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만큼 분석 능력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가 있었다. 자율주행의 시작을 알린 2004년 3월 캘리포니아 남동부 모하비 사막에서 펼쳐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The DARPA Grand Challenge)다.
[8] 240킬로미터의 트랙에서 완주한 차량은 없었다. 2005년에 재개된 대회에서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교수가 이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리(stanley)가 우승했다. GPS 기반의 다른 차량과 달리 주행 도로 위의 장애물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먹혀들었다.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자율주행의 아버지’가 된 세바스찬 스런 교수는 향후 구글에 합류했고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KEYPLAYER_ 모빌아이
그런데 ‘자율주행의 아버지’로 불리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히브리대 교수다. 그가 1999년에 창업한 기업이 모빌아이(Mobileye)다. 인텔이 2017년에 인수했다. 모빌아이는 전술한 ADAS를 최초 개발했고 현재도 ADAS 시장의 60퍼센트 점유율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한때 사용했던 ‘아이큐(EyeQ)’라는 자율주행 칩을 만든 회사다.
[9] 돈독했던 두 회사는 2016년의 오토파일럿 사고
[10]의 책임 소재 공방으로 결별했다. 모빌아이는 센서로 카메라를 쓰다가 라이다, 레이다를 겸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 처리하는 칩을 올해 초 공개하기도 했다. 배달 스타트업 유델브(Udelv)와 함께 무인 배달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저렴한 라이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 혹한기 속에 모빌아이의 상장 소식이 있었다.
MONEY_ 230억 달러
투자 심리는 살아있었다. 모빌아이는 현지시간 10월 26일 나스닥에
안착했다. 모빌아이의 상장은 포르셰에 이어 올해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견된 IPO였다. 2014년에 이스라엘 기업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모빌아이는 3년 뒤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하며 상장 페지했다. 당시 모빌아이는 적자였지만 흑자전환의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IPO는 5년 만의 재도전이었다. 모빌아이는 공모가 21달러에서 출발해 상장 첫날 37퍼센트 오른 28.9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흥행이었다. 시가 총액 역시 170억 달러에서 230억 달러로 올랐다.
STRATEGY_ 허허실실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니다. 모빌아이의 상장은 이대도강이고 흥행은 안분지족이다. 다행히 허허실실이 통했다. 지난해 말 인텔이 전망한 모빌아이의 시가 총액은 500억 달러였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내려앉으며 인텔은 눈을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IPO 직전 모빌아이의 발행 주식을 대폭 축소하고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 아래로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기업 가치가 3분의 1로 주저앉았지만 타이밍을 늦출 순 없었다. 이미 기술주·성장주의 폭락이 심한 상황에서 소폭 강세를 보이는 틈을 탔다. 경기 침체가 닥칠지 모르는 2023년은 지옥이기 때문이다.
ANALYSIS_ 긴급수혈
인텔은 주력인 반도체 부문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다. 경쟁자 AMD와는 프로세서로 경쟁
중이고, 기술적 약세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텔의 퍼포먼스는 악화일로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3분기 실적은 망가졌다.
[11] 이번 IPO로 조달한 8억 6100만 달러는 부채 일부 상환과 R&D 등 기업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인데 반도체 부문에 수혈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텔은 모빌아이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모빌아이를 위한 조치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어쩌다 찬밥 신세가 됐을까?
RISK_ 아르고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