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네 번째 기둥

2023년 9월 20일, explained

모두가 아마존의 성장은 끝났다고 말한다. 제시의 생각은 다르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NOW THIS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 제품 책임자(CPO) 파노스 파네이가 아마존에 합류한다. 파네이는 MS 윈도, MS의 하드웨어 브랜드 서피스(Surface)의 책임자다. 아마존에선 스마트 스피커 에코나 전자책 기기 킨들 등 하드웨어 부문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는 아마존에서 말하는 ‘네 번째 기둥’의 후보군 중 하나다. 이커머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표되는 세 가지 기둥을 넘어 아마존은 수년째 새로운 캐시 카우(cash cow)를 찾고 있다.

WHY NOW

아마존의 외관은 1994년 창업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창립일과 사업 분야에 대한 이미지, 충분한 시장 지배력은 성장성을 간과하게 한다. 아마존은 성장 둔화를 점치는 이들에게 올해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을 들이밀었다. 2분기엔 매출 1344억 달러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애플이 전년 대비 1.4퍼센트 낮은 818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네 번째 기둥을 찾아낸다면 아마존은 전례 없는 규모의 빅테크가 될지도 모른다.

다 파는 회사

“아마존은 회사로서 나를 두렵게 한다.” 가치 평가의 최고 권위자인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가 2018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간 아마존을 유통업 공룡으로 여겨왔던 그는 “더 이상 이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이 어려울 정도로 확장된 사업 분야는 한국의 대기업을 연상케 한다. 차이점은 전략이다. 재무적 이유로 마구잡이식 M&A를 하지 않는다. 이커머스, 오프라인 매장, 물류, 지불 결제 시스템, 콘텐츠, 구독 서비스, 광고, 헬스 케어, 하드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등은 대체로 유기적이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투자 회사 베이조스 익스페디션과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까지 합치면 커버리지는 더 넓어진다. 그야말로 안 파는 것 빼고 다 파는 회사다.

Don’t get Amazoned

베이조스의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은 최저가 실현(lower price)에서 출발한다. 이로 고객 경험이 향상되고 트래픽이 높아지면 거기서 나온 이익을 재투자해 더욱 비용 구조를 낮춘다. 수익이 아닌 오로지 성장에만 방점이 찍힌 계략이다. 이 때문에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재앙이었다. 저가 공세에 파이를 뺏기며 ‘아마존 당하기(Amazoned)’ 때문이다. 아마존의 2017년 홀푸드마켓 인수 당시엔 월마트와 크로거가, 1년 뒤 디지털 약국 필팩 인수 때는 CVS가, 지난 6월 모바일 서비스 진출 때는 T-모바일과 AT&T 등의 주가가 폭락했다. 독점의 병폐도 불어났다. 소비자 후생을 빌미로 공급자를 착취해 오히려 서비스 품질이 저하됐고 줄도산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둥은 비대칭

2014년 베이조스는 주주 서한에서 상술한 주력 분야 셋을 언급하며 네 번째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기둥’이라 부른다. 네 번째 기둥이 필요한 이유는 그간 적자를 감수해 온 아마존의 전략과 편중된 영업 이익 구조 때문이다. 2023년 2분기 기준 아마존의 실적을 주로 견인한 건 매출의 40퍼센트를 담당하는 이커머스다. 3자 물류(FBA)가 24퍼센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16퍼센트를 차지했다. 문제는 AWS가 아마존 전체 영업 이익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거대한 지붕을 받치기엔 비대칭적인 구조다. 클라우드 부문 1위이자 전년 동기 대비 12퍼센트 성장한 매출이지만 AWS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2022년 1분기의 성장률은 무려 57퍼센트였다. 아마존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실패의 기록들

새 시장을 향한 잔혹한 공세 역시 어느 새부터 통하지 않고 있다. 베이조스의 포부 이후 아마존은 진출한 대부분의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대표적인 게 오프라인 매장이다. 홀푸드마켓의 신선 식품 시장 점유율은 미미했고 온라인에서 별 네 개 이상 받은 상품을 소개하는 4-스타 매장, 서점, 무인 점포 아마존고는 폐쇄됐다. 특히 신선 식품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강한 월마트를 이길 수 없었다. 하드웨어도 부진했다. 2014년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와 함께 출시된 에코는 스마트 홈 시장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출시 당시 70퍼센트가 넘던 점유율은 후발 주자의 난립으로 2018년부터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스마트 홈 기기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알렉사 부문은 아마존에 연간 5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중이다.

헬스 케어의 꿈

기대의 눈은 2021년 취임한 앤디 제시 아마존 CEO로 쏠린다. AWS를 키워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연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월마트의 추격과 넓은 국토에서의 물류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이커머스보다 신산업에서 동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 8월 B2C 원격 진료 서비스인 아마존 클리닉의 출시를 알렸다. UI와 치료 항목은 한국의 닥터나우를 연상시킨다. 2019년에 출시해 3년 만에 종료한 기업용 원격 진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의 재도전인 셈이다. 필팩 인수와 의약 구독 서비스 알엑스패스 출시, 1차 의료 서비스 업체 원메디컬 인수를 보면 아마존은 아직 헬스 케어의 꿈을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고비용, 무보험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 자체를 생각지 않았던 미국인들로부터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광고의 가능성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위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떨까? 영화 제작사 MGM 인수에 아마존은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수 금액을 썼다. 이외에도 아마존 스튜디오를 통해 자체 IP를 만들고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프라임 비디오보다 선행하기 때문이다. 프라임 비디오 이전에도 멤버십의 충성도는 높았다. 《아마존 언바운드》의 저자 브래드 스톤은 프라임 비디오 강화가 베이조스의 의지임을 암시한 바 있다. 제시의 아마존이 집중하는 건 따로 있다. 2분기 실적에서 도드라지던 광고 분야다. 22퍼센트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애플과 알파벳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한 것의 반사 이익에 더해 애초에 이커머스 플랫폼이니 광고 효율도 좋다. 알파벳과 메타는 언제든 파이를 뺏길 수 있다.

제시의 아마존

빌 게이츠는 “생성 AI 시대는 곧 아마존의 종말”이라 말한다. 모두가 개인화된 비서를 갖게 된다는 건 검색 사이트 내지는 아마존 등에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논지다. 제시의 생각은 다르다. 아마존의 AI는 아마존 서비스 전반과 이커머스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존은 다소 뒤늦게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베드록(Bedrock)’을 출시하며 자체 초거대 언어 모델(LLM)인 ‘타이탄 텍스트’와 ‘타이탄 임베딩스’를 쓸 수 있게 했다. 두 모델은 각각 텍스트 생성 AI, 검색을 통한 이용자 맞춤 설정을 지원하는 언어 모델이다. AI 경쟁은 전쟁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지만 현재 AI 모델만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 아마존의 방대한 이커머스 인프라는 AI 수익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

IT MATTERS

아마존의 이익 구조를 보면 이미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업부 역시 스토어와 AWS로 나뉘어 각각 다른 CEO를 두고 있다. 제시의 CEO 취임은 AWS의 뛰어난 성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문법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마존의 플라이휠 전략은 모든 유통 스타트업의 교과서적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저가와 고의 적자로 시장을 잠식해 수익 없이 무한 성장하는 아마존화 문법의 시대는 지났다. 첨단 기술 경쟁의 장이 된 지금 제시의 아마존은 노골적인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특히 테크 기업의 차기 10년의 레이스를 좌우할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아마존은 구글과 숙명적 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간 아마존의 지붕을 받치던 기둥의 위치는 제시 체제 아래 재배치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통과 물류 인프라 등 물성의 존재는 아마존의 거대한 자산이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인간은 데이터만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 아래 인간은 끊임없이 소비하고 물성 있는 재화는 건네져야 한다. 그간 아마존이 이커머스 분야에서 적자 전환을 반복하더라도 라스트마일 등 물류를 계속해 강화한 이유다. 그간 공을 들여온 드론 배송에 더해 제시의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을 더하려 한다.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의 로보택시는 지난 2월 승객을 태우고 첫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타사의 자율주행 화물차가 아닌 자신만의 옵션을 준비해 둔 셈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비해 미진하지만 위성 인터넷 사업인 ‘프로젝트 카이퍼’ 역시 블루 오리진의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하다.

다만 제시의 아마존이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선 시간과 사람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 아마존의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성과 사업 벌리기에 지쳐 있다. 아마존만의 파괴적 혁신은 오랜 기간 실종됐고 가설은 계속해 실패했다. 특히 이커머스의 낮은 영업 이익과 알렉사 부문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도전의 기회는 많지 않을 수 있다. 30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던 아마존에 작년부터 생긴 노조 역시 아마존의 큰 변수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을 아마존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특히 아마존은 사무직과 현장직의 노동 환경 양극화가 심해 사람을 놓치면 물류 인프라가 흔들릴 수 있다. 아마존의 물류는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로 늘 구인난에 시달린다. 고객에 집중하는 만큼 공급자,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갖춰야 새로운 혁신을 꿈꿀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