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리브랜딩, X는 성공할까?

7월 26일, explained

파랑새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브랜드 X는 트위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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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X가 됐다. 새 모양의 트위터 로고는 사라졌고, 트위터의 기존 트윗들은 ‘X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모두 일론 머스크의 슈퍼 앱 구상의 일환이다. 일론 머스크의 상상 속 X는 일상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앱이다. 일론 머스크는 X의 화려한 데뷔를 예고하며 이렇게 적었다. “트위터 브랜드, 모든 새에 작별을 고할 것.”

WHY NOW

일론 머스크는 이미 가진 ‘X’가 많다. 테슬라라는 변화무쌍한 하드웨어와 심리스한 연결을 가능케 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들이 그렇다. 페이팔(Paypal)을 만들어 본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제품 X의 성공 가능성은 작지 않다. 그렇다면, 브랜드 X는 어떨까? X가 지향하는 가치는 충분히 정립되지도, 그 실체가 분명해지지도 않았다. 새로운 건 희미한데 트위터라는 과거는 무겁다. X에게 트위터라는 ex는 활용할 수 있는 유산도, 미래를 위한 레퍼런스도 아니다. 리브랜딩된 X는 트위터의 중력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의 X 집착

일론 머스크의 X 사랑은 꾸준하고 무거웠다. 일론 머스크의 손을 거쳐 간 제품 대부분에 이 ‘X’라는 알파벳이 붙었다. 머스크가 창업한 페이팔(Paypal)의 원래 이름은 X.com이었다. 머스크의 뉴스페이스 기업인 ‘스페이스X’, 테슬라의 SUV 차량 모델, 얼마 전 설립한 인공지능 회사 ‘X.Ai’에도 X가 빠지지 않는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X Æ A-12’라고 쓴다. 이토록 X를 사랑하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다음 이름으로 X를 점찍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슈퍼 앱 X가 일론 머스크의 원대한 꿈의 핵심에 있다는 뜻이다. 억만장자의 소망과 욕망을 담은 X는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가 아닐 것이다.

계획만으로 존재하는 X

그런데, 슈퍼 앱 X에는 실체가 없다. 모든 슈퍼 앱의 토대는 결제다. 지불에 기반을 두고 수많은 서비스가 연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와이어드》의 보도에 따르면 핀테크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X가 사용자나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기 어려우리라 예측했다. 슈퍼 앱으로의 전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브랜드 X가 불쑥 등장한 셈이다. X로의 리브랜딩은 성급했다. 그런데 성급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6월 발표된 ‘브랜드파이낸스’의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의 브랜드 가치는 32퍼센트, 브랜드 파워는 11포인트 하락했다. 메타의 ‘스레드’가 출시되면서 유저 유출은 가속화됐다. X로의 전환 계획은 트위터가 마주한 비즈니스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포에 가깝다.

선포는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유사한 형태의 성급한 리브랜딩이 하나 더 있다. 2021년,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 일이다. 사명 변경을 발표하던 당시,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보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간이 해결해 줄 브랜딩이라는 우유부단한 결심을 감추는 건 바뀐 로고와 사명의 화려한 데뷔 무대였다. 막상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1500달러에 달하는 ‘퀘스트2’ 헤드셋은 페이스북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고, 야심차게 론칭한 VR 앱인 ‘호라이즌 월드’는 직원도 사용하지 않는 퀄리티라는 평을 받으며 20만 명 수준의 유저를 모으는 데 그쳤다.

메타가 된 이유

성급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 극복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페이스북의 전 직원 프랜시스 호건이 페이스북의 내부 정보를 폭로한다. 페이스북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감추고 허위 정보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호건은 “페이스북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반복해 충돌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페이스북의 브랜드 가치는 공론장과 만남, 연결이었다. 공공의 가치와 충돌하는 공론장은 성립할 수 없다. 당시 페이스북이 택한 대피처는 메타버스라는 신기술이었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했다. 리브랜딩 1년 후,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리얼리티랩스 부문의 손실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2022년 3분기, 리얼리티랩스의 3분기 매출은 2억 8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퍼센트 감소했고, 37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타버스로의 정체성 전환을 외치던 메타는 현재 트위터를 닮은 소셜 미디어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X가 메타와 다르다면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메타와 다르다면, X를 향한 머스크의 진심 어린 집착 때문이다. 그간 쌓아 온 머스크의 X 생태계가 슈퍼 앱을 향한 수요를 만들 수 있다. 페이팔을 비즈니스로 성공시킨 머스크는 슈퍼 앱 X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테슬라는 자사의 슈퍼 앱을 구동하는 안정적인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그 어디에서도 X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다. X.Ai 역시 적잖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슈퍼 앱 그 자체를 닮은 머스크의 유니버스가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X의 성공 역시 아주 허황된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브랜드 X도 지속 가능할까?

브랜딩의 원칙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브랜딩에 있어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브랜드의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는 고객은 다른 브랜드보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5.4배 높았다. 신뢰받는 브랜드의 핵심 원칙 세 가지는 인간성과 진정성, 투명성이다. 브랜드 X의 경우는 어떨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던 바로 그때로 돌아가 보자.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유로 모두가 수호하고 보장받아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말했다. 트위터가 머스크의 품에 안긴 지 9개월이 돼가는 지금, 그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트위터에서 정상 작동했다고 믿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트위터의 미국 광고 수익은 8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퍼센트 감소했다. 트위터가 더 이상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말이다.

리브랜딩의 원칙

브랜딩이 미래를 본다면, 리브랜딩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봐야 한다. 리브랜딩에는 미래를 위한 변화의 필요성과 그동안 쌓아 온 과거의 유산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2024년 로고 리브랜딩을 앞둔 ‘펩시’의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는 펩시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펩시는) 미래 세대와 브랜드 유산을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이 경우 펩시에게, 125년이라는 역사와 유산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강점이자 미래를 정의할 수 있는 든든한 레퍼런스다. 머스크의 X는 리브랜딩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설립 17년 차에 접어드는 트위터가 쌓아 온 브랜드의 가치는 머스크의 품에 안긴 지 9개월 만에 희미해졌다. 일론 머스크의 X는 트위터의 유산과 가치를 활용하는 리브랜딩이 아닌, 길이 없는 공터에서 시작하는 브랜딩에 가까운 셈이다. 

IT MATTERS

게다가 트위터라는 기존의 브랜드는 X에게 유산과 레퍼런스가 아닌,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X에게 기존의 트위터 유저는 계륵이다. 놓치기는 아까운 숫자지만, 갖고 있기에는 위험하다. 그들이 X의 가치가 아닌, 트위터의 유산을 믿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힘은 수없이 다양한 개인을 ‘고객’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다는 점에 있다. 이 강점을 잃은 X는 고객을 모으기도,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자립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계획이 ‘일론 머스크’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X의 실패가 X의 실패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그가 그리는 미래가 평범하지도, 가까워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컴퓨터 칩을 두뇌에 심은 채 화성을 오가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다. 그리고 그 모든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경첩이 바로 X다. 즉, X가 짊어진 짐의 무게가 소셜 미디어를 뛰어넘어, 일론 머스크가 만들고 싶은 미래 전체를 떠받친다는 것이다. 허술한 경첩은 큰 사고를 부르기 쉽다. X가 실패한 시대에는 모두가 일론 머스크의 미래와 혁신의 가치를 불신할지 모른다. 그런 시대에서 머스크의 계륵은 트위터가 아닌 X 그 자체일지 모른다. 위태로운 X의 날갯짓은 생각보다 더 큰 태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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