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에 빠진 맥도날드

2023년 12월 13일, explained

불안한 혁신이 미래를 만든다. 반면 코스맥스는 맥도날드의 편안한 과거다.

맥도날드가 일리노이주 볼링브룩에 최근 코스맥스를 오픈했다. 지난 주말에 공개된 드라이브 스루 전용 매장에는 무려 6시간에 달하는 대기가 생겼다. 사진: Scott Olson, Getty Images
NOW THIS

맥도날드가 새로운 스핀오프 브랜드를 발표했다. 음료 브랜드 ‘코스맥스(CosMc’s)’다. 맥도날드 본사가 위치한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45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볼링브룩에 문을 열었다. 고객이 취향대로 다양한 재료를 추가할 수 있는 커피와 슬러시, 에그맥머핀을 비롯한 샌드위치와 프레첼, 브라우니를 판매한다.

WHY NOW

코스맥스는 스타벅스를 이기려는 시도가 아니다. 타사를 이기려는 경쟁적인 전략이라기보다는 맥도날드를 유지하기 위한 브랜딩 전략에 가깝다. 맥도날드가 택한 브랜딩은 ‘과거’다.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결정된 과거로 돌아가자는 제안이다. 과거는 편안하다. 그런데 충분하지는 않다. 위기에 대한 답은 사실 과거에 없다.

투자자의 날

지난 12월 6일, 투자자의 날에 맥도날드는 2027년까지 5만 개의 매장을 개장하고, 로열티 프로그램을 확대해 1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야심 찬 계획이었지만 주가에는 변동이 없었다. 맥도날드는 원래 확장에 약하다. 신규 매장이 기존 매장의 고객을 빼앗아 가고, 가맹점의 수익이 하락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확장 계획 외에도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가 필요했다. 맥도날드의 이미지를 쇄신할 도구도 필요했다. 코스맥스가 그 짐을 졌다.

작은 레스토랑

맥도날드는 코스맥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맥도날드의 모든 DNA를 갖고 있지만 고유한 개성을 지닌” 작은 레스토랑. 코스맥스는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빨간색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맥도날드에 뿌리를 둔다. 코스맥(CosMc)은 빈티지한 맥도날드의 마스코트로, 맥도날드 음식을 갈망해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맥도날드 광고에 등장했다. 외계인이 하는 식당인 만큼, 메뉴도 초자연적이다. ‘사워 체리 에너지 슬러시’, ‘트로피칼 스파이스에이드’와 같은 메뉴를 판다. 고객은 에너지 부스터, 비타민C샷, 시럽, 보바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음료 사업

맥도날드가 음료를 팔려고 했던 역사는 유구하다. 1993년 론칭한 맥카페가 대표적이다. 모던함과 효율성을 내세운 맥카페는 아늑한 분위기와 빠른 서비스, 맛있는 제품을 결합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만큼의 문화가 되지는 못했다. 스타벅스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품이었지만 맥카페의 컵은 그 정도의 힘을 가지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맥카페는 맥도날드답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광대와 외계인, 보라색 괴물 캐릭터가 모여 생일을 축하해 주고, 행복한 식사(Happy Meal)를 위해 장난감을 주는 브랜드다. 모던한 갈색의 컵은 그런 맥도날드와는 거리가 있었다. 맥도날드는 마진이 80퍼센트에 달하는 음료 사업을 ‘맥도날드답게’ 해나가야 했다.

맥도날드다움

맥도날드가 찾은 새로운 맥도날드다움은 과거에 있었다. 맥도날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억의 마스코트를 브랜딩 방법으로 삼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 12일, 52번째 생일을 맞은 마스코트인 그라이머스를 소재로 한 메뉴를 출시했다. ‘그라이머스 버스데이 밀(Grimace Birthday Meal)’에는 그라이머스의 상징적인 보라색을 담은 쉐이크가 제공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벤트가 진행된 여름 시즌 동안 ‘그라이머스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29개 주에서 구글 검색어 트렌드 1위를 차지했다. 틱톡에서는 #GrimaceShake가 트렌드가 됐다. 보라색 마스코트의 영향력에 힘입어 맥도날드는 여름 분기 순 매출을 14퍼센트 끌어올렸다. 순이익은 23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인 11억 9000만 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Z세대

맥도날드의 고객 경험 책임자인 타리크 하산(Tariq Hassan)은 성명을 통해 “맥도날드의 모든 팬들은 어린 시절, 맥도날드에서 맞은 생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는 Z세대에게는 더욱 강력한 무기다. 글로벌웹인덱스(GWI)의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70퍼센트는 과거가 단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노스탤지어 소비를 즐겼다.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에서 벗어나는 방법론으로서 노스탤지아에 빠지기를 택하는 셈이다. 빠른 행복을 전한다는 패스트푸드의 목적과도 잘 맞는다. 맥도날드의 역사 역시 Z세대에게는 소비하고 싶은 힙이 된다. 빈티지 소품 가게에는 1990년대의 해피밀 장난감이 판매되고, ‘맥도날드 빈티지’는 핀터레스트의 인기 검색어다. Z세대에게 맥도날드는 오래됐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다.

방법론이 된 노스탤지어

맥도날드만 이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노스탤지어는 마케팅의 주요한 방법론이 됐다. 특히 식품 대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펩시는 2023년, 1990년대의 로고를 닮은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마운틴듀는 밥 로스가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해 내보냈다. 우리나라의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롯데리아 역시 사라진 메뉴인 라이스버거를 7년 만에 재출시했다.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브랜드의 레거시를 강조할 수 있다. 그 브랜드와 소비자층이 과거에 가졌던 연결 관계를 반복하며, 과거를 계속해 되살린다. 소비자는 편안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브랜드는 그 편안함에 자사의 미래 이미지를 맡겨 둔다.

두려운 미래

왜 수많은 기업은 노스탤지어에 빠지게 됐을까. ‘좋은’ 이미지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식품 기업의 ESG 리스크를 분석하는 ‘콜러 페어 이니셔티브(Coller FAIRR Initiative)’는 유명 공장식 축수산 기업 60곳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10곳 중 여섯 곳은 산림이 파괴될 위기가 있는 지역에서 가축 사료로 쓰일 콩을 재배했다. 맥도날드와 네슬레와 같이, 산림 벌채를 하지 않겠다 약속했던 다국적 기업도 이러한 축산 기업으로부터 고기를 공급받고 있었다. 패스트푸드 자체에 대한 인식 저하도 하나의 위험 요소다. 위고비와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가장 뜨거운 화두로 올라서는 시대다. 패스트푸드 산업이 과거와 같은 안락한 영광을 누리기는 어려워진다. 지금의 맥도날드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히 재무제표상의 위기만은 아니다. 미래를 맞고 싶지 않은 건 Z세대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도, 네슬레도, 펩시도 어쩌면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IT MATTERS

과거에 대한 동경을 뜻하는 노스탤지어가 기업의 미래 이미지를 책임지는 건 역설처럼 보인다. 기업은 꾸준히 새로워져야 한다. 맥도날드도 그런 때가 있었다. 직원이 아닌 손님이 계산하도록 해 인건비를 줄이고, 분업 시스템을 도입해 30초 만에 나오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 혁신이 있어 지금 맥도날드의 이미지가 완성될 수 있었다. 코스맥스에서는 그런 새로운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발굴되는 과거 바깥의 새로운 이미지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코스맥과 그라이머스가 맥도날드의 미래를 계속해 책임질 수 없다. 쪼아 먹히는 과거는 언젠가 소진된다. 새로운 맥도날드다움이 필요한 때다. 지난 9월, 코카콜라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만든 한정판 음료인 Y3000을 출시했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 낸, 미래에서 온 음료라고 설명했다. 혹평을 받았지만, 모두가 코카콜라의 미래를 궁금해했다. 편안한 노스탤지어는 편안한 결과만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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