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밀크 세대의 유니콘, 오틀리
 

5월 17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오틀리(Oatly)가 나스닥에 상장한다. 대체 식품을 넘어 힙한 음식이 되고, 막대한 기업 가치를 창출한 방법은 무엇일까.

©일러스트: 유덕규/북저널리즘, 사진: 오틀리
귀리 우유를 만드는 스웨덴의 푸드 테크 스타트업 오틀리(Oatly)가 이번주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공모가 15~17달러에 19일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100억 달러(11조 295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전망입니다. 오틀리는 식물성 우유 시장의 대표 기업입니다. 귀리, 아몬드, 코코넛 등을 사용한 우유와 요거트 등 식물성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1993년 설립됐고, 육류와 유제품, 계란 등을 먹지 않는 비건(Vegan) 식문화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성과 개인의 음식에 대한 선택권을 중시하게 되면서 인기를 끈 것이죠.

식물성 우유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틀리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2019년 2억 400만 달러를 기록했던 매출은 2020년에는 4억 2140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푸드 테크 기업들은 대중 소비자를 포섭하고, 주식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2019년 상장했는데, 현재 주가는 당시의 4배에 달합니다. 역시 대체육을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도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틀리는 귀리 우유를 비건이나 유당 불내증 환자 등을 위한 대체 식품을 넘어, ‘힙’한 음식,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오틀리를 비롯한 푸드 테크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확장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지 읽습니다.
 

힙스터의 음료

오틀리의 다양한 귀리 우유 제품 ©일러스트: 유덕규/북저널리즘, 사진: 오틀리
오틀리는 1993년 유당 불내증을 연구하던 스웨덴의 식품 공학자 리커드 아스티 박사가 설립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유의 대체품은 주로 두유였습니다. 오틀리의 귀리 우유는 유당 불내증이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 소비자만 찾는 제품이었고요.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두유 외에도 아몬드 우유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귀리 우유는 여전히 생소한 품목이었습니다. 오틀리의 본격적인 성장은 2012년 토니 페테르손(Toni Petersson)이 CEO로 취임하면서 시작됩니다.

핵심은 귀리 우유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페테르손은 마케팅 전문가 존 스쿨크래프트를 영입했고, 오틀리(Oatly)로 표기되던 제품명을 ‘Oat-ly!(귀리스럽게)’로 재편하고 포장 디자인을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숙하게 바꿨습니다. 포장 상자에는 직원들이 쓴 메시지를 인쇄했는데, “탈우유(post milk) 세대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한다” 등 일종의 컬트(cult) 집단에 합류했다는 느낌을 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결정은 바리스타 에디션을 출시하고, 뉴욕 브루클린과 런던 쇼디치 등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지역의 카페를 공략한 것이었어요. 귀리 우유를 유당 불내증 환자나 비건 식습관을 가진 소수 소비자들을 위한 대체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힙’하고 마셔 보고 싶은 음료로 만든 것이죠. 여기엔 제품의 특징도 한몫했습니다. 다른 식물성 우유 대부분은 뜨거운 음료에 넣으면 분리되고, 식물성 단백질 때문에 우유처럼 거품이 나지 않는데요, 귀리 우유는 다릅니다. 거품이 잘 나는 데다, 카페라테를 만들 때 사용하면 귀리 맛은 대부분 커피에 가려지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죠. 카페를 공략하는 건 오틀리의 핵심 소비자에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산지별 원두의 맛을 비교하고, 라떼 아트를 하는 등 미식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바리스타들에게 먼저 귀리 우유를 알리고, 힙스터들이 모이는 카페에 입점시켜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경험해 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오틀리 인스타그램
거기에 위트 있는 광고나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나갔습니다. 오틀리의 광고 문구는 이런 식입니다. “당신이 이 광고를 안 봐도 상관 없습니다. 누군가는 보겠죠.(if you don’t read this ad, no worries. Someone else likely will)” “그냥 광고보다 보기 좋도록, 스트리트 아트처럼 만들어 봤어요.(We made this look like street art so you would like it better than if it was just an ad)” “이걸 읽으셨나요? 성공했네요.(You actually read this? Total success)” 약간의 비꼬는 투(sarcasm)와 위트를 넣었어요. 소셜 미디어에서도 귀리 우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포스팅하거나, 쿨한 ‘탈우유 세대’의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오틀리를 대체 식품으로서 진지하게 설명하고 권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처럼 만들고 전파한 셈입니다.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2016년 미국에 론칭한 오틀리는 불과 2년 만에 미국 내 3000개 이상의 카페와 식료품점에 납품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2018년 봄엔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뉴욕에서 ‘오틀리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뉴욕의 카페들은 귀리 우유가 동났다는 안내판을 세우고, 마트 진열장은 텅텅 비고, 소셜 미디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정도였습니다.
 

비건 유니콘과 셀러브리티 투자자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음식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미 비건이거나 종교적, 신체적 이유로 동물성 음식을 못 먹는 소비자를 넘어 대중을 포섭해야 합니다. 브랜드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훌륭하게 대체하고,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푸드 테크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식문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틀리처럼 마케팅에 신경 쓰기도 하지만, 다른 흐름도 눈에 띕니다. 셀러브리티 투자자입니다. 오틀리는 2020년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함께 오프라 윈프리, 나탈리 포트만,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제이지(Jay-Z) 등으로부터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낫코(NotCo)는 낫밀크(NotMilk), 낫마요(NotMayo) 등 비건 식품을 만드는 칠레의 스타트업입니다. 낫밀크는 다른 식물성 우유와 달리, 치커리와 코코넛, 콩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섞어서 만듭니다. 배합 레시피는 인공지능 주세페(Giuseppe)가 만듭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낫코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억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 투자에선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도 빌 게이츠와 세레나 윌리엄스, 케이티 페리, 제이지 등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임파서블 푸드는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고기 같은 패티를 지향하는데요,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4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셀러브리티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스피커 역할을 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다른 푸드 테크 기업 어필 사이언스(Appeal Science)에도 투자하는 케이티 페리는 “지속 가능성은 경제를 만들고, 농부들에겐 기회를 주며, 소비자에겐 선택권을 준다”고 말합니다. 셀러브리티의 투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새로운 식문화에 동참하는 인플루언서를 포섭하는 일이고, 셀러브리티 입장에선 대중, 특히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향하는 행보입니다. 물론 투자 수익도 낼 수 있고요. 이번 오틀리의 IPO로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일부 수익금을 회수할 전망입니다.

오틀리의 상장은 대안적인 제품이 새로운 식문화로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면서, 비슷한 가치를 지지하는 셀러브리티의 참여로 상승 효과를 내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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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삶을 바꾸는 식탁》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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