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2023년 8월 9일, explained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서방국의 시각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본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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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투표로 뽑힌 대통령이 축출됐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쿠데타 벨트를 이루는 동안에도 니제르는 민주주의를 유지해 오던 나라였다. 프랑스, 미국 등 서방국과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대통령 복권을 촉구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응하지 않고 있다.

WHY NOW

21세기가 되도록 아프리카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취약한 경제 상황은 분쟁을 만들고, 분쟁은 또 다시 경제적 발전을 방해한다. 서구 사회는 아프리카에 민주주의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은 민주주의가 식민 지배의 연장이라고 주장한다. 니제르의 상황을 통해 아프리카 내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둘러싼 논쟁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다.

니제르 쿠데타

현지시간 7월 26일, 니제르 군부는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구금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바줌 대통령은 2020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첫 사례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혼란을 기점으로 아프리카에서 쿠데타 시도는 증가했다.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수단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니제르의 쿠데타가 성공하면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쿠데타 벨트’가 만들어진다. 니제르의 상황이 서아프리카 민주주의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이유다. 프랑스, 미국 등 서방국은 모든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바줌 대통령의 복권을 촉구하고 있다.

우라늄 수출 중단

특히 프랑스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니제르는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 꼭 필요한 국가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15퍼센트를 니제르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니제르는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이지만 여전히 최빈국에 속한다. 자원으로 인한 이득은 니제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니제르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고 그 흔적은 21세기인 지금도 지워지지 않았다. 니제르 우라늄 채굴장의 지분 63.4퍼센트를 프랑스 국영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니제르 국민 입장에서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수탈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프랑스에 대한 우라늄 수출 중단을 선언한 이유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이렇다 보니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외침은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다.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제국주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프리카 상황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식민 지배의 연장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서방국이 외치는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의 한계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다. 서아프리카 지역 15개 국가가 모여 만든 경제공동체로 아프리카 내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현지 시간 7월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최후의 수단으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며 군부 세력을 압박했다. 군부 세력은 오히려 ECOWAS의 위협을 이유로 니제르 영공을 폐쇄했다. ECOWAS, 아프리카연합(AU) 등 아프리카 지역 공동체도 큰 힘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그너 그룹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민간 용병 기업(PMC) 바그너 그룹이다. 러시아에서의 무장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뒤 해체설까지 돌았지만, 아프리카 분쟁 지역으로 옮겨 힘을 키우고 있다. 쿠데타에 성공한 군부 정권과 계약을 맺고, 우라늄이나 금 광산 채굴권을 얻는 방식이다. 그 뒤엔 러시아가 있다. 바그너 그룹은 푸틴 대통령에게 여전히 이용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니제르의 쿠데타 세력도 바그너 그룹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나토(NATO) 총사령관은 본인의 SNS에 바그너 그룹의 개입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아프리카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둘러싼 대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니제르의 최고 통치자, 바줌 대통령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프랑코폰, 앵클로폰

일각에서는 바줌 대통령이 자국 내 반프랑스 정서를 과도하게 억누른 것이 쿠데타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바줌 대통령은 친서방 성향의 대통령이었다. 아프리카는 프랑스와 영국이 식민 지배했던 나라로 구분된다. 각각 프랑코폰과 앵글로폰이다. 영국은 영어와 기술을 가르쳐 자치 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통치한 반면, 프랑스는 자국민을 각 국가의 요직에 심었다. 때문에 프랑코폰 국가들은 앵글로폰과 비교해 경제 발전 속도가 느리고 심각한 빈곤의 문제를 안고 있다. 니제르는 연간 20억 달러, 우리 돈 2조 5000억 원에 가까운 공적 개발 원조를 받고 있고, 프랑스도 여기에 보태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식민 지배의 모든 역사가 씻기는 것은 아니었다. 쿠데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프랑스를 외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마크롱은 제국주의 시대 이후 태어난 최초의 프랑스 대통령이다. 아프리카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배경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3년 3월에는 프랑스의 개입을 뜻하는 ‘프랑카프리크’가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민지 잔재라는 비판을 받는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화폐인 세파(CFA) 프랑을 폐지하고, 약탈해 갔던 문화재를 반환했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에 남아 있는 프랑스 군사 기지가 문제였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국과 방위 협정을 체결하고 각국에 군대를 두고 이슬람 무장 세력 지하디시트를 소탕하는 ‘바르칸 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후 말리, 차드 등에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쫓겨나듯 철수했다. 이러한 모습은 프랑스에 대한 반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니제르의 국민에게 마크롱은 여전히 수탈국의 대통령이다.

아프리카 민주주의

아프리카 내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논쟁적인 이유다. ‘체감 제국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구식 민주주의가 와닿지 않는 것이다. 외교학자 마크 웬틀링은 한 가지 형태의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배터리 없는 손전등에 비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은 15퍼센트 미만이었다. 그리고 이는 선거를 연기하거나 시민 공간의 문을 닫는 이유가 됐다. 서구 사회가 아프리카의 교육과 보건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착을 돕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아프리카만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말한다.
IT MATTERS

아프리카 내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논쟁적인 이유는 식민 지배의 역사 탓이다.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는 고려되지 않은 채, 서구식 민주주의가 심어진 것이다. 가나의 경제학자 조지 에이티는 일찍이 개인을 중시하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집단적 문화를 공유하는 아프리카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서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시간과 기회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프리카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 말할 수도 없다. 기니, 부르키나파소와 같이 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국가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도는 70퍼센트가 넘는다. 말리에서도 60퍼센트를 넘는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민주주의는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틀라(Kgotla)는 족장을 중심으로 중요한 문제,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부족협의회였다. 보츠와나는 이를 지역공동체 내 의사결정 기구로 발전시켰다. 정치 지도자는 고틀라 제도를 통해 지역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 또 보츠와나는 고틀라를 부족 법원으로 발전시켜 지역 사회의 경미한 민사, 형사 사건을 처리하기도 한다. 보츠와나는 독립 이후 내란을 한 번도 겪지 않았다. 경제 수준도 세계 중위권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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