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은 구설수의
온상이었다. 여야 모두 시작 전부터 우려했고 많은 부분이 현실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 빈도 ; 잦다. 훈련된 앵커도 실수한다. 게다가 단순 브리핑이 아니라 매일 현안을 짧게나마 논평하고 질의 응답하는 자리다. 특정 현안은 긴 호흡의 주시와 숙고, 충분한 내부 합의가 필요하다. 잦은 빈도 탓에 소통 문제로 인한 혼선도 발생했다. 7월 11일, 코로나19를 이유로 잠시 중단됐던 도어스테핑은 하루 만에 재개됐다. 내부 소통 문제로 참모진들 사이에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 성격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월 21일 오후 KBS라디오의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대통령의 성격이 도어스테핑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6] 정치 경험이 적어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을 참는 성격이 아니란 얘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자진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7]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유사한 발언을 했었다.
- 자격 ; 애초 소통 확대를 내걸고 시작했지만 출입 기자 수는 과거에 비해 적다. 2017년 9월 기준 청와대 출입 매체는 181개사에 기자 345명이었으나 2022년 7월 기준 128개사, 233명으로 줄었다.[8] 까다로워진 절차가 묻는 것은 자격이다. 취임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 신청 양식에서 과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기자의 재산(부동산·동산·채무), 친교 인물, 세부적인 가족 관계 등이다. 논란 후 정정됐지만 이 사건은 이후 논란이 될 대통령의 언론관을 예고하고 있었다.
CONFLICT 3_ YTN, TBS
그간 대통령과 정부·여당 일부의 언론관이 문제시될 사건은 많았다. 각각의 점은 이어져 선이 됐고 언론 탄압 논란으로 번졌다. 표적에 오른 것은 MBC뿐만이 아니다. YTN과 TBS도 회사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였다.
- YTN ; YTN은 대선 기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생활 의혹을 보도하며 윤 캠프 시절부터 여당과 불편한 관계다. YTN은 지분의 30.95퍼센트를 공기업인 한전KDN과 마사회가 보유하고 있어 준공영 방송으로 분류되는데,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월 1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들 공기업이 보유 중인 YTN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내용의 공공 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을 승인했다. 최대 주주가 바뀌면 공공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 언론계가 이것을 공영 방송 장악으로 보는 이유다.
- TBS ; TBS 역시 존폐 위기에 처했다.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진보 색채가 강해 여당과 갈등을 빚어 왔다. TBS는 전체 예산의 70퍼센트를 서울시 재원에 의존한다. 본래 교통 방송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을 위주로 발의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은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안이다. 2024년 1월 1일부터 TBS는 사실상 방송 진행이 어렵게 된다.
RISK 1_ 적대적 언론관
도어스테핑 논란, MBC·YTN·TBS에 가해지는 일련의 조치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은 ‘가짜 뉴스’, ‘악의’와 같은 표현이다. 가짜 뉴스는 ‘
대안적 진실’만큼이나 모호한 표현이다. 학계는 이미 가짜 뉴스라는 단어를 폐기하고 ‘허위 조작 정보’라는 단어를 쓸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한겨레》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반(反)언론적 수사라 설명하며 대표적인 보수 언론학자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인용했다. 윤 교수는 해당 표현이 “너희는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며 낙인을 찍는 것”이라 밝혔다. 악(惡)이라는 표현 역시 이분법에 기인한다. 보도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보다 스피커를 문제 삼는 방식에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INSIGHT_ 격의와 예의 그리고 전략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에서 뒤쪽에 선 기자들도 질문할 수 있게 단상을 만든다고 한 것이 11월 16일이다.
격의 없이 이어가겠다고 한 소통은 예의를 빌미로 멈췄다. 용산 집무실의 정당성은 탈권위와 소통이다. 투명성은 시혜적 공약이 아닌 약속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시국은 격의나 예의를 따지기에 외교·정치·경제·사회를 통틀어 지나치게 혼란하다. 국정은 오랜 기간 파행했고 국론 분열 역시 심각하다. 결국 도어스테핑의 문제는 전략의 부재다. 무리한 빈도와 개인적 특성에 맞지 않는 방식, 특정 언론사와 기자 배제 혹은
특혜 논란은 소통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 지도자에게 도어스테핑과 같은 방식은 용기 있는 도전이다. 그러나 그 목표가 투명성 재고에 있는지, 외교적 전략에 있는지를 자문한 뒤 청사의 문을 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도어스테핑이 꼭 국민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RISK 2_ 포퓰리즘 전략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상기하면 도어스테핑의 격 없는 분위기와 직설적 발언은 지지층을 향한 숨겨진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30퍼센트를 밑도는 오랜 지지율 부진은 도어스테핑을 포퓰리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 자신의 지지층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지지층이 선호하는 키워드를 강조하거나 특정 세력을 악의 축으로 낙인 찍는 경우다. 트럼피즘의 전형적 방식이다.
FORESIGHT_ 워치독
도어스테핑 중단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에 화룡점정을 한 것은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도어스테핑이 가치 있는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착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도 협조해 달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언론은 길들 것인가? 언론은 흔히 개로 비유된다.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 권력의 애완견을 의미하는 ‘랩독(Lapdog)’,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이 되는 ‘가드독(Guard dog)’, 중요한 문제에 눈을 감는 ‘슬리핑독(Sleeping dog)’ 등이다. 지금의 상황은 워치독에 가혹하지만 민주 사회는 탄성력이 강하다. 언론과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큰 백래시(backlash)가 나타날 수 있다.
- 각종 방송사 기자 협회가 비판 성명을 내고 있고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들은 YTN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워싱턴포스트》, 《디플로맷》 등 유력 외신이 여당의 MBC 고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언론을 탄압한다는 보도를 내고 있으며 국제기자연맹(IFJ) 역시 성명을 내 이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