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가 사라진 자리

2024년 1월 17일, explained

구글 크롬이 쿠키 수집을 중단한다. 미래의 광고는 어떤 모습이 될까.

2009년 11월 5일, 세서미 스트리트 40주년을 기념하는 구글 두들 로고. 사진: Google
NOW THIS

쿠키리스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월 4일,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용자 중 1퍼센트에 대해 쿠키 제한 정책을 시작했다. 쿠키 중단 정책 이후, 크롬 사용자의 광고 가치는 30퍼센트 하락했다. 구글은 올해 말까지 쿠키 수집 중단 정책을 확대해 쿠키를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WHY NOW

크롬은 전 세계 웹브라우저에서 63.6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크롬이 쿠키를 쓰지 않게 되면, 쿠키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쿠키는 2010년대 이후의 광고 문법을 지배해온 도구였다. 강력한 도구가 종말한 이후의 광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는 이미 그 변화의 초입에 서 있을지 모른다.

쿠키

‘쿠키를 허용하시겠습니까?’ 이 익숙한 질문은 2010년대 이후 디지털 광고 문법의 역사를 한 줄에 압축하고 있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브라우저에 저장되는 텍스트 형태의 작은 파일을 말한다. 사용자가 네이버에서 북저널리즘 웹사이트로 이동하면, 헨젤과 그레텔이 뿌린 과자 가루처럼 작은 조각들이 그 이용 내역을 저장한다. 이번에 구글이 수집을 중단하는 ‘서드파티 쿠키’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이가 아닌, 외부 업체가 설치하는 쿠키다.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공유할 수도, 그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2010년대 이후의 웹사이트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됐다.

맞춤형 광고

쿠키는 편리하고도 강력한 도구다. 기존의 TV 광고는 매스 미디어를 활용하는 만큼 많은 이들에게 광고를 접촉시킬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원하는 타깃에 가닿는지는 미지수다. 옥외 광고, 단순한 브라우저 광고도 마찬가지다. 쿠키는 타깃 확정을 뾰족하고 구체적으로 만든다. 요즘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물건을 찾는지를 정확히 아는 광고는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20년대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이 편리한 쿠키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구글보다 앞서, 이미 애플의 브라우저인 사파리와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는 쿠키 수집을 중단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차원이었다.

소비자

왜 빅테크는 쿠키를 포기하고 있을까. 일단 소비자가 바뀌었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광고에 만족감보다는 두려움, 불쾌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68퍼센트는 기업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40퍼센트는 기업이 윤리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애플이 타 플랫폼과 웹사이트에서 추적을 방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96퍼센트의 사용자가 추적 금지 요청을 내렸다. 이 인식 전환의 배경에는 규제와 기술 혁신이 있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웹 3.0과 탈중앙화로 말미암은 개인 데이터 보호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었다. 새로운 소비자들이 쿠키 시대를 끝냈다.

위태로운 소셜 미디어

쿠키를 통해 만들어진 사용자의 정보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뻗어 나갔다. 소셜 미디어는 다양한 방향으로 광고의 폭을 넓혔다. TV 속 연예인이 아닌 나와 소통하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소개한다. 관심사와 나이, 성별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해 광고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규제와 인식의 변화는 이 탄탄한 소셜 미디어 기반의 광고를 위협했다. 메타는 2023년 4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1조 7100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했다는 이유였다. 일론 머스크의 X가 겪는 위기는 ‘소셜’의 장소에 광고한다는 것의 위태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광고 시장은 이런 불확실함을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광고 문법이 필요했다. 쿠키도, 소셜도 아닌. 하지만 강력한 도구 말이다.

문맥 타깃팅

기존의 맞춤형 광고는 콘텐츠와 무관했다. BBC의 환경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옆에는 소고기 할인 광고가 뜨는 식이다. 쿠키 종말 이후에는 다른 종류의 타깃팅이 가능해진다. 문맥 타깃팅은 제공되는 콘텐츠와 광고의 관련성을 높이는 방식의 마케팅 방법이다. 환경 기사 옆에 친환경 수세미 광고가 뜨는 식이다. 사용자를 익명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고 광고에 대한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의 브랜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환경 관련 기사 옆의 소고기 할인 행사는 콘텐츠와 사이트의 신뢰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문맥 타깃팅은 민감하고 부적절한 광고의 노출을 줄인다. 이제는 광고도 콘텐츠를 생각해야 한다.

초개인화 시대

새로운 시대의 광고가 ‘개인화’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개인은 쿠키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파악된다. CES 2024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생성 AI와 대형 언어 모델과 같은 머신 러닝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재정의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의 식료품 기술 회사인 인스타카트는 개인화 기능이 적용된 광고를 선보였다. 자사의 AI 기반 스마트 카트인 케이퍼 카트를 통해 고객의 실시간 행동이나,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제품들을 추적, 분석하는 식이다. 인공지능은 고객의 행동에 따라 개인화된 제품 추천을 제공하고, 문맥에 맞는 광고를 내놓는다. 이제는 디지털 세상뿐 아니라 오프라인까지도 ‘개인별 광고’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새로운 TV 광고

빠르게 성장하는 커넥티드TV 광고도 새로운 흐름이다. 커넥티드TV는 인터넷에 연결된 TV로, 쉽게 말해 스마트TV다. 새로운 스트리밍 환경이 자리 잡게 되면서 동영상 기반의 TV 광고도 새로운 흐름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CES 2023을 통해 고유 VOD 서비스인 ‘삼성 TV 플러스’를 강화한다고 밝혔고, 2024년의 CES에서는 삼성 애즈는 “무료 채널에 들어갈 광고주를 찾는 것이 삼성애즈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CTV 광고는 기존의 TV 광고와 다르다. 원하는 타깃만 설정해 광고를 집행할 수 있고, 모바일 광고처럼 성과 측정도 가능하다. TV는 더 이상 매스 미디어가 아니다.

IT MATTERS

광고는 미디어의 변화, 기술의 발전과 언제나 밀접한 연관을 맺어 왔다. 과거에는 신문이, 그 다음에는 라디오와 TV가, 최근까지는 소셜 미디어와 웹사이트의 배너가 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실시간, 옴니채널 전략으로까지 디지털 광고가 확장한다. 

광고 기업과 시장의 생태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광고 대행사, 기획사만이 광고를 집행하거나 기획하는 시대는 끝났다. 삼성전자가, 아마존과 디즈니가, 넷플릭스가 직접 광고를 구성하고 배정하는 매체가 된다. 마트의 카트도, 지루했던 TV도 새로운 광고판이 된다. AR과 VR, 증강 컴퓨터와 메타버스, 고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도 이와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모든 곳이, 모든 것이 광고다.

중요한 건 소비자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광고 자체에 대한 피로함을 호소한다. 인터넷 사용자의 47퍼센트가 광고 차단 메커니즘을 활성화했다. 유튜브는 광고 차단 도구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사이트 로딩 속도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 차단이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유튜브가 돈을 벌고 싶어서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필요한 건 기술 발전도, 미디어 변화도 아닌 사용자의 기호와 취향, 상황에 맞는 광고다. 쿠키 시대의 광고 소비자는 무력했다. 미래의 광고 소비자는 개인화의 흐름을 타고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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