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스레즈(Bolt Threads)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실크(Micro silk)라는 합성 실크 브랜드로 5년 전 크게 주목을 받았다.[3] 마이코웍스와 함께 세계 버섯 가죽 시장의 선도자로 꼽힌다. 마이코웍스에 ‘레이시’가 있다면 볼트스레즈엔 ‘마일로(Mylo)’가 있다. 지난해 봄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와 협업으로 의류를, 올해 여름엔 가방을 출시했다. 룰루레몬과 요가 매트와 더플백을 내놓았으며 아디다스와의 협업으로 스탠 스미스 마일로[4]를 선보였다.
가죽 ; 버섯 가죽에 일차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패션 업계다. 에르메스는 마이코웍스와의 협업을 통해 빅토리아 핸드백을 제작했고[5], 모자 디자이너 닉 푸케(Nick Fouquet)가 레이시를 활용해 만든 모자는 완판됐다. 자동차 산업 또한 가죽 사용량이 많은 사업으로 꼽힌다. 올해 10월, GM벤처스는 마이코웍스와 협력안을 체결하며 ‘지속 가능한 자동차 디자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자재 ; 버섯 가죽은 단순히 동물 가죽의 모사품으로 소구되지 않는다. 패션 디자인에서 제품 디자인으로의 확장을 통해, 가죽을 넘어 새로운 자재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친환경 기업 에코베이티브 디자인(ecovative design)은 균사체를 농업 폐기물이나 나무 부스러기에 배양해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친환경 완충재를 만들었다.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 더 리빙(The Living)은 버섯 균사체와 옥수수 줄기를 활용해 임시 건축물을 지었다.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천연 소재(bio-based) 가죽 시장은 6억 5000만 달러 수준이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 예정이다. 이 중 버섯 가죽 시장은 상기한 마이코웍스와 볼트스레즈 2개사가 대다수 점유하고 있다. 볼트스레즈의 댄 위드마이어 대표는 2009년 창사 이래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마이코웍스는 올해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펀드를 제외한 최대 투자자는 우리나라의 SK네트웍스였다.
우리나라의 버섯 가죽 시장은 어떨까?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마이셀(Mycel)은 균사체를 이용해 신소재를 개발한다. 올해 8월 130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초 현대차는 인조 가죽 시트를 활용한 신차를 내년 중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에 양산 공장을 지어 하루 최대 300제곱미터 규모의 버섯 가죽을 생산할 계획이다.[6]
버섯 가죽이 당면한 과제는 양산 체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할 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수익 모델로서 가치를 키울 수 있다. 현재 마이코웍스가 쟁반에 재배하는 버섯의 사이즈는 가로 2피트, 세로 3피트 사이즈다. 동물 가죽의 절반 정도다. 재배의 속도와 정확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마이코웍스 매트 스컬린 CEO는 농장 자동화를 꼽는다.
가죽은 엘리트의 상징이었다. 높은 내구성과 비싼 가격은 동물을 사냥하고 햇볕에 장시간 말리고 부드럽게 무두질하기까지의 오랜 공정에서 기인한다. 자동화 공장에서 단시간에 생산해 낸 버섯 가죽은 가죽의 오랜 정체성을 파괴하는 아이러니다. 대체재 개발에 앞서 그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직물 산업의 발전에 따라 가죽을 소비할 이유는 흐려지고 있다. 시대가 변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체재가 아닌 소비의 중단일 수 있다.
가죽의 상징성과 별개로 버섯 가죽에 활용되는 기술은 미래 제조 공정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천연 가죽은 필연적으로 로스(loss)가 생긴다. 인조 가죽은 커스텀 재배를 통해 로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이코웍스는 플라이니트(Flynit)와 같은 신발 브랜드와 함께 신발 제조에 필요한 사이즈와 모양에 꼭 맞는 버섯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문자 그대로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한다. 신발뿐 아니라 모든 제품군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버섯 가죽을 시작으로, 제작에 필요한 재배 공정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