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한다.
- 우유 소비 감소의 원인은 저출생이 아닌 인식 변화다.
- 대체 우유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지금, 유업의 미래는 마케팅에 달려 있다.
BACKGROUND_ 위기의 유업
오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푸르밀이 11월 30일부로 문을 닫는다. 전 직원 약 370여 명에게 사내 메일로 정리해고를 통지한 상황이다. 푸르밀은 롯데우유에서 시작한 유제품 전문 기업이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해 2009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비피더스, 가나초코우유, 검은콩 우유 등 시그니처 상품까지 보유한 중견기업이 무너졌다. 업계는 푸르밀의 사업 종료를 심상치 않은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업의 위기는 어디서 시작됐나.
NUMBER_ 26.3킬로그램
유업의 위기는 오래됐다. 2015년 경북 대표 유업체 영남우유가
문을 닫은 바 있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는 유업의 위기를 잘 설명한다. 2001년 31킬로그램이던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20년까지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27킬로그램, 2019년 26.7킬로그램, 2020년 26.3킬로그램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약 5킬로그램이 줄었다.
RISK_ 저출생
우유 소비 감소, 그 배경엔 저출생이 있다는 분석이다. 20년 전 60만 명대를 기록하던 출생아 수는 현재 3분의 1이 됐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명대다. 우유 급식은 흰 우유 소비량의 7퍼센트를 차지한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며 우유 급식률도 줄고 있다. 2012년 52.5퍼센트였던 급식률은 2021년 28.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ANALYSIS_ 미국
위태로운 유업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 미국 최고령 우유업체 딘 푸즈(Dean Foods)가
파산 신청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8년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약 66킬로그램으로 우유 소비량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였다. 미국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생만으로 한국 유업의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왜 전처럼 우유를 마시지 않는가.
CONFLICT_ 우유
우유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프로파간다와 가치관 사이, 우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우리나라와 미국 유업의 위기를 낳았다.
- 프로파간다; 전후 시기 먹을 것이 충분치 않던 시절, 우유는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영양공급원으로 여겨졌다. 1946년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정부는 학교에 우유를 무상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에선 1970년 전국 국민학교를 시작으로 우유 급식이 도입됐다. ‘흰 우유는 칼슘’라는 공식은 프로파간다의 결과물이었다.
- 가치관; 오래된 공식은 깨졌다. 우유가 아니어도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각종 건강식품이 늘었다. 여기에 더해 낙농업의 탄소배출량, 동물권 이슈는 우유를 가치관 영역으로 옮겨 왔다.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두유, 아몬드유, 오트 밀크, 코코넛 밀크 등이 우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EFFECT_ 부끄러운 선택
유럽 내 최대 낙농협동조합 알라(Arla)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흰 우유는 이제 부끄러운 선택이 됐다. 조사에 참여한 Z세대 49퍼센트는 공공장소나 일행 앞에서 유제품을 주문하는 것을 꺼린다고 밝혔다. 이들 중 3분의 1은 공공장소에서 대체 유제품만 주문하지만, 사생활이 보장되는 집에서는 유제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INSIGHT_ 새로운 성장
산업의 위기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두유를 제외한 국내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21년 686억원이었다. 오는 2026년에는 972억원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 유업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체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매일유업은 일찌감치 해외에서 ‘아몬드 브리즈’를 들여 왔고, 자체 대체유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를 내놨다. CJ제일제당은 MZ세대로 이뤄진 사내벤처팀을 꾸려 ‘얼티브’를
론칭했다.
KEYPLAYER_ 오틀리
- 오틀리를 보면 대체유 시장의 미래가 보인다. 오틀리는 유당 불내증을 연구하던 교수가 만든 스웨덴 브랜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2021년 나스닥 상장까지 했다. 오틀리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12년 토니 페테르손 CEO 취임 후다.
- 페테르손은 오틀리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 존 스쿨크래프트를 영입했다. 제품명을 오틀리(Oatly)에서 ‘오틀-리!(Oat-ly!)’로 바꾸고 스타벅스에 납품할 바리스타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비건 커피 브랜드 마이너 피겨스(Minor Figures)의 공동 창업자는 오틀리의 마케팅을 두고 “오틀리는 귀리를 섹시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REFERENCE_ 하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