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선거는 야당이 유리한 선거다. 흔히 ‘집권당의 무덤’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여당이 정권 심판론의 직격타를 맞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2년 내내 낮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거시 환경에 따른 진통이 컸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된 이유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예 웨스트(Ye West)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들 역시 공화당을 지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원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석권, 상원은 동률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지사는 공화당이 소폭 앞섰다. 주별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치르는 곳이 있어 완전한 결과는 12월에나 나올 수도 있다. 공화당의 신승, 민주당의 선전으로 표현될 만큼 민주당에 어려운 선거였다.
#미국중간선거실시간현황
MONEY_ 23조 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양당이 광고비로 지출한 금액은 75억
달러(10조 5000억 원)다. 만만치 않게 격렬했던 지난 2018년 중간 선거에 사용된 40억 달러의 두 배 가까운 돈이다.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2020년 대선 당시 광고비는 90억 달러다. 그에 가까운 금액이 쓰인 것이다. 이번 선거로 발생한 연방과 주(州) 지출을 합하면 167억 달러(23조 원)가 넘는다. 역대 가장 비싼 선거다. 공화당의 TV 광고에서 가장 많이 송출한 단어는 ‘세금’, 민주당의 광고에선 ‘낙태’였다.
ANALYSIS_ 여론의 다이내믹
정당 지지율은 비슷했다. ABC뉴스 산하의 통계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
[1]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설문 조사에서 46.9퍼센트가 공화당을, 45.7퍼센트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다만 여론이 집중하는 의제는 심상치 않았는데 악시오스(Axios)의 조사를 보면 그 역동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체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의제는 일자리(Jobs), 세금(Taxes), 총기류(Firearms),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임금(Wages), 범죄(Crime)
등이었다. 이는 공화당에 유리한 의제지만 대개 민주당에도 핵심적인 사안이다. 중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출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 정책에 관한 의제 중 변화폭이 큰 키워드는 임신 중단(Abortion), 학자금 대출 면제(Student Loan Forgiveness), 유가(Gas Prices), 경제(Economy), 인플레이션(Inflation), 이민(The Border/immigration) 등이다. 지난 6월 말 ‘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번복’ 사건을 기점으로 임신 중단에 관심도가 급격히 상승하다 떨어졌고, 유가나 경제, 인플레이션, 이민, 등 공화당에 유리한 키워드의 관심도가 상승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는 학자금 대출 면제 신청자 수가 늘어나며 해당 키워드의 관심도가 크게 올랐고, 위 공화당의 키워드는 관심도가 줄었다.
STRATEGY 1_ 공화당의 전략
키워드를 살펴본 이유는 양당의 선거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을 아프가니스탄에서 급히 철군해 지정학적 불안을 키우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산을 지나치게
소비하며, 금리 인상을 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막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 일갈한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11월 통과된 ‘인프라 법(IIJA)’
[2]에 의해 지난 8월 1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예산을 집행했는데, 증세를 비판하는 공화당에 좋은 구실이 됐다.
- 범죄 프레이밍 ; 특히 유효했던 것은 공화당이 9~10월부터 공세를 시작한 범죄 프레이밍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민주당 집권 이후 범죄율이 늘어났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범죄율 증가가 실재하는지, 민주당의 정책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각종 외신의 분석이 잇따랐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니아, 뉴욕, 위스콘신 등에서 실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감소가 나타났다.
- 제 3의 지형 ; 놀라운 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히스패닉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텔레문도/LX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여겨지는 론 드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주지사에 대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은 민주당 경쟁자보다 높았다. 허리케인 이언의 대응 및 그의 도전적인 정치 스타일의 수훈이었다. 드샌티스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50명을 텍사스에서 메사추세츠 마서스 빈야드로 이주시킨 전력이 있지만 히스패닉 유권자는 이마저 긍정했다. 악시오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해당 유권자층은 사회 문제보다 아메리칸 드림과 경제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CONFLICT_ 1.6 v. 헌터
중간 선거의 중요도와 별개로 한 꺼풀 들어가 보면 이 중간 선거는 단두대 매치였다.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면 다른 한쪽의 문제를 휘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난 대선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의 특별검사제도처럼 미국 하원은 ‘조사위원회(Committee)’를 구성할 수 있는데, 그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임신 중단, 투표권 등의 의제로 청문회를 열어왔다.
- 가장 집중 조사가 이뤄진 것은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미국 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이다. 1.6 조사특별위원회의 주재로 폭동 세력과 트럼프, 공화당과의 연결 고리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다. 지난 10월 13일에는 트럼프 소환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 민주당의 주요 약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다.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가 되었다는 의혹과 재직 당시의 자금 수수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공산당과 관련된 중국 기업과의 유착 의혹도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승리할 경우 1.6 특위를 해체하고 헌터 바이든의 ‘차이나 게이트’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KEYPLAYER_ 도널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