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누구의 것일까

2024년 4월 30일, explained

캐나다의 페이스북이 밈과 신뢰할 수 없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뉴스 쇼케이스’의 영국판 메인 화면. 사진: 구글
NOW THIS

캐나다 페이스북에서 정치 관련 이미지, 밈(meme)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하루 최대 300만 건으로 지난해 8월 이전과 비교해서 3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처를 신뢰할 수 없는 게시물에 대한 반응도 3배 이상 증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페이스북이 캐나다에서 뉴스 링크 공유 서비스를 중단한 뒤 벌어진 일이다.

WHY NOW

뉴스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소식’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전달한다. 사실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도 뉴스는 ‘사건의 사실적 보고’로 간주되며, 단순한 사실의 전달은 저작물로서 보호받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뉴스를 대하는 태도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사실을 확인할 때 우리는 언론사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사건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 분석 또는 평가를 포함한다면 어떤 언론사의 기사인지가 중요해진다. 특정 형식이나 스타일을 갖춘 뉴스 콘텐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읽어도, 어떻게 알게 되어도 상관없는 뉴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내 밥그릇은 어디 갔을까

지난 2023년, 캐나다 의회는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이 뉴스 콘텐츠를 게시하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한 매체에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한다. 법이 겨냥한 것은 페이스북과 메타였다. 캐나다 매체들은 이들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해 온라인 광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다고 주장했다. 우리 밥그릇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이 법에 따라 매체들이 받게 될 사용료는 2억 49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 밥그릇은 필요 없는데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캐나다에서 뉴스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사는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에 기생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믿었지만, 플랫폼에 뉴스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콘텐츠였다. 다만, 구글은 입장을 바꿔 원만한 해결을 택했다. 캐나다 정부에 디지털 뉴스 발전 기금으로 매년 약 73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개별 언론사의 뉴스 사용료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정부에 지급된다. 즉, 구글은 뉴스 사용료 대신 캐나다 정부를 달래는 데에 비용을 쓰기로 했다.

빈 밥그릇엔 불량 식품이

메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피드 중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퍼센트 미만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뉴스 제공 중단 입장을 밀고 나갔다. 캐나다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뉴스 기사 링크를 포함한 게시물을 작성하면 이런 오류 메시지가 뜬다. “캐나다 정부 법률에 따라 뉴스 콘텐츠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여전히 뉴스를 이야기한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와 토론토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500~800만 건에 달했던 페이스북 뉴스 조회 수를 대체한 것은 정치 관련 밈(meme) 이미지였다. 뉴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조롱과 출처 불명의 소식이 들어찼다.

지배자의 책임

구글과 메타의 이러한 대응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다.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뉴스 사용료와 관련된 논쟁이 불거지고 관련 법안이 제정될 때마다 메타는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구글은 반발은 하면서도 어느 정도 협상을 통해 기금 조성이나 사용료 지급에 합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비난의 시선이 꽂힌다.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이면서도 사용료 논쟁 앞에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식으로 ‘공적 공론장’의 역할을 외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논란은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형식적으로 어떠한 언론사와 계약을 맺을지, 어떤 뉴스를 메인에 배치할지 결정할 권한이 없다.

지배권을 빼앗긴 이유

예전에는 뉴스를 언론사가 직접 배달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한 우편 요금을 적용받기도 했고,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여 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는 그럴 수 없었다. 언론사는 콘텐츠의 수용 과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독자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왜 이동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좋은 저널리즘이면 독자가 납득하리라는 착각,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허울뿐인 디지털 전환이 이어졌고, 뉴스는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 상품’이 되지 못했다. 수용자를 제대로 이해했던 것은 플랫폼 업체들이었다. 구글이나 메타, 우리나라의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다.

아쉬운 자는 누구인가
   
플랫폼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미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스페인에서는 저작권법을 근거로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구글이 포털 뉴스 검색에서 모든 스페인 언론사를 빼버렸다.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이 급감했다. 진짜 망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스페인 언론사들은 뉴스 사용료를 포기했다. 수용자가 언론사와 플랫폼 중 무엇을 이용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2023 디지털 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수용자가 직접 언론사 사이트에 접속하여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22퍼센트에 불과하다. 2018년 대비 10퍼센트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새로운 챕터

앞으로도 플랫폼은 각자의 선택을 이어 나갈 것이다. 뉴스에 값을 지불하거나 포기하거나, 그에 따른 결과는 수익이라는 이름으로 각 기업이 감당할 일이다. 그런데 국면이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지난 2024년 3월 20일 프랑스 경쟁당국(Autorité de la concurrence)은 구글에 2억 5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언론사의 콘텐츠를 당사자나 당국에 알리지 않고 사용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해당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일련의 시정 조치를 제안했다. 원만하게 가자는 것이다.

IT MATTERS

구글은 뉴스의 제목과 기사 일부를 노출해 직접 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클릭하면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의 유입이 발생한다. 구글은 이 방식이 ‘공정 이용(fair use)’이라 주장한다. 뉴스 기사의 일부가 노출되긴 하지만, 원출처로 사용자를 유도하여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하고 교육적 가치가 있는 사용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논란과 관련 법 제정, 합의와 포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캘리포니아 저널리즘 보존법’을 제정해 이른바 ‘링크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구글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대는 이제 다음 챕터로 진입했다. 이제 뉴스 콘텐츠를 수용자가 직접 읽지 않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생성형 AI에 관련 소식을 묻거나, 알아서 제공해 주는 브리핑이 뉴스 소비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혹은, AI 사용자가 필요할 때 알아서 이런 뉴스가 있다고 알려 주는 방식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보로서의 뉴스를 팔아 온 언론사는 대체 어떻게 수익을 담보해야 할까. 어디서 어떻게 읽든 상관없는 정보로는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이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 상품으로서 뉴스를 포장할 수 없다면, 매체의 운명을 페이스북과 구글에 의탁하게 된다. 아니, 이제는 챗GPT와 제미나이(Gemini)에 맡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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