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사회
신념도 병역 거부 사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교뿐 아니라 개인의 신념도 병역 거부 사유로 인정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병무청이 비폭력·평화주의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대체역 편입 신청자의 대체 복무를 허용했다. 해당 신청인이 오랫동안 평화 단체 활동을 이어 온 점과 주위의 평가를 반영했다.

핵심 요약: 양심적 병역 거부의 범위가 확대됐다. 종교 외에도 더 많은 양심적 판단이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병무청 결정에 대해 높아진 인권 의식이 반영됐다는 환영의 입장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입장이 엇갈린다.

질문: 개인의 신념을 대체 복무의 사유로 인정하는 결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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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거부할 권리: 대체 복무는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하지 않고, 공공 기관 등에서 병역 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 우리나라에서 대체 복무제 도입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해 대법원이 대체 복무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면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다. 이전까지 모든 병역 거부자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 복무 형태 및 기간에 대한 논쟁 끝에, 대체 복무자를 구치소 등 교정 시설에서 3년 동안 합숙 근무하도록 하는 법안이 2019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10월 63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소수자, 다양성 보호해야: 그동안 대체 복무 사유의 확대를 주장해 온 사람들은 이번 결정을 높아진 인권 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환영하고 있다.
  • 현재까지 대체 복무가 허용된 942명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비종교 신념이 병역 거부 사유로 받아들여진 건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개인 신념을 근거로 대체 복무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념을 사유로 대체 복무를 신청한 8명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병무청의 이번 결정으로 대체 복무 사유로 인정되는 범위가 윤리, 도덕, 철학 등으로 확대됐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교와 사상의 측면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헌법적 취지에 맞게 심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방의 의무가 평화를 막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병무청 결정이 형평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 비폭력, 평화와 같은 모호한 가치를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보고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군 복무를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 저출생으로 현역으로 입대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체 복무자가 늘면 그만큼 병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모종화 병무청장은 “2032년부터는 필요한 현역 인원보다 병역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월 4일 사회
손과 표정으로 전하는 말
문화재청이 3일 제1회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 1963년에 제작된 수어 교재 《수화》를 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농인들이 자주 쓰는 수어를 모아 한글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와 희귀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심 요약: 수어는 2016년 우리나라 정식 언어로 인정받았다. 코로나19 재난 방송으로 수어에 대한 국민 인식은 높아졌지만, 농인들의 실제 사용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수어가 언어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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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경제, 사회
지갑 속 인물이 말하는 것들
미국의 20달러짜리 지폐 속 인물이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로 바뀐다. 백악관은 19세기 노예 해방에 헌신한 해리엇 터브먼의 초상을 20달러 지폐 앞면에 넣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노예제를 옹호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핵심 요약: 지폐는 국가의 철학을 상징한다. 매일 쓰는 사람들이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물건이다. 백악관은 “지폐가 우리의 역사와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의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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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사회
결혼해야 가족인가요
비혼 1인 가구와 동거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성가족부는 25일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의 정의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가족 구성을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핵심 요약: 결혼과 혈연이 아닌 친밀성과 돌봄에 바탕을 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하는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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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사회
2021년 아닌가요?
‘남편이 갈아입을 속옷을 잘 정리해 둡니다’. 서울시가 임신 말기 여성이 해야 할 일을 안내한다며 만든 사이트가 비난을 받고 있다. 밑반찬 챙기기, 설거지하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대와 맞지 않는 성 인지 감수성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핵심 요약: 최근 보건복지부가 만든 홍보 영상에서도 여성이 짧은 교복 치마나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의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정부에서 반복되는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평등한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
비혼 장려 매뉴얼: 서울시는 2019년 임신·출산 정보 센터 웹 페이지에서 임신 말기 여성이 점검해야 할 사항으로 가족을 위한 집안일을 꼽았다가 출산 정보 제공 사이트가 아니라 비혼 장려 사이트라는 비난을 받았다.
  • 센터는 임신 35주 여성에게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를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 두고,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을 버린 뒤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준비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안내했다.
  • ‘결혼 전 입던 옷이나 출산 후에 입고 싶은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라’는 설명도 있었다. SNS를 중심으로 임신 여성에게 돌봄과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여성의 건강과 상관없는 내용을 출산 정보로 제공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만든 육아 정보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2013년에 복지부가 만든 콘텐츠와 같은 내용이었다. 성차별적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베낀 것이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했다.

여성이 사라진 정책: 정부가 홍보물을 통해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책 수립, 집행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근본적 원인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 보건복지부의 ‘집콕’ 홍보 댄스 영상에서 여성은 짧은 치마 교복을 입은 학생, 앞치마를 두른 주부로만 등장한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만든 홍보물에서는 성차별적 표현이 500여 건 확인됐다. 거의 모든 상사를 남성으로, 부하 직원은 여성으로 표현했다.
  • 여성가족부가 만든 2020년 성별 영향 평가 지침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홍보물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등장하는 인물의 성비, 왜곡된 성 역할 표현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 정부를 이끄는 고위직의 성 다양성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중 여성은 122명으로 전체의 7.9퍼센트에 불과하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성별이 불균형한 조직에서 전체 구성원이 편견과 고정 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2021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취임하면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렸다.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고 답했다. 양성평등은 이제 특별한 철학이 아니라 당연한 원칙이다. 2021년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의 구성과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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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9일 사회
영화 미나리의 국적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주한 한인 가족을 다룬 영화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가 만들었지만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본상인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됐다. 인종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핵심 요약: 영화계 종사자들은 앞서 영어 비중이 더 낮은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골든 글로브가 ‘고무줄 기준’을 적용한다고 지적한다. 또 영어 대사만으로 미국 영화 여부를 가르는 낡은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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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정치, 사회
백악관에 핀 무지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상원의 인준을 거쳐 최종 임명되면 미국 최초의 성 소수자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핵심 요약: 부티지지는 사우스벤드 시장 재임 중이던 2015년 “내 머리가 갈색인 것처럼 성적 지향은 나의 일부”라며 커밍아웃을 했다. 부티지지를 비롯해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힌 정치인들이 미국 정계에서 약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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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일 경제, 사회
다양하지 않을 거면 빠지세요
미국 주식 시장 나스닥이 상장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나스닥은 1일 상장 기업이 여성과 소수자를 각각 한 명씩 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안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양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될 수 있다.

핵심 요약: 나스닥은 기업의 인적 다양성이 혁신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핵심 지표라고 봤다.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도 늘고 있다. 다양성 추구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나스닥의 새로운 규칙: 나스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 거래소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기업 3000여 곳이 상장돼 있다. 나스닥의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앞으로 이사진의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은 이곳에 상장할 수 없다.
  • 나스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내년부터 새 다양성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상장 기업들은 이사진 중 최소한 한 명을 여성으로 하고, 한 명은 성 소수자 또는 소수 인종으로 선임해야 한다. 성 소수자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이른바 ‘LGBTQ’를 뜻한다. 소수 인종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을 말한다.
  • 상장 기업은 1년 이내에 이사진의 다양성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어렵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방침을 어기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현재 나스닥 상장 기업 4분의 3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다수가 성 소수자, 소수 인종을 임원으로 발탁하지 못해서다.
  • 이번 가이드라인은 포용적 성장을 지지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기업 재무 성과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 정도를 보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생존을 위한 다양성: 다양성 추구는 단순히 사회 공헌의 수단이 아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8개국 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인종과 연령이 가장 다양한 기업의 혁신성이 다른 기업보다 19퍼센트 높았다. 이사회 성별이 다양한 기업은 남성 비중이 큰 기업들보다 영업 이익이 21퍼센트 높다는 분석도 있다.
  • 다양성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기업 임원 3명 중 1명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선임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부터 다양성이 부족한 기업의 상장을 돕지 않겠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8월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여성을 등기 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상장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4.5퍼센트에 불과하다. 상장 기업 10곳 중 6곳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혁신을 위한 큰 그림: 넬슨 그릭스 나스닥 사장은 다양성을 “혁신과 성장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표현했다. 구성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의 다양성 의무화가 ‘뉴노멀’이 되어 가는 이유다.

관련 주제 읽기: 다양성 이사회
2020년 11월 17일 사회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저널리즘
미국의 탐사 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발달 장애가 있는 독자를 위해 텍스트 실험을 펼치고 있다. 기존 기사보다 더 쉬운 단어를 쓰고, 짧은 문장과 명확한 구조를 갖춰 뉴스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핵심 요약: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가 디지털 점자 기사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기사 내용을 쉬운 언어로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쉬운 언어 번역을 맡은 베카 몬테레온 교수는 “쉬운 말로 적으면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로퍼블리카의 실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탐사 보도로 유명한 미국의 비영리 언론사다.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6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발달 장애 정책에 관한 탐사 보도 기사를 발행했다. 그런데 기사 형식이 기존과 달랐다.
  • 애리조나주는 발달 장애인이 시설 대신 가족과 지역 사회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훌륭한 정책이지만 재정 악화로 정부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 프로퍼블리카는 애리조나 지역지와 함께 이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
  • 이 프로젝트에는 발달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고, 설문지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기사가 기존 방식대로 발행되면 참여자들이 기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 프로퍼블리카는 기사를 여러 버전으로 냈다. 평소 해오던 대로 영어 기사를 내보냈고, 더 많이 읽히기 위해 스페인어 번역본도 냈다. 그리고 발달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텍스트 버전, 이해하기 쉬운 오디오 버전도 제작했다.

쉬운 말로 번역하다: 프로퍼블리카 기사의 중심에는 발달 장애인들이 있었다. 주인공들이 당연히 기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쉽고 친근한 언어로 ‘번역’했다.
  • 쉬운 언어 번역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문장을 짧게 쓰고, 전문 용어를 없애고, 목록은 글머리 기호로 바꾸고, 시간순으로 적고,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의 역할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 기존 방식의 기사는 이렇다. “카이라 웨이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이다. 11살인 이 아이는 도로 여행과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를 좋아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선호하는 음식은 국수와 쌀이다.”
  • 위 기사가 쉬운 언어 버전에서는 이렇게 바뀐다. “카이라 웨이드는 11살이다. 그녀는 좋아한다: △분홍색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 △웃는 사람을 보는 것 △국수와 쌀.”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에서 쉬운 언어 번역은 털리도대학교에서 장애를 연구하는 베카 몬테레온 교수가 맡았다. 몬테레온 교수는 이제까지 지적 장애, 발달 장애에 관한 글들이 그들과 ‘함께’ 쓰이거나, 그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이해를 못하니 내가 대신 결정하겠다’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몬테레온 교수는 “쉬운 말로 적으면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20년 10월 28일 사회
미국 첫 흑인 추기경 탄생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추기경이 탄생했다. 지난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윌턴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 등 13명을 새 추기경에 임명했다. 이들은 다음 달 28일 정식 추기경에 오른다.

핵심 요약: 윌턴 그레고리 대주교는 인종 갈등 해결과 흑인 인권 보호에 앞장선 인물이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 차별 시위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이번 임명이 보수적인 가톨릭계를 넘어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진보와 개혁을 외치다: 윌턴 그레고리 대주교는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가톨릭 성직자다. 인종 차별, 교회 내 성폭력, 동성애자 포용, 기후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 시카고 빈민가에서 자란 그레고리 대주교는 극심한 인종 차별을 딛고 사제가 됐다. 1973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2019년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워싱턴 대교구의 최초 흑인 대주교로 임명됐다. 그는 교회가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는 예배 건물들의 문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 먼저 교회 안에서 일어난 학대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2002년 보스턴 사제 성폭력 사건 당시 그레고리 대주교는 아동 성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고,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담은 헌장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가톨릭교회가 금기로 여겼던 동성애자 교인을 포용하는 데도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기후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미등록 이민자를 위한 이민제 개혁안을 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는 “인종 차별 바이러스가 여전하다”며 인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인권적 행보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가 지지층을 겨냥해 교회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를 준비하고, 가는 길에 평화 시위를 하던 시민들에게 최루탄을 쏘자 “가톨릭 시설이 종교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오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다양성을 품는 종교: 대대적인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첫 흑인 추기경 임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성직자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질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번 임명으로 전 세계 추기경 수는 232명이 된다.
  • 미국 가톨릭계에는 흑인의 대표성이 부족하다. 사제 3만 7000명 중 흑인은 250명뿐이다. 흑인 사제들은 힘 있는 직책을 받을 수 없었다. 가톨릭계에도 인종 차별이 여전한 만큼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그레고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종교는 정치와 분리돼 있지만 실제로 정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법으로 꼽히는 민권법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과 종교, 성별 등에 근거해 고용주가 직원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마틴 루터킹 목사의 비폭력 흑인 민권 운동에서 시작됐다. 이번 임명도 종교계를 넘어 미국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서로 다른 변화의 바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지지했다. 지난 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국무원 차관에 여성을 임명했다. 미국 종교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시작된 진보의 바람이 불지만, 법조계는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 상원을 통과했다. 연방대법관의 이념적 지형은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됐다. 종교와 법은 사회의 이념과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갈래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음이 미국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