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님비

7월 13일, explained

지속 가능한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건 결단력이 아닌 정치와 숙의다.

NOW THI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부흥 계획 중 하나인 제조업 공장 건설이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7제곱킬로미터 규모에 이르는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주민 반대를 마주한 건 공장만이 아니다. 큰 부지가 필요한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 위험이 따르는 폐기물 발전 시설, 수소 연료 시설 등도 그 대상이 됐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설들이 갈 곳이 없다.

WHY NOW

내 뒷마당에 들어서는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보다 더 심각한 일일 수는 있다. 친환경 에너지 시설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환영받지 못한다면, 세계는 진정한 탈탄소로 나아갈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로막는 건 정말 이기적인 주민일까? 지금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닌, 느리더라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메가사이트

포드의 리튬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곳은 미시간주의 작은 도시 ‘마셜(Marshall)’이다. 지난 7월 6일,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친환경 공장과 시설을 건설해 “소외된 작은 지역 사회”에 일자리를 공급하겠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든 슬로건은 “STOP THE MEGASITE”였다. ‘메가사이트(Megasite)’는 교외 지역에 들어서는 교통 인프라와 공장, 공공시설을 뜻한다. 국가 단위에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역의 경제 개발 기관과 주가 함께 연합해 해당 지역의 산업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포드는 마셜 지역에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보장했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릴 수는 없었다.

필요 없는 곳

마셜 주민의 우려는 선명하다. 일단, 7제곱킬로미터 크기의 리튬 공장이 지역의 환경을 망치리라는 환경적 우려가 있다. 지난 5월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뉴욕 북부에 친환경 연구 시설인 메가사이트 ‘스탬프(STAMP)’가 들어서자 토나완다(Tonawanda) 원주민 부족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STAMP를 고소했다. 판사는 절차를 이유로 해당 사건을 기각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마셜의 주민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슬로건은 ‘우리에게는 일자리가 필요하지 않다’였다. 미국의 실업률은 3.6퍼센트다. 특히 제조업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아쉬운 건 노동자보다는 공장이라는 말이다. 마셜의 주민에게 배터리 공장은 필요치 않은 존재다.

확대하는 님비

포드의 경제 개발 담당 이사인 개비 브루노(Gabby Bruno)는 메가사이트를 향한 주민의 반대는 “전국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거대 프로젝트가 다수 개발돼 분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시설을 향한 님비 현상은 한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로 인해 사라진 농지와 염전의 면적이 2만 헥타르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염전과 농지 비율이 높은 전남 지역의 경우에는 주민의 반대가 더욱 거셌다. 2021년, 전남의 농민들은 ‘농어촌파괴형 풍력 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를 발족해 에너지 설비 확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월 5일에는 여주 북내 신남리에 건립될 예정이었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주민의 반대로 철회됐다. 탈탄소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들이 끝없이 유예되고 있다.

지역의 문제

교외 지역에 설치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인프라와 대형 공장, 실험 시설은 근본적 문제를 갖고 있다. 바로 그들 대부분이 타지역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이다. 버펄로대학교의 조교수 홀리 진 벅(Holly Jean Buck)이 묘사하는 현재의 친환경 인프라의 생산·소비 구조는 다음과 같다. “부유한 기업은 시골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시골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오염된 땅과 지역 사회를 남기고 도시의 사람을 풍요롭게 만든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런 형태의 불합리가 윤리적 문제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친환경 인프라가 지역 간의 전쟁과 특정 주민의 반대로 치부될 때, 친환경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마치 기후 위기처럼,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불공평하다는 인식이 쌓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불공평한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어떤 효용도 주지 않는다.’ 이것이 대규모 친환경 시설을 향한 님비의 핵심이다. 

주민의 유일한 무기

주민의 억울함과 불안함은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비롯한다. 울산과학기술원 정지범 교수는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는 데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사람들이 해당 위험에 어느 정도 익숙한지”였고, 또 하나는 “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다. 기존의 의사 결정은 이 부분을 해소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여주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경우가 그렇다. 주민들은 단발성으로 열린 한 번의 주민 설명회에서 일방적으로 발전소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마셜의 주민도 마찬가지였다. 공장 건립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글렌 코왈스키는 “지역 커뮤니티를 토론에 참여시켰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거버넌스는 주민을 시설의 수혜자, 혹은 다수결에 필요한 숫자로 파악했다. 토론과 합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주민이 들 수 있는 건 ‘결사반대’라는 슬로건뿐이다.

방사성 폐기물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가 아홉 차례나 마주한 결사반대 슬로건이 있다. 10년 이내에 마련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이다. 현 정부가 K-택소노미에 원전 에너지를 포함하면서 현재 원전 가동률은 80퍼센트를 넘어섰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은 수조에 임시 보관 중이다. 2031년에는 기존의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영구 처분장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논의는 멈춰 있다. 선정된 후보 부지 아홉 곳 모두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주민의 입장에서 방사성 폐기물은 낯설다. 그리고 손쓸 수 없이 위험하다. 폐기물 저장 시설이 마스크도 필요치 않은 안전한 시설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불안은 과학이 아닌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옹칼로

2025년 핀란드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10만 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저장 시설이 완공된다. 이름은 ‘옹칼로(Onkalo)’로, 동굴이라는 뜻이다. 옹칼로 역시 주민 반대를 넘어서기 위해 1980년대부터 씨름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 사람은 “당시 업계가 해왔던 대로 행동하려니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은 “개방성과 투명성”이 만드는 신뢰였다. 1987년 다섯 개의 부지가 선택됐을 때 핀란드는 각 후보 지역에 사무실을 열었다. 과학자와 정치인, 기업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과 대화했다. 주민은 옹칼로의 경제적 효과와 환경적 안정성,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결과는 평화로웠다. 주민들은 자기 손으로 옹칼로를 선택했다.

IT MATTERS

메가사이트 개발에 있어 주민의 목소리는 항상 한정적이었다. 주민은 이미 결정된 사항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소비되거나, 수동적인 혜택의 수혜자로만 인식됐다. 들어서는 시설이 어떤 영향을 줄지조차 판단하지 못한 채 불안한 표를 행사할 때도 많았다. 이렇게 도출된 다수의 의견은 민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존 문제 해결 방식에 구멍이 생겼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은 명확하다.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닌,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토론과 숙의에 들이는 예산을 증액하는 것으로도, 혹은 시민들이 결정 과정에 더 많은 숙고의 시간을 들일 수 있도록 제도를 미세 조정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결정이 과학이 아닌, 정치적 과정이라는 점이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은 느리더라도 완벽한 방법을 시작해야 한다. 님비를 기존의 문법으로 읽는다면, 지속 가능한 지속 가능성은 먼 이야기가 되기 쉽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