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의 MS행

2023년 11월 21일, explained

챗GPT의 아버지가 이직한다. 너무 똑똑해진 AI의 미래가 불안하다.

2023년 11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회의 행사에서 샘 알트먼 당시 오픈AI CEO가 연설에 나섰다. 알트먼은 그날 AGI 개발에 가까워졌음을 밝히고, MS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Justin Sullivan, Getty Images
NOW THIS

지난 주말, 거짓말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오픈AI의 최고 경영자, 샘 알트먼이 갑작스럽게 쫓겨났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블로그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다. 무엇보다 소셜 미디어 X를 통해 오간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월요일이 되자 결론이 났다. 결국, 샘 알트먼이 이직한다.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WHY NOW

2023년은 챗GPT의 해였다. 2024년 또한 그럴 예정이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월 6일, 오픈AI가 처음으로 개최한 개발자 회의(OpenAI DevDay)의 내용을 봐서는 틀림없었다. 누구나 맞춤형 GPT를 만들 수 있는 ‘GPTs’ 서비스에 보고, 듣고, 말하는 ‘GPT-4 터보’까지. 인류의 삶을 확실하게 바꾸고 있는 단 하나의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오픈AI다. 그런데 그 안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AI에 의지하려 한다면, 이 회사 안에서 벌어져 온 논쟁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거물급 비영리 단체

오픈AI는 거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3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은 것은 물론, 현재 기업 가치만 860억 달러에 이른다. AI와 관련한 정책을 결정할 때도 오픈AI는 당사자이자 전문가로서 빠지지 않는 패널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원칙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없다. 기업의 가치도 있을 수 없다.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출범 당시, 1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기부’ 받았다. 이 비영리 단체의 목표는  ‘인간보다 영리한 인공지능(AGI, AI systems that are generally smarter than humans)’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유 있는 변화

처음엔 잘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19년 챗GPT-2를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기술이 악용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성능을 낮춰 공개할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변화가 시작된다. 오픈AI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샘 알트먼이 꾀를 냈다. 비영리 단체 오픈AI 산하에 영리 법인인 ‘오픈AI LP’를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손을 잡는다. 챗GPT-2 공개 한 달 후였다.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먼

갑자기 돈을 벌자고 태세 전환을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발하는 GPT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더 많은 양의 계산이 필요해진다. 그만큼 비싼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이 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른 말로 하자면 지속 가능한 ‘자금’을 대기 위한 영리한 설계였다. 하지만 한 번 붙은 가속도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 2023년 공개된 챗GPT-3.5 이후, 오픈AI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바로 샘 알트먼이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 오실 뿐

알트먼은 실리콘 밸리의 영재학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다 중퇴했다. 이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에 파트타임 파트너로 합류했다 대표가 되었다. 에어비앤비, 레딧, 핀터레스트 등이 YC 동문이다. 대단한 성적이다. 생성형 AI와 관련한 모든 의제에 전 세계는 샘 알트먼의 입을 주목한다. 하지만 그의 담당 과목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트먼의 전공은 펀딩과 투자다. 의제를 설정하고 팀을 꾸려 꿈을 현실로 만들 기반을 다진다. 하지만, 정작 챗GPT를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다.

만든 사람의 경고

바로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다.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딥러닝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알파고’의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챗GPT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샘 알트먼이 가져온 돈 덕분이었다. 챗GPT가 한 발짝 일찍 우리에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시장을 점유하고 관련 논의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알트먼 덕분이다. 그러나 챗GPT를 만든 사람은 수츠케버다. 누구보다 챗GPT의 능력을,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AI 시스템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순간을 경계한다. 오픈AI 내에 AI 안전 관련 연구 부서를 만든 이도 수츠케버다. 이번에 알트먼 해임이라는 이사회의 결정을 주도한 이도 수츠케버다.

절대 반지, AGI

샘 알트먼의 해임과 마이크로소프트행은 이 두 사람의 가치관이 충돌한 결과다. 알트먼은 오픈AI와 챗GPT를 데리고 미래를 향해 달렸다. 더 나은 성능의 AI를, 더 미래에 가까운 비전을 제시했다. 매력적이다. 정점은 이번 개발자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금 개발 중인 GPT-5를 두고 인간보다 영리한 인공지능, AGI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오픈AI의 사명

그러나 오픈AI는 AGI가 인류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조직이다. 현재 계약서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가 AGI 기술에 도달해도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지 않다. 수츠케버의 쿠데타는 오픈AI가 개발하는 인공지능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무엇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원했을까. “소통에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았던” 샘 알트먼은, 매력적이지만 안전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IT MATTERS

샘 알트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계획에 관해 밝힌 바 있다. AGI를 만들어 전 세계 부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이 부를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AGI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샘 알트먼에게도 계획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에서 그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AGI가 인간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빠르게 더 멀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그에게는 있다. 그가 X에 남겼던 피드가 모든 것을 말한다. “The perfect has destroyed much perfectly good good. (완벽은 완벽하게 좋은 것을 많이도 파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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