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곱 가지 쇼크와 화웨이

2023년 9월 13일, explained

애플과 화웨이가 신제품을 놓고 격돌한다. 그 이면엔 시진핑 정부의 불안이 읽힌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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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며 주요 반도체 주가까지 끌어 내렸다. 지난 9월 6일 중국 정부가 중앙 정부 공무원들의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는 다수의 외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15 출시를 앞둔 애플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로부터 3일 전 경쟁자 화웨이는 신제품 ‘메이트60 프로’가 출시 1분 만에 매진되며 호재를 맛봤다. 외신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화웨이와 애플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WHY NOW

이 사건은 단순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배경과 실체를 살펴보면 시진핑 체제의 영속성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그 속에 읽히는 중국의 위기감 때문이다. 중국이 총체적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원인을 시진핑 체제에서 찾는 분석도 많아졌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큰 버팀목 중 하나다. 중국이 무너지면 세계 경제가 휘청인다. 애플·화웨이 쇼크의 이면과 중국 경제 위기의 연결 고리를 찾고 시진핑 체제의 한계를 논한다.

애플 쇼크

애플이 탈중국 내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 당시 애플 제품을 제조하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도 봉쇄되는 바람에 애플은 아이폰 출시 지연과 출하량 감소를 겪었다. 이후 애플은 폭스콘에 중국 비중을 줄일 것을 요청했고 폭스콘은 인도와 베트남 공장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번 아이폰 금지령은 애플에 대한 경고장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직접 지령을 내렸다거나 하는 바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복의 명분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시장이 앞으로 이 조치가 확대될 경우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정부 기관 및 국영 기업 임직원은 5600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쇼크

금지령의 배경에는 화웨이나 틱톡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있다. 그간 세계화의 관점에서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온 중국과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관계가 급변한다. 화웨이는 중국공산당과 연루된 대표적 국영 기업으로 전자 제품이나 통신 장비를 만든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국방 예산을 결정하는 국방수권법(NDAA)에서 자국 정부 기관이 화웨이 장비나 기술을 쓰면 안 된다는 조항을 넣고 추가 행정 명령을 통해 화웨이의 미국 사업을 막았다. 명분은 보안이었다. 일련의 조치는 호주, 영국, 프랑스 등으로 이어졌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당시 CFO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피해 교역을 시도한 혐의로 캐나다에 무려 2년 반이나 구금되기도 했다.

화웨이 쇼크

통상(관세)·금융 경쟁이 주였던 미·중 갈등은 바이든 정부에서 기술 경쟁으로 치달았다. 미국에게도 뼈아픈 무역 전쟁보다 부가 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의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발상은 효과적이었다. 전기차나 반도체 기술은 결국 미국에 있다. 특히 반도체 설계 자산과 제조 공정의 독점은 패권을 잃어가던 미국의 비기였다. 중국에 가득한 원자재 및 자원은 공급처 다변화로 갈음했다. 미국은 중국에 기술뿐 아니라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출도 막았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된 중국산 7나노 반도체가 충격적이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화웨이 쇼크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 효과에 의문을 낳았다.

갈라파고스 쇼크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봉쇄를 극복한 걸까?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7나노에 의구심을 품는다. 화웨이는 14나노 장비만 가지고 있다. 해당 심자외선(DUV) 장비로 7나노를 만들려면 반도체 회로를 여러 번 웨이퍼에 노광하는 ‘멀티패터닝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시간과 공정의 비효율이다. 반도체 정상품 비율을 뜻하는 수율도 떨어져 제조 원가가 두 세배 비싸진다. 전문가들은 한정 수량으로 발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화웨이 쇼크의 실상은 체제 선전용 무리수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애플 제조 공장은 중국에 약 10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중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을 고려하면 아이폰 금지령은 시장 규모를 빌미로 탈중국을 멈추라는 다급한 겁박에 가깝다. 자립과 갈라파고스화는 한 끗 차이다.

거시 경제 쇼크

허세는 위기의 신호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년 실업률과 낮은 외국인 투자, 수출과 통화 약세도 문제지만 위기의 핵심은 부동산이다. 민영화와 함께 중국 GDP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던 부동산은 코로나19와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았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 기업인 비구이위안은 디폴트 위기에 노출됐고 헝다그룹은 지난 8월 결국 미국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부동산 위기는 지방 정부의 부채도 악화시켰다. 지방 정부 수입의 40퍼센트가 디밸로퍼들에 대한 토지 사용권 판매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간 내수 경제를 부동산 개발에 의존한 중앙 집권적 계획 경제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통상 경기가 나쁘면 경기 부양책으로 소비 진작을 도모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시진핑 때문이다.

시진핑 쇼크

중국의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은 사실 부동산이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의 한계를 체감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금리를 낮춰 소비를 진작하는 것도 시진핑 체제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국력 낭비, 민간 권력의 강화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낮춰도 현재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소비가 일어날지 미지수다. 이 딜레마는 시진핑 체제의 실책이다. 시진핑은 공동 부유, 부채 구조 조정, 지정학 대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공동 부유론은 불로소득 환수와 민간 자본의 지나친 확장 억제를 골자로 하는데 그 속뜻은 자본의 국유화다. 그렇게 모아진 자본은 계획 경제에 따라 국영 기업 띄우기와 부채 상환, 미국과의 대결, 국방 예산에 쓰였다. 시진핑의 정책이 장기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 배경엔 독재가 있다.

집단 영도 체제 쇼크

중국공산당은 7인의 집단 영도 체제를 갖고 있다. 당 총서기가 포함된 ‘정치국 상무회의’가 그것이다. 이는 과거 마오쩌둥 시절 개인 숭배의 부작용을 타파하고자 덩샤오핑 시기에 고안됐다. 장쩌민 시기부터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 집단 영도 체제는 그간 중국의 정책적 부작용을 교정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성향이 다른 세 계파인 공청단, 상하이방, 태자당이 고르게 권력을 나눠 갖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진핑 3기 1인 독재로 변질된 이 영도 체제가 경제 위기 대응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과감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고 실무자의 의사 결정 권한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IT MATTERS

일곱 가지 쇼크를 연결하면 중국이 처한 위기의 실체가 보인다. 집단 지도 체제의 붕괴는 시진핑의 독단을 불렀고 이는 거시 경제 위기와 트럼프 정부의 제재를 촉발했으며 중국의 갈라파고스화를 부채질했다. 위기감에 아이폰 금지령과 함께 화웨이의 신제품을 내며 애플과의 비교 효과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중국 경제는 애플을 배제하기조차 버거운 상태다. 정치적 이상만을 강조하며 현재의 위기에 대응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정책을 내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불문하고 독재자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태다.

다만 이것을 비단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실패로 치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중국공산당의 지도 체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게 위기의 핵심이다. 중국공산당은 총론을 유지하면서 각론에서의 변화를 꾀해 왔다. 마오쩌둥이 토지를 몰수해 나눠주며 중국식 사회주의의 근간과 계획 경제의 개념을 정립했다면 덩샤오핑은 근대화와 이윤 보장,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장쩌민 시기부터는 자본가를 공산당에 적극 편입시켰고 후진타오 시기는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양극화와 사회 문제 해결에 노력을 쏟았다. 시진핑이 국가 주석에 오르던 시기, 부족했던 권력의 기반을 부정부패 척결로 다지는 과정에서 그의 이념적 성향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집단 영도 체제가 없던 마오쩌둥 시기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집단 영도 체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덩샤오핑 시기의 천안문 사태는 현대 중국의 영원한 그림자다. 7인의 조정자가 아닌 관리자로 거듭난 시진핑 체제가 결국 지혜를 모으는 방법을 잃어버린다면 중국엔 샤오캉(小康)도, 다퉁(大同)도 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 국민이 공산당 일당독재에 보이는 충성심은 물질적 부유에 대한 약속 위에 자리함을 잊어선 안 된다. 시진핑 체제의 영속성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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