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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별이 다섯 개
2023년 11월 3일, explained
머스크는 국가보다 힘이 세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전쟁을 좌우하고 있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또 일론 머스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그가 개입했다. 11월 2일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에선 전화와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통신망이 끊겼다. 구급차를 부를 수 없고, 가족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다. 일주일째 정전과 복구가 반복됐다. 머스크가 해법을 내놨다. 가자 지구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WHY NOW
머스크의 약속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위성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지상에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데,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이라 설치가 어렵다. 그런데 이 뉴스에서 생각해 볼 지점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용 여부가 아니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커진 머스크의 영향력이다. 선출되지 않았고 견제받지도 않는 권력이 전쟁과 국가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암흑의 도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는 지금 암흑이다. 열흘 전부터 이스라엘이 전투기와 탱크로 가자 지구 북쪽을 공습하고 있다. 주택이 무너지고 도로가 부서졌다. 전화와 인터넷이 끊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전으로 민간인 구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10월 28일 머스크가 스타링크로 인터넷을 제공해 구호 단체의 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빛과 같은 인터넷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 모든 곳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막과 남극에서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인공위성의 절반인 4500개의 위성을 벌써 지구 궤도에 올렸다. 6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가자 지구에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반발
머스크가 인터넷 제공 의사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이 입장을 냈다. “머스크의 계획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인도주의 단체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스타링크가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인터넷이 복구되면 하마스가 인터넷을 테러 활동에 활용할 수도 있다.
사이버 보급
기시감이 든다. 불과 1년 반 전에 같은 일이 있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통신망부터 망가뜨렸다. 현대전에서 인터넷은 전투기보다 중요하다. ‘사이버 보급’이 끊기면 지휘관과 대대가 통신할 수 없다. 적군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드론이 날 수 없다.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제공을 요청했고, 머스크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크라이나의 철군
스타링크로 통신망을 회복한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나섰다. 2022년 9월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로 진격했다. 최전선에 이르자 스타링크가 작동을 멈췄다. 갑자기 통신이 끊기고 부대가 고립됐다. 헤르손, 자포리지야, 하르키우, 도네츠크, 루한스크에 있던 부대가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군 관계자는 머스크가 지리적 경계를 설정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고 보고 있다.
전쟁을 파는 사람
2022년 10월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로 편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 연간 4억 달러가 들어가니 이걸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지겠습니다.” 국방부는 당황했다. 국방부 차관은 머스크에게 전화해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말했다. 대금을 지급할 계약을 준비할 때까지 몇 주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대체 불가능한 군수 기업
국방부는 머스크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네” 하고 스위치를 끌 수 없도록 구속력 있는 계약서를 만들어야 했다. 결국 올해 6월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통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계약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9월에는 스타링크를 개선해 군용 위성망을 만드는 스타실드(Starshield) 공급 계약도 맺었다. 선의로 시작해 정부 조달 계약으로 끝났다.
IT MATTERS
머스크는 국가보다 힘이 세다. 스타링크로 유럽과 중동에서 사실상 전시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고, 엑스로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스페이스X로 국제 우주법을 바꾸고 있다. 권력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견제와 균형 없이 그의 방에서 국경이 새로 그어진다. 선의가 언제 청구서로 바뀔지 모른다. 하루아침에 변덕을 부려 스위치를 켰다가 끌 수도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머스크는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자신이 미국 정부보다 영향력이 크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답했다. “어떤 면에서는.”
또 일론 머스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그가 개입했다. 11월 2일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에선 전화와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통신망이 끊겼다. 구급차를 부를 수 없고, 가족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다. 일주일째 정전과 복구가 반복됐다. 머스크가 해법을 내놨다. 가자 지구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WHY NOW
머스크의 약속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위성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지상에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데,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이라 설치가 어렵다. 그런데 이 뉴스에서 생각해 볼 지점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용 여부가 아니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커진 머스크의 영향력이다. 선출되지 않았고 견제받지도 않는 권력이 전쟁과 국가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암흑의 도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는 지금 암흑이다. 열흘 전부터 이스라엘이 전투기와 탱크로 가자 지구 북쪽을 공습하고 있다. 주택이 무너지고 도로가 부서졌다. 전화와 인터넷이 끊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전으로 민간인 구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10월 28일 머스크가 스타링크로 인터넷을 제공해 구호 단체의 활동을 돕겠다고 밝혔다.
빛과 같은 인터넷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 모든 곳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막과 남극에서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인공위성의 절반인 4500개의 위성을 벌써 지구 궤도에 올렸다. 6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가자 지구에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반발
머스크가 인터넷 제공 의사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이 입장을 냈다. “머스크의 계획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인도주의 단체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스타링크가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인터넷이 복구되면 하마스가 인터넷을 테러 활동에 활용할 수도 있다.
사이버 보급
기시감이 든다. 불과 1년 반 전에 같은 일이 있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통신망부터 망가뜨렸다. 현대전에서 인터넷은 전투기보다 중요하다. ‘사이버 보급’이 끊기면 지휘관과 대대가 통신할 수 없다. 적군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드론이 날 수 없다.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제공을 요청했고, 머스크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크라이나의 철군
스타링크로 통신망을 회복한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나섰다. 2022년 9월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로 진격했다. 최전선에 이르자 스타링크가 작동을 멈췄다. 갑자기 통신이 끊기고 부대가 고립됐다. 헤르손, 자포리지야, 하르키우, 도네츠크, 루한스크에 있던 부대가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군 관계자는 머스크가 지리적 경계를 설정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고 보고 있다.
전쟁을 파는 사람
2022년 10월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로 편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 연간 4억 달러가 들어가니 이걸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지겠습니다.” 국방부는 당황했다. 국방부 차관은 머스크에게 전화해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말했다. 대금을 지급할 계약을 준비할 때까지 몇 주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대체 불가능한 군수 기업
국방부는 머스크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네” 하고 스위치를 끌 수 없도록 구속력 있는 계약서를 만들어야 했다. 결국 올해 6월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통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계약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9월에는 스타링크를 개선해 군용 위성망을 만드는 스타실드(Starshield) 공급 계약도 맺었다. 선의로 시작해 정부 조달 계약으로 끝났다.
IT MATTERS
머스크는 국가보다 힘이 세다. 스타링크로 유럽과 중동에서 사실상 전시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고, 엑스로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스페이스X로 국제 우주법을 바꾸고 있다. 권력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견제와 균형 없이 그의 방에서 국경이 새로 그어진다. 선의가 언제 청구서로 바뀔지 모른다. 하루아침에 변덕을 부려 스위치를 켰다가 끌 수도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머스크는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자신이 미국 정부보다 영향력이 크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답했다. “어떤 면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