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에 사나요? 라는 질문에 삐빅- 서울시 중구 남산동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서울역이요. 홍대요. 송파구요. 해운대요. 사는 곳 근처의 전철역, 건물, 지역구, 지형학적 요소 등 우리는 다양한 문법으로 각자의 동네를 말합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체계에선 ‘생활권’을 기준으로 동네을 분할하기도
하는데요. 행정구, 행정동 대신 ‘주민 생활의 권역이 되는 지역’ 단위로 나누는 것이죠. 강남, 여의도, 목동과 같이 어떤 집단으로 자주 거론되는 지역들을 누가 명확히 규정할 수 있나요?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으니 덩어리로 뭉쳐 분류한 것이 생활권입니다. 지도를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꼬불꼬불하게 나뉜 행정구역 경계선보다, 사람들의 실제 생활이 반영된 ‘생활권’이 우리에겐 좀 더 직관적으로 동네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죠.
물리적 환경에 따라서도 동네 개념은 달라집니다. 한 사례로 당근마켓의 해외 서비스 ‘캐롯’에선 동네의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당근마켓 글로벌 프로덕트 부문 김결 총괄은 서울과 일본은 앱 사용자 중심 4~6km 정도로 동네를 설정하는 반면 미국, 캐나다 등은 10~20km까지 반경을 설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카운티(county)’라는 단어가 풍기는 광활함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가죠. 대중교통 시스템의 차이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면적이 다른 두 땅에서 동네의 기준이 같을 순 없으니까요. 또 영미권에선 매디슨 에비뉴(Madison Avenue), 뉴욕 스트리트(New York Street) 등 수직으로 배열된 도시 구조가 흔합니다. 그뿐인가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철역, 버스 정류장 이름에도 도로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선분으로 표기된 주소에 친숙한 영미권 사람들과, 지도에 차지하는 일정 면적으로서의 지역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네’를 떠올리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구성원 또한 동네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시, 을지로》에서 김미경 저자가 ‘심심한 도시 공간이던 을지로에서 청년들과 제조업 종사자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고 표현했듯,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화가 동네의 새로운 정의로 자리 잡습니다. 연남동 예술인들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도시 기획 연구소
어반플레이, 한 주택에 여러 작은 가게들이 입주하여 운영하는 코리빙&코워킹 스페이스
로컬스티치 모두 ‘그 동네스러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한 지역을 꾸려 나갑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쓰는 ‘동네’라는 말에 어떤 합의된 기준이 있진 않습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동네도, 동네 친구도 달라지죠. 하지만 향후 설계될 동네를 논하는 전문가들에겐 어떤 암묵적 합의가 보이는데요.
어떤 동네에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