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재집권하면

2023년 12월 26일, explained

2024년 트럼프 2기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3년 12월 17일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 Justin Sullivan, Getty Images
NOW THIS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내년 초부터 대선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대진표는 사실상 확정됐다. 바이든 대 트럼프다. 현재 트럼프가 앞서간다. 지난 15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이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497개 여론 조사의 평균을 집계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43.7퍼센트)이 바이든 대통령(41.8퍼센트)보다 1.9퍼센트포인트 높았다.

WHY NOW

“2024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내년 세계정세를 전망한 특별호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집권 2기가 세계 각국 의회와 기업을 절망에 빠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조차 자신이 당선될 줄 모르고 있다가 덜컥 집권했던 트럼프 1기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2기는 다를 것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전략적일 수 있다. 2024년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과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프로젝트 2025

2017년 1월 20일 트럼프는 취임식을 마치고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섰다. 참모진과 첫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언론 비서관 마크 로터는 이내 깨달았다. “우리는 타이태닉만큼 커다란 정부라는 배를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트럼프 1기는 준비 없이 출항했다. 정책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정책을 집행할 인력도 부족했다. 취임 6개월이 되도록 고위직의 68퍼센트를 후보자 지명조차 하지 못했다. 2기는 다를 것이다. 공화당 강경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트럼프 측근은 이미 트럼프 2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920쪽 분량의 보고서 ‘프로젝트 2025’를 펴냈다. 2025년 정권 교체 첫날부터 시행할 구체적인 정책 계획을 담았다. 트럼프 철학에 맞는 인력 풀도 꾸리고 있다.

동맹은 없다

트럼프는 동맹국에 중상주의적 태도를 취한다. 1기 집권 때 트럼프는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연합(EU)을 “미국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EU가 NATO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2기는 손해 보는 장사인 NATO를 탈퇴하거나 사실상 탈퇴에 준하는 수준으로 거리를 둘 것이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중 여러 차례 NATO 탈퇴를 언급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그때마다 동맹의 가치를 설파하며 트럼프를 만류한 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트럼프의 마음을 바꾼 게 아니다. 잠시 막았을 뿐이다. 2기에는 이런 안전핀이 없다. 트럼프가 동맹국에 품고 있던 악의가 정책이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말한다. “첫 임기 동안 그가 끼친 피해는 회복 가능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의 피해는 회복 불가능할 것이다.”

백악관과 내각

2019년 러시아 게이트를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의 보고서는 트럼프의 반헌법적 명령이 어떻게 무산됐는지를 잘 보여 준다. 백악관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FBI 국장 등 고위직들은 트럼프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트럼프 1기 때는 백악관과 내각의 합리적인 어른들이 트럼프의 거친 생각을 완화하고 막아서고 때로는 번복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어른이 없다. 트럼프와 싸우고 나가거나, 수치심을 느껴 나가거나, 해고됐다. 트럼프 진영의 참모들은 1기 정부에서 균형추 구실을 했던 보수 인사를 방해꾼으로 여긴다. 트럼프 2기는 직업 관료 대신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MAGA 위주로 내각을 채울 것이다. 이미 MAGA판 링크드인을 만들고 있다. 내각이 MAGA로 채워지면 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연방 정부

트럼프 2기는 연방 정부도 손볼 계획이다. 1기 집권 초기에 연방 정부 주요 기관의 기관장과 고위직 임명이 늦어지면서 그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판단하게 됐는데, 이들이 트럼프 의제에 태업을 부려서 트럼프 정부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유다. 트럼프는 이런 공무원들을 ‘딥 스테이트(deep state, 공화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정부 내 민주당 비밀 권력 집단)’라 부르며 없애고 싶어 하는데, 연방 공무원은 명백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그래서 트럼프 진영은 재집권에 성공하면 ‘스케줄 F’라는 행정 명령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책 추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방 공무원은 약 5만 명인데, 이들을 스케줄 F 직군으로 분류하고, 이 직군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트럼프 의제에 부정적인 공무원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1기 임기 말에 이 행정 명령을 발동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기된 바 있다.

반(反)이민

트럼프 2기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지 수십 년이 된 사람들을 포함해 불법 이민자 100만 명 이상을 추방할 계획이다. 입국 절차를 대폭 강화해 이슬람, 중동, 중남미 등 일부 국가 출신과 공산주의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정책도 예고됐다. 미국 헌법상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데, 이걸 막겠다는 얘기다. 위헌 소지가 있지만, 트럼프 진영은 연방 대법원이 보수 우위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1기 때 이민 정책을 총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고문은 “이민 시스템 보호에 열광적인 사람들에게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100일은 행복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법

트럼프 2기의 사법 정책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이 워낙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치 보복을 공개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사법 당국을 무기화할 수 있다”거나 “바이든이 우리에게 하고 있듯,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공언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트럼프의 측근 마이크 데이비스는 우파 유튜브에 나와서 “워싱턴에 지옥불을 내릴 것”이라면서 “조 바이든, 헌터 바이든, 제임스 바이든, 다른 모든 쓰레기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의 권한을 자신이 걸려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쓸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 조작, 성추문 입막음, 기밀 문서 유출 등 91개 혐의로 4차례 기소된 상태다. 그중 2개가 연방 기소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MAGA를 법무부 장관에 앉혀 연방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 검사를 해임하거나 기소를 철회할 수 있다. 또한 주 정부의 기소는 대통령 임기인 2029년까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와 기후

무역 전쟁도 예상된다. 트럼프가 보기에 미국은 세계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모든 수입품에 10퍼센트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평균 관세는 3퍼센트인데, 이를 세 배 이상 올리겠다는 것이다. 세계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수 있다. 기후 정책도 후퇴할 것이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믿지 않는다. 기후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사기”라고 말해 왔다.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미국은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귀했다. 트럼프 2기는 다시 기후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고,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강대국이 형평성을 이유로 불참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2기는 청정 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화석 연료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IT MATTERS

트럼프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주변 환경이다. 집권 1기 때 트럼프를 견제했던 공화당 원로는 사라졌고, MAGA 세력이 공화당 주류가 됐고, 연방 대법원은 보수화됐다. 트럼프 1기의 거친 생각이 트럼프 2기에선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크게 바뀔 것이다.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약 1조 원인데, 트럼프 1기는 5배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때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 “두 번째 임기의 우선 과제로 하자”며 트럼프를 만류했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주한 미군 방위비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건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가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웠던 ‘워싱턴 선언’과 한·미·일 3자 안보 공조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또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 재개를 시도할 경우,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이 북핵 담판을 짓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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