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가 NFT를 구매하는가


NFT 아트의 구매 목적은 크게 투자와 향유,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NFT 시장 형성 초기에 NFT를 구매해 향후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구매하는 투자자들이다. 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팬심으로 NFT를 구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이다.

NFT 소비자 집단을 논할 때 OG(Original Gangster)를 빼놓을 수 없다. OG는 암호 화폐 시장이 주목받기 전부터 암호 화폐의 기축통화 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보유하고 있던 시장 초기 참여자들을 통칭한다. 이들이 암호 화폐 시장을 이해하는 시각은 최근 막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투자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근래 1 BTC(비트코인의 화폐 단위 표시)은 약 5000만 원, 1 ETH(이더리움의 화폐 단위 표시)은 약 300만 원 선을 웃돌고 있다. 갓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에겐 굉장히 높은 가격으로 한 개를 구매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4년 말, 비트코인 1 BTC의 가격은 약 30만 원 수준이었으며 이더리움 1 ETH은 2015년 기준 고작 725원이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낮은 가격이다. 당시 블록체인 시장에 진입한 OG들과 현시점의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1 BTC와 1 ETH의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창립자 캐머런 & 타일러 윙클보스(Cameron & Tyler Winklevoss) 형제가 있다. 이들이 비트코인 광풍에 올라탈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페이스북, 현 메타(Meta)의 아이디어를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일부 제공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구상을 최초로 떠올린 윙클보스 형제는 2008년 마크 저크버그에게 소송을 걸었고, 기여도를 일부 인정받아 승소하며 저커버그에게 현금 4500만 달러, 한화 약 514억 원을 요구했으나 현금 대신 페이스북 주식을 받게 된다. 이후 페이스북이 IPO에 성공하며 윙클보스 형제의 주식 가치는 3253억 원으로 급증했다. 당시 이들은 비트코인 12만 개를 개당 1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구매했다고 전해진다.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 4월 기준 119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2017년 12월 기준 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또 다른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 로저 버(Roger Ver)는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의 설립자로서 2017년 기준 약 3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치로 환산하면 35억 달러, 한화 약 3조 8000억 원에 이른다. 그에겐 암호 화폐 시장에 오랜 기간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암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이들 OG에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단순히 투자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일반 투자자와 다르게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철학과 역사, 구성 원리와 작동 방식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큰 자산을 일구어 왔기 때문에 지금 시장에서도 NFT를 구매할 수 있는 정신적, 경제적 여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NFT는 그들이 얼마나 크립토 씬(Crypto Scene)에 진심인지 보여 주는 표식이자, 자신이 OG임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이들은 고가의 NFT를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며 OG 커뮤니티 안에서 존경받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간다. 즉 NFT를 구매하는 큰 집단 중 하나는 초기 암호 화폐 투자로 신흥 부자 반열에 올랐으며 블록체인 산업을 그들의 정체성으로 체화한 이들이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NFT 아트를 포함한 게임과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NFT의 컬렉터가 됐다. NFT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 주관적 철학을 갖고 수집하며,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가상 갤러리를 설립하는 등 산업에서 개인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OG보다 더 큰 집단이 있다. 글로벌 VC(Venture Capital·벤처 캐피털)다. 벤처 캐피털은 잠재력 있는 벤처 기업에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 기업을 육성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VC인 소프트뱅크(Softbank)는 일본 최대의 IT 기업이자 이동통신사인 동시에 세계적인 투자 회사다. 기술 분야 투자에 특화된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유명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Alibaba)에 투자한 이후, 알리바바의 2021년 기업 가치는 6000억 달러로 알려졌다. 현재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열풍을 틈타 알리바바 옥션(Alibaba Auction)을 자사 NFT 플랫폼으로 지정하며 기존의 고객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수천 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통신사에서 투자사로의 방향 전환은 물론 기술 분야 투자의 선지자로 명성을 얻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살펴보면 기술 투자와 금융 공학이 결합된 형태가 많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블록체인 전문사 애니모카(Animoca Brands Corporation)는 블록체인 게임 열풍을 일으킨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유통했고 현재는 메타버스 게임 더 샌드박스(The Sandbox)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IT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업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인터넷과 관련한 800개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제2의 인터넷 시대에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빅테크만의 이슈가 아니다. 트렌드에 발맞춰 성장하는 스타트업 또한 NFT의 왕성한 구매자 풀을 차지한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넥스트유니콘’에 등록된 스타트업 중 기술과 금융,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은 50개를 웃도는 반면, NFT 관련 스타트업은 2022년 4월 기준 180개의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NFT의 새로운 발행 방식과 확산을 위해 NFT를 구매하는 동시에 거래 과정의 개선점을 분석하는 등 구매자이면서 동시에 유통자라는 양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NFT를 구매하는 이들은 개인이다. ‘암호 화폐’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선점 효과를 노리며 NFT를 구매하는 것이 최근 개인 투자자 간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투자자가 아닌 평범한 개인 또한 가상 공간에서의 개별적인 소유권을 얻고자 NFT를 구매한다. 플랫폼 운영이 종료되면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이 소멸하던 과거와 달리, 플랫폼의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NFT의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과 휴대 전화 등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디지털 기기를 생활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가 등장하며 이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디지털 수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에 비해 메타버스나 NFT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단순히 작품을 소유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NFT 구매 열풍이 지금처럼 뜨겁진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진입 장벽이 높고 불투명했던 미술품의 소비와 재판매는 NFT 덕분에 전문 지식 혹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가능해졌다. 이와 더불어 개인 투자자와 미술품 컬렉터 그리고 미술품에 관심이 높은 애호가가 모이며 시장은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미술품 감상과 소유, 인증을 통해 스스로 이슈의 중심이 되는 데서 만족을 얻는 새로운 향유의 방식을 보여 준다. 이처럼 예술의 형식을 넘나드는 NFT를 계기로 그간 미술 시장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 새로운 컬렉터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 누가 NFT를 생산하는가


NFT 성장의 지표인 매출과 거래량을 분석하는 논펀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2020년 NFT 거래량이 약 2억 5000만 달러, 한화 2760억 원을 기록했다. 그다음 해인 2021년에는 약 130억 달러, 한화 15조 4440억 원을 넘으며 거래량은 무려 420배 증가했다.

이와 같은 NFT 산업을 초기부터 현재까지 견인하는 주축이 바로 NFT 아트다. NFT 아트는 디지털 기술로 제작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과거 디지털 아트보다 그 주제와 형식이 직관적이며 기성 미술품과 달리 감상자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크게 성장하고 있다.

NFT가 미술 시장에서 이처럼 큰 상승세를 보이며 특별한 지위를 갖는 이유는 디지털 아트에 신용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트는 그동안 위변조가 난무해 작품의 진위를 감별하기 어려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NFT 기술이 등장하며 누가 언제 작품을 제작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작품에 대한 기록을 암호화하여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게 했고 이로써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인증해 진품임을 보증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디지털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졌다. 디지털 작업물을 제작하던 디자이너도 NFT 미술 시장의 참여자로 떠오르게 됐다. 전통적으로 ‘디자이너’와 ‘예술가’는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활동해 왔다. 디자인과 예술을 구분 짓는, 다음과 같은 인식적 경계 때문이었다.

1. 디자인의 목적은 실용성이다. 반면 예술의 목적은 미적 의식 고양이다.
디자인은 뚜렷한 목적이 있다. 주로 실용적인 목적으로 타인을 위한 기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다. 가구에서부터 그릇, 건축, 도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반면 예술은 인간의 미적 의식을 고양하는 창조 활동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을 확장한다.

2. 디자인은 나의 외부, 의뢰인의 요구에서 창작을 시작한다. 반면 예술은 나의 내면, 경험과 감정에서 창작을 시작한다.
내 안의 감상이 아닌 나의 외부를 표현하는 것은 디자인적인 접근이다. 반대로 여러 경험을 통해 느껴지는 나만의 감상들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적인 접근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인의 내부를 향하는지 외부를 향하는지에 따라 예술과 디자인은 구분된다. 즉 디자인은 타인의 요구를 중시한다. 마치 기업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분석하여 상품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예술가라면 개인의 생각에서 출발해 자신의 특성을 살린 상품 혹은 서비스를 보여 줄 것이다.

3. 디자인은 결과물을 바라보는 사람이 그 가치를 결정해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예술은 타인의 평가보다 개인의 생각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했는가를 중요시한다.
디자인은 외부의 평가가 중요한 반면, 예술은 예술가 본인의 창조성과 고유성이 중요하다. 예술가들은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감각의 논리를 시각화한다. 예술가들은 완성된 작품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타인의 평가와 관계없이 예술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결국 예술의 가치는 예술가 본인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로 인해 디자인은 예술과는 다른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고, 때문에 디자이너 역시 예술가로서의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에 돌입하고 NFT라는 새로운 미술 시장이 열리며 두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창작물은 디자인과 예술의 구분이 아닌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장르 간의 경계를 긋기보다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접근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디지털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해 온 디자이너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NFT 시장에 적응 중이다. 그동안 타인의 요구에 의해 창작물의 주제를 선정하고 작업하던 그들에게 NFT란 전에 없던 자유를 담보한 세상이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 위주로 작업하는 그들에게 디지털 작업물이 자산으로 보호받게 된 것은 시장의 혁신이다. 이처럼 그간 미술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디자이너들을 위한 미술 시장이 형성됨으로써 디자인 또한 자연스레 하나의 새로운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아티스트 레이레이는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NFT 아티스트로 전향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게임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쌓은 역량을 NFT 세계에서 펼쳐 보이며, 디자이너에서 예술가로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좌) <COLOR GIRL> ©오픈씨 레이레이 컬렉션 / (우) CU에서 진행한 화이트데이 히어로 NFT. ©CU 공식 인스타그램
레이레이가 편의점 CU와 협업한 히어로 콘셉트의 NFT 응모에는 참여자가 2만 명이나 모였다. 현재 그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NFT 마켓 클립 드롭스(Klip Drops)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 최대 NFT 마켓 오픈씨(OpenSea)에서도 그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레이레이는 NFT 시장 초기부터 흐름을 지켜보며 정보와 기술 면에서 다른 아티스트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기존 미술 시장과 다른 NFT 아트의 판매 방식과 마케팅 문법,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이유와 작동 원리 등 NFT 아트 생태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레이레이의 사례는 창작의 자유도가 낮았던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NFT 세계로 발을 들일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NFT 세계의 적극적인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를 뜻하는 영단어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consumer’가 합쳐진 단어)의 형태로 직접 NFT를 구매하며 다른 창작자의 세계를 더 깊이 알아가고, 소비자로서의 이점을 체험한다. 이 외에도 작품 자체가 좋아서 구입하거나 창작자에 대한 후원의 의미로, 혹은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해 NFT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산업 혁명 시대부터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생산자의 권유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소비자는 자신이 감상할 창작물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재생산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며 생산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win-win)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3. 크리에이터, 유튜브에서 NFT로


유튜브 성장의 핵심은 개방성이다. 누구나 창작과 유통이 가능하다. 유튜브를 통해 기성 방송과 달리 전문 제작사가 아닌 개인이 콘텐츠를 선보이게 됐고, 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이용자 참여를 통해 수익 구조를 변화시켰다.

영상을 전공하지 않은 자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데뷔하듯, NFT 아트 생산자 역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NFT를 발행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과 달리 NFT 세계에서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제2의 캐릭터, 일명 ‘부캐’로 활동이 가능하다. 부담 없이 자신의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은 NFT의 큰 장점이다. NFT는 이렇게 제작 방식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미 과포화 상태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장에서도, NFT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 유튜버들이 선점 효과를 노리고 일찍이 유튜브 시장에 참여했듯, 창작자들 역시 누구보다 빠르게 NFT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며 쉽고 빠르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한국은 세계적인 NFT 시장을 선점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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