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단지 전기차 메이커가 아닙니다. 물론 테슬라는 전 세계 기가팩토리에서 전기자동차를 대량생산판매하는 제조업체입니다. 테슬라가 오직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점만 빼면 업태에선 여느 자동차 메이커와 유사해 보입니다.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이제까진 전기차 전문 메이커냐 아니냐였죠. 주식 시장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가치평가는 여전히 전기차에 방점에 찍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테슬라를 전기차 메이커로 단정한 다음 피어 그룹과 비교해서 적정 주가를 산정해 왔죠. 피어 그룹이란 쉽게 말해서 비교 기준을 뜻합니다. 일단 단거리 선수끼리 장거리 선수끼리 높이뛰기 선수끼리 묶는 거죠. 테슬라는 자동차 메이커들과 같은 피어 그룹으로 묶인 거죠.
테슬라는 분명 전기차의 대명사입니다. 2010년대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전기차 시대를 선도해 왔습니다. 그땐 유일무이한 전기차 메이커였죠. 이땐 오히려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인색했습니다.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불신 탓이었죠. 내연기관의 아성에 대한 테슬라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전기차라는 게 세상 새로운 개념도 아니었으니까요. 1990년대엔 GM도 전기차를 개발했었죠. 내연기관 자동차 메이커들과 석유정유업자 카르텔에 의해 금방 삭제됐죠. 테슬라는 그저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자동차 놀이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가시화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앞장섰기 때문이었죠. 특히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표준화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로 모빌리티 시대의 표준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했습니다. 덕분에 전기차 대명사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180도 달라졌죠. 테슬라 주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습니다. 양산이 가능한 독보적인 전기차 메이커이자 대중적으로 각인된 전기차의 대명사라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CEO 일론 머스크의 혁신가 이미지가 결합한 결과였죠. 현재 테슬라 시총은 6921억 달러로 다른 9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큽니다.
이번엔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테슬라 거품 논란의 원인이 됐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연산 50만 대에 불과한 자동차 메이커가 연산 900만대가 넘어가는 폭스바겐이나 도요타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 되는 논란이었죠. 자동차 산업에선 연간 생산량은 중요한 평가 지표입니다. 본질적으로 제조업이니까요. 이때 테슬라 주가를 합리화한 논리가 전기차 전문 메이커라는 테슬라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정작 폭스바겐이나 BMW 그리고 현대기아차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도 전기차 양산에 뛰어들자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테슬라는 더 이상 유일무이하지도 독보적이지도 않은 전기차 메이커가 된 거죠. 다 같은 전기차라면 소비자는 테슬라 전기차보단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전기차를 선호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벤츠니깐요. BMW이고요. 테슬라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기도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론 판매가를 높게 매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다가 아직 양산 차량 대수도 적어도 규모의 경제로 이루지 못했으니까요. 심지어 소비자들 사이에선 테슬라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기껏 해봤자 10여 년 정도 된 양산차 브랜드입니다. 100년 역사의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과 비교해서 디테일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가 선두주자로서 가졌던 비교우위가 사라진 겁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에 900달러선을 터치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시작된 주식 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죠. 주식 시장은 테슬라 같은 기술기업에 한없이 너그러워진 상태였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시중에 유동성만 풍부하다면 아주 먼 미래의 가치까지도 현재의 가격으로 얼마든지 환산할 수 있죠. 테슬라가 2021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테슬라의 실적은 견조했습니다.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들쭉날쭉한 생산량 문제도 해결됐죠.
이때 머스크가 사고를 쳤죠. 테슬라 자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겁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죠.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도 자극해버렸죠. 원오브뎀 전기차 메이커가 된 테슬라한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확신이 돼 버렸습니다. 게다가 장세가 나빠지죠.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됐죠.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튀어 오르면서 고위험 기술주 투자는 접을 때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적잖은 서학 개미들도 이때 테슬라를 던졌습니다. 피크아웃이라고 본 거죠. 지금이 최고점이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전기차 메이커로서의 테슬라는 더 이상 매력이 없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