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하다
13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다시 냅스터를 기억한다

레드 카펫 위에 할리우드 배우와 한국인 감독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고,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가 주연을 맡았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를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세계가 한국의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의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05조 원을 넘어섰다. 세계 7위 규모다.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Vivendi)의 CEO 아르노 드 퓌퐁텐느의 말처럼 ‘19세기가 황금, 20세기가 오일 러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콘텐츠를 향한 골드러시 시대’다. 한국이 21세기의 골드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보일 플랫폼이 없다. 자연히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고 점차 종속되어 간다. 만약 한국이 콘텐츠 제작(A)부터 유통(Z)까지 모두 다루게 된다면, 세계 콘텐츠 시장 제패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혁신 과정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넷플릭스는 당대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빅데이터를 철저히 활용했다. 오픈 API를 채택해 이용 가능한 디바이스 수를 1500여 개로 늘렸고, 기업 기밀을 외부에 공개하면서까지 영화 추천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였다. 넷플릭스 성공의 기저에는 첨단 기술이 자리하지만, 그러한 기술 혁신을 이끈 결정적 동인은 ‘이용자 중심의 사고’였다. 정부의 보호 아래 공급자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한국 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가 영화 〈옥자〉의 상영 방식을 두고 벌인 분쟁을 들여다보면 국내 콘텐츠 업계의 현주소가 보인다. 영화 배급을 장악하고 독점 상영으로 이익을 취하는 대형 극장에게 ‘감히’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상영하자는 제안은 하극상에 가깝다. 넷플릭스의 원칙은 간단하다. 무엇이 이용자에게 더 이로운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가 상영을 거부하면서 현재 <옥자>는 단관 극장이나 예술 영화관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당장은 멀티플렉스의 승리로 보이지만 소비자는 결국 더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택한다.

1999년 세계 최초의 MP3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가 등장하자 미국 음반 업계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그해 12월 미국 음반산업협회는 냅스터에 소송을 제기했고, 2001년 냅스터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음반의 디지털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냅스터의 실험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옥자〉를 보기 위해 기차표를 예매한 사람이 있다. 누구를 위한 상영 거부였는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기업이 결국 시장을 주도한다. 이것은 경영사에서 반복되어 온 경험칙이다.

박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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