트 제이 리프턴은 전체주의적 사고를 만드는 언어의 특징으로 ‘사고 차단 클리셰(Thought-termination cliché)’를 꼽았다. 사고 차단 클리셰란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고 환원적인 언어로 빠르게 정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거 가짜 뉴스야.” 대표적인 사고 차단 클리셰의 사례다.

세상에 필요치 않은 정보는 없다. 정보의 생애주기 전반에 사람들의 욕망이 단단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사고 차단 클리셰를 넘어서야만 시민은 권력의 말과 정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시민의 권리이지만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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