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의 얼굴 기술이 만든 얼굴이 우리에게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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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소은, 최순욱
에디터 김혜림
발행일 2023.05.17
리딩타임 114분
가격
전자책 8,400원
종이책 12,0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새로운 이미지와 새로운 얼굴의 시대다.
얼굴 불신의 시대 앞에서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 앞에서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딥페이크 앞에서는 달랐다. 정부와 기업, 개인은 모두 딥페이크의 부작용을 두려워한다. 허위정보의 범람, 포르노그래피로의 악용은 딥페이크의 폭력의 얼굴이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그렇듯, 딥페이크 역시 양면적이다. 딥페이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고,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기존의 얼굴로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 나간다. 부작용 때문에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는 딥페이크의 진짜 얼굴에 대해 물어야 한다.
저자 소개
이소은은 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다. 미디어, 콘텐츠가 일상에서 가지는 의미를 테크놀로지와 문화, 이용자의 관계 속에서 탐구한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순욱은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IT/미디어 기자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거쳐 과학기술 분야 정책 컨설팅 기업 너비의깊이를 창업했다. 컨설팅과 미디어 연구를 병행한다. 디지털 문화, 저널리즘,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이 얼굴, 진짜일까?

2화. 딥페이크, 얼굴을 바꾸다
딥페이크는 어떤 기술인가?
쉽고, 싸고, 빠른 딥페이크
딥페이크, 심층적 자동화의 기술

3화. 딥페이크와 폭력의 얼굴
허위정보와 사실의 위기
포르노그래피와 조작된 정서
감춰진 얼굴이 묻다

4화. 딥페이크와 창작의 얼굴
되살아난 인물, 비즈니스가 되다
진짜 얼굴 vs. 가상의 얼굴
가상의 얼굴이 묻다

5화. 폭력과 창작 사이,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해야 하나?

6화. 에필로그 ; 새로운 가면 앞에서 물어야 할 것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불온함만큼의 가능성을 가진 기술

에디터의 밑줄

“딥페이크는 전문가가 고가의 장비와 전문 지식을 활용해 수행하던 이미지 합성과 조작을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대신 수행하도록 한다. 딥페이크는 전문가에 국한돼 있던 시각 미디어 조작의 주체를 ‘우리 모두’로 넓히며 비로소 ‘가내화(domestication)’된 셈이다.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포토샵이 그랬던 것처럼 딥페이크는 이제 가정에서 누구나 영상을 조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딥페이크는 조작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최종 결과물이 생성되는 포토샵과 달리 모두가 영상 조작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시각 미디어 조작 기술이 드디어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딥페이크 영상은 사람들이 곧잘 풍자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건강한 모습으로 장기간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제공된다면 어떨까? 이는 사실일까, 허위일까, 혹은 풍자일까? 이를 판단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우며, 딥페이크 기술이 일반화될수록 딥페이크를 통한 허위정보의 도전은 더욱 복합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보 생산자들, 그리고 이용자들의 대응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 사이, 딥페이크 기술은 더욱더 정교해지는 중이다.”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의 사례는 딥페이크가 정서적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인이나 평소에 내가 동경하던 스타가 일어날 수 없는 일의 주체로 등장하거나 포르노 영상처럼 의외의 맥락에서 나타나는 고품질의 영상은 보는 이에게 전과는 다른, 극대화된 정서적 경험을 가져다준다. 내가 모르는 이의 얼굴이 아니라 내게 익숙하거나 평소 좋아했던 얼굴이 등장하는 영상은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딥페이크를 통한 영상 조작은 정보의 사실성과 신뢰성의 문제를 넘어 이용 수준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효과와 밀접하게 관련됨을 알 수 있다.”

“〈웰컴 투 체첸〉의 감독 데이비드 프랑스(David France)는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 기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그는 이 방식으로 “인터뷰 대상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그들의 인간성을 회복시켜 준다”고 말한다. 얼굴과 드러나는 표정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체성이 있다고 설정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사실 주체성을 가질 수 없다. 주체성은 주체가 되려는 노력의 ‘역사’를 통해 확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들어진 가상의 얼굴에는 역사가 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실제 시간이 흐르며 형성된, 주체가 형성돼 온 역사가 반영될 수 없다. 사람들은 역사가 있다는 주장을 실제 역사로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 이것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비록 나름의 인기를 끌고, 마케팅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해도 인간 인플루언서,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이에 대해 조금은 과도한 기대를 가진다. 가령,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드디어 글로벌 차원에서 평등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마련됐다는 기대에 부풀었고, 앱스토어가 처음 마련됐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큰 자본 없이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의 제작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딥페이크의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술의 가치보다는 부작용을 먼저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의 역사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딥페이크 기술이 존재감을 드러낸 첫 계기가 허위정보나 포르노그래피와 같은 부정적 사례였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딥페이크라는 기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치, 긍정적 사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합성 이미지를 볼 때 우리는 ‘이 얼굴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다. 그간 우리는 가짜 얼굴이 전하는 정보를 우리가 믿는 것은 아닌지, 가짜 얼굴이 진짜 얼굴보다 더 경제적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물어 왔다. 그러나 딥페이크 이미지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얼굴에 숨은 내면과 역사, 정체성과 주체성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딥페이크가 어떤 얼굴을, 왜 바꾸는지를 더 많이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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