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우리 동네로 찾아온다

2023년 10월 3일, explained

동네 상권으로 돈 벌기, 당근은 아직 못했지만 카카오는 도전한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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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다시 한번 동네 상권에 도전한다. 관계형 커뮤니티로 지역 상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달 선보이게 될 베타 테스트 버전의 동네 소식 서비스가 그 시작이 될 전망이다. 이용자의 지역에 따라 날씨, 교통 등 동네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지역 상점 페이지로 확장해 로컬 커머스 매출 성장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WHY NOW

카카오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논란과 실패를 중심에 둔다. 그 이유는 카카오가 그만큼 영리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영리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성장했고, 그래서 카카오의 실패는 거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카카오의 실패는 우리의 피해다. 이번에 카카오가 선택한 미래 성장의 키워드가 바로 ‘우리 동네’다. 작고 헐했던 우리 동네의 가게들이 빅테크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우리 동네 라이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움직임이다.

당근으로는 돈을 못 벌지만

우리 동네로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당근’이다. 누적 가입자 수 3천5백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s)는 천8백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 돈을 못 번다. 2015년 창립 이후 흑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매출은 499억 원이었고 영업손실은 565억 원이었다. 이유는 당근이 기업 정체성을 중고 거래 앱이 아닌, ‘로컬 커뮤니티’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당근은 중고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매출의 99퍼센트 이상이 광고 수익이다. 대부분 동네 소상공인들이 당근 앱 내에서 광고를 집행한 돈이다.

로컬 커뮤니티 말고, 로컬 커머스

당근은 지금 5년째 두 가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동네 상권이 돈이 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조간신문에 끼워 왔던 전단지가 지역 상권의 소통 수단이었다. 하이퍼 마켓에서는 대파를 할인 판매하고 영호 정육점에서는 한우 국거리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단지에 담겨 매일 아침 배달되었다. 하지만 2023년, 우리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본다. 중고 거래를 매개로 동네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당근은 이 전단지 시장을 흡수했다. 그게 495억 원이다. 그런데 이 금액은 한 기업이 흑자를 내기에는 부족하다. 역설적이게도, 당근은 동네 상권으로는 아직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사실까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가 로컬 커머스에 진출한다. 손해 볼 장사라고 생각했다면 없었을 시도다.

카카오 미용실의 폐업 사례

카카오의 ‘우리 동네 진출’은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의 520억 원짜리 아픈 손가락, ‘카카오 미용실’은 동네 상권을 플랫폼이 흡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만한 시도였다. 그러나 곧장 동네 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2021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 침해 사업은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다짐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미 확보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동네 상권에서 힘을 쓰고자 하는 것이 기존의 사업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동네 상권을 이용자들의 친구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친구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과 인연을 맺게 되는 순간은 카카오톡 앱을 설치하는 바로 그때다. ‘친구’와의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그래서 카카오의 경쟁력은 앱 하단 맨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이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는 친구 탭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daily Active Users)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3천만 명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6퍼센트 성장한 수치다. 카카오는 이 친구 탭에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배치할 계획이다. 일단은 정보를 뿌린다. 날씨와 교통, 부동산 시세 등 우리 동네의 지역성이 중요한 정보들이다. 하지만 역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가 강조한 것은 지역 상권이었다.

카카오의 큰 그림

쿠팡에서 양파가 얼만지는 앉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동네 마트에서 얼만지는 가봐야 안다. 카카오톡으로 하이퍼 마트의, 영호 정육점의 특가 상품을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소비 생활은 변화할 수 있을까. 곧 알게 된다. 친구 탭에 등장할 동네 소식 서비스가 이런 정보를 흡수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로컬 파트너 확보에 있어 이미 큰 그림은 그리고 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우리동네단골시장’이 있다. 동네 시장을 중심으로 카카오 친구 탭 상단에서 세 번째 영역에 자리 잡은 ‘톡채널’ 운영을 지원한다. 디지털 교육과 300만 원 상당의 채널 메시지 비용, 채널 활성화 목적의 홍보 지원금 300만 원 등이 제공된다. 동네 시장을 중심으로 작은 가게들을 톡채널에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전단지 대신 당근 대신 톡채널

동네 김밥집 입장에서 지금까지 카카오보다는 당근이 더 매력적이었다. 걸어올 수 없는 거리의 손님은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로컬 서비스 출시와 함께 카카오가 이용자의 지역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면 카카오의 매력도가 올라간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파트너들에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톡채널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잘 심어주겠다”고 컨퍼런스 콜에서 밝혔다.

친구가, 단골이 되는 경험

그렇다면 소비자는 우리 동네 가게들을 친구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미지수다. 팬데믹 기간에 배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빠르게 배달하는 시스템이 공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시스템은 남았고, 우리는 익숙해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열 곳 중 한 곳의 상가 건물이 비어있다. 특히 영등포역 주변과 같은 소매 유통 상권의 상황이 심각하다. 옷이든 기저귀든, 쿠팡으로 사면 내일 새벽에 문 앞까지 배달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쉬이 납득이 간다. 다만 떠오른 상권은 ‘경험 소비’의 트렌드를 만들어 낸 곳이다. 서울에서 청년층 유동 인구가 가장 크게 늘어나는 지역인 성수동이 대표적이다. 결국, 성수동 밋보어 카페는 줄 수 없는 경험을 줄 때 우리 동네의 작은 카페는 우리의 카카오톡에서 추방되지 않고 친구로 남을 수 있다. 가장 먼저 꼽아볼 수 있는 경험은 아마도 ‘단골’의 경험일 것이다.

IT MATTERS

실패하지 않는 시대다. 점심 한 끼를 먹어도 리뷰와 별점으로 검증된 곳을 찾아가는 요즘, 동네의 작은 가게가 플랫폼의 힘 없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공상일 수도 있다. 결국 당근이든 카카오든 동네 상권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이미 자리 잡은 당근을 카카오가 밀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카카오의 톡채널 서비스는 당근의 ‘비즈프로필’ 서비스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당근은 지역 커뮤니티를 다시 의미 있게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고자 한다. 카카오는 이용자를 지역 중심으로 묶어내 로컬 커머스 시장을 손에 넣고자 한다. 여기에 MY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네이버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삼파전이다. 체급은 좀 다르지만, 의미 있는 대결이 될 것이다.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우리 동네’를 세일즈하게 됨에 따라 우리들의 동네는 재발견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그 가게들이 써나가는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도보마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로컬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던져 놓은 과시의 충격과 팬데믹의 고립 이후, 당연한 사회적 욕구가 재발견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도보마포가 발견한 동네의 가치를 부디, 플랫폼 기업들이 소홀히 하지는 말았으면 하고 바라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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