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독점한 건 문화다

2023년 9월 13일, explained

구글은 검색의 표준을 만들었다. 반독점법이 새로운 상상력을 위해 나섰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현지 시간 9월 12일, 미국 법무부와 구글이 10주에 걸친 긴 싸움에 돌입했다. 반독점 소송 재판이다. 25년 전, 윈도우 운영 체계와 익스플로러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이 진행된 이후 최대 규모다.

WHY NOW

구글은 시장만 장악한 게 아니다. 디지털 전반의 문화를 만들고 정의했다. 구글이 발명한 검색 엔진이 표준이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검색 상상력은 사라졌다. 현대의 독점은 자재, 기업, 공급망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와 삶, 표준의 문제다. 이번 반독점 소송의 핵심을 파악해야 AI 밸리를 넘어선 이후, 검색 생태계의 혁신이 보인다.

세기의 재판

미국 법무부가 첫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인 2023년 9월, 구글을 향한 반독점 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세기의 재판이다. 미국 법무부와 구글 양측은 증인을 150여 명 신청하고, 500만 쪽이 넘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구글의 검색 엔진이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삼성과 애플에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도록 계약했는지의 여부가 논의된다. 법무부는 구글이 그러한 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다른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검색 엔진 시장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구글 이전의 검색

구글링이 당연해진 시대지만 구글 이전에도 검색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웹이 발달하면서 사이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세대 검색 시스템은 무수한 양의 사이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분야를 나눴다. 비즈니스, 영화, 문학 등의 디렉토리 안에서 해당 분류에 맞는 사이트를 모아 볼 수 있다. 사용자는 디렉토리 검색 기능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이트를 찾았다. ‘야후’와 ‘록스마트’가 디렉토리 검색의 대표 주자였다. 2세대 검색 모델로 불리는 ‘라이코스’는 수많은 검색 결과를 노출하는 검색 엔진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2세대 검색 엔진은 사이트 단위가 아닌 웹 문서까지 검색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구글의 등장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했다. 웹 문서와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검색의 품질이 낮아졌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나섰다. 그들의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의 목표는 검색 엔진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구글은 정보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페이지랭크(PageRank) 방식을 채택한다. 페이지랭크는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기 위해 웹 페이지와 웹 페이지 사이의 연결 관계를 활용한다. 영향력 있는 웹 페이지가 하나의 웹 페이지를 하이퍼 링크하면 해당 웹 페이지의 검색 노출 빈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구글은 방문 수, 조회 수, 클릭 수, 추천 수 등의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페이지랭크의 초기 아이디어는 인용과 하이퍼 링크를 통한 투표를 기본 아이디어로 했는데, 이는 학계에서 논문의 신뢰성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알고리즘화한 것에 가까웠다.

광고

구글의 페이지랭크 방식은 사이트를 분류하는 디렉토리와도, 전통적인 정보 분류 방식인 백과사전과도 달랐다. 즉, 구글이 발명한 건 새로운 검색 기능이 아닌 정보의 새로운 나열 방식이다. 수년간 페이지랭크 방식이 고착하면서 인기 사이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거대 사이트의 소유자는 트래픽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 검색 엔진은 수익성이 높은 광고를 집행할 수 있었다. 구글은 1990년대 후반, 타깃팅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광고를 보여 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지난 2분기, 구글의 매출 중 79퍼센트는 광고 사업이 차지했다. 구글만이 이 모델을 채택한 건 아니었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플랫폼으로 성장한 테크 기업 모두 타깃팅 광고 모델을 채택했다.

구글의 영향력

특정 웹 사이트와 정보에 트래픽이 몰리는 현상이 몰고 온 영향력은 광고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워싱턴대학교의 한 연구는 구글 스칼라와 같은 학술 정보 검색 엔진이 학계에 미칠 영향을 지적했다.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소수의 스타 논문이 학자의 인용과 후속 연구에 새로운 반향실이 될 수 있다는 논지였다. 영국 소비자들은 지난 9월 7일, 구글이 생활비 인플레이션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주도하는 법률 회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구글은 수년 동안 검색 엔진의 경쟁을 차단해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를 불러왔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학술계와 커뮤니케이션, 인플레이션까지 손을 뻗쳤다.

노동

지각과 소비가 달라졌다. 노동 역시 바뀌었다. 구글의 고도화된 알고리즘은 무수한 지표들을 블랙박스 안에 넣고 흔들어 결과물을 산출한다. 그 결과물은 콘텐츠의 노출도와 구독, 좋아요와 같은 수치로 표현된다. 이 수치는 곧 보상으로 연결되는데, 문제는 크리에이터와 같은 노동자가 이 수익화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의 간택’은 이유 없이 이뤄진다. 디지털 문화 연구자 신현우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복잡한 알고리즘 신경망의 역학은 비가시화돼 있어 작업하는 당사자들은 추상화되는 자신의 노동 과정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자아내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과거의 노동자들은 노동의 과정과 가치 전체의 사슬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통의 담론을 만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마저 가늠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공통의 담론을 만들 수 없다. 구글의 정보 나열 방식은 새로 등장한 노동의 형태를 정의했다.

화전

“사람들은 구글을 선택한다”고 구글은 말한다. 고객이 강요받거나 대안을 찾을 수 없어서 구글의 검색 엔진을 이용한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구글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많은 검색 엔진에는 대안이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구글 바깥의 대안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는 구글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검색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구글이 독점한 건 검색 기술과 알고리즘이 아닌, 디지털 이후 세계의 표준과 문화다. 법무부가 제재하고자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문화적 독점력 내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의 검색 엔진, 정보의 나열, 커뮤니티와 노동 형태가 생겨날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반독점 움직임은 구글이라는 기업을 불태우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화전(火田)에 가깝다.

IT MATTERS

화전 이후, 밭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검색 엔진계에도 그러한 바람이 불 수 있을까? 이미 대안은 제시돼 있다. 검색 엔진 ‘덕덕고’는 검색어 수집을 막고 개인 정보 보호를 1순위로 내세운다. ‘울프램알파’는 전문 지식 전달을 위해 검색 데이터를 수학과 과학기술, 사회와 문화, 일상생활로 분류했고, ‘에코시아’는 탄소 중립 검색 엔진으로서 검색으로 인해 생성된 수익을 나무 심기에 활용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 대안들을 택하지 않는다. 획기적인 방법론 몇 가지보다 더 큰 불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검색 엔진 개발을 쉽고 빠르게 만드는 장치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이미 정부는 물과 전기, 통신 등 필수 자원의 사적 소유를 공공물로 전환한 바 있다. 1956년 미국의 전화 회사 AT&T가 법무부의 소송 이후 특허를 공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데이터가 모두의 것인 만큼, 구글의 검색어 분류 색인을 공공물로 전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색인은 효율적인 검색을 위해 문서의 집합을 미리 가공해 두는 과정을 말한다. 전 세계가 구글의 색인에 접근할 수 있다면 무수한 검색 플랫폼이 빠르게 등장할 것이다. 경쟁의 에너지에 올라탄 구글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디지털 세계는 활력을 얻는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방위적 혼란기가 필요하다. 이 혼란기는 즐겁고, 또 생산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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