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된 소셜 미디어

2024년 2월 13일, explained

스무 살, 페이스북은 더 이상 사회적이지 않다.

2004년 11월, 아직 대학생 커뮤니티였던 페이스북의 화면. 사진: Juana Arias/The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NOW THIS

페이스북이 스무 살 생일을 맞았다. 지난 2월 4일이 꼭 20년 되는 날이었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약 60퍼센트가 페이스북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30억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삼키며 소셜 미디어 업계의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다. 모회사인 메타의 시장 가치는 1조 달러가 넘는다.

WHY NOW

페이스북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제 휴대폰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새삼스러운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플랫폼이고,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전쟁터다. 그러나 분명, 지난 20년간 페이스북은 세계를 바꿨다. 관계 맺고 소통하는 방식은 물론, 저항하고 정치하는 방식까지 송두리째 달라졌다. 문제는 페이스북도 변했다는 점이다. 아니, 소셜 미디어 자체가 변했다. 이제 소셜한 미디어는 없다.

Facemash.com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난 한 학생이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이런저런 게임이나 AI DJ 등을 개발하다 하버드 여학생들의 외모를 1:1로 놓고 평가하는, 일종의 ‘얼평’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학교 서버가 터졌다. 대학 측은 징계 처분을 내렸다. 보안 위반, 저작권 위반,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이 사유였다. 징계뿐만이 아니다. 윤리적인 비난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이 학생은 이 서비스를 비난받지 않고 지속할 방법을 고안해 낸다. 혹은,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정말 구현되었다. 2004년 2월, 페이스북의 탄생이다.

엘리트의 담벼락에서 모두의 네트워크로

처음엔 하버드 학생들만, 그다음엔 아이비리그 학생들만, 그다음엔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교내용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탓에, 혹은 그 덕에 초기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비교적 ‘똑똑한’ 20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입할 만했고 새로웠으며, 무엇보다 혁신적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여다볼 만했다. 2006년 9월, 페이스북은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고 2007년 6월에는 첫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그리고 2012년 5월, 페이스북은 IT 업계 역사상 가장 비싼 기업 가치를 기록하며 주식 시장에 상장한다. 1040억 달러였다.

바꿨다, 모든 것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는 관계 맺기의 방법을 송두리째 바꿨다. 관계의 단단함은 공유한 시간에 비례해 성장하기 마련이다. 물리적으로 개개인의 시간 자원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밀한 관계 형성을 무한정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개인의 관계가 디지털로 번역되면서 직접 만나거나 실시간으로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아도 일상과 취향,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친밀한 관계 형성이 무한히 증식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소통의 방법도 달라졌다. 개인 간의 소통은 일 대 일이다. 영향력이 미미하다. 매스미디어와 개인 간의 소통은 일 대 불특정 다수다. 영향력은 강력하지만, 실제 소통이라 부를 만한 것이 일어날 수 없다. 소셜 미디어는 다르다. 일대 다수의 소통이 실질적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 소통이 영향력을 만들어 낸다. 네트워크다.

#TownSquare

이게 바로 ‘Town Square(마을 광장)’의 힘이다. #Arabspring #MeToo #BlackLivesMatter 그리고 2021년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20세기 초반의 유물처럼, 혹은 책 속에나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여겨졌던 ‘광장 정치’가 해시태그를 타고 그 실체를 드러냈다. 매일의 논쟁이 펼쳐지고 여론이 형성될 적당한 크기의 광장이, 정말 나타난 것이다. 누군가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열광했으며 누군가는 이용했다.

광장의 붕괴

하지만 광장은 점점 커졌다. 연결되고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들어왔던 시대가 끝나고, 광장에 일단 들어와야 얘기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개인들의 네트워크가 사회적 영향력이 되었던 소셜 미디어의 모델은 여기서 끝이 난다. 즉, 사람 사이의 연결이 본질이었으며 이것이 콘텐츠 생산과 소비로 연결되었던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메타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는 그런 트렌드를 미리 읽은 한 수였다. 인스타그램은 ‘바이럴’에 특화된 앱이다. 콘텐츠가 느슨하고 얄팍한 연결을 통해 흐르고, 또 흐른다. 네트워크가 아니라 미디어다. 페이스북도 그룹, 페이지, 뉴스피드 기능 등을 통해 새로운 경향에 접근했다. 이렇게 소셜 미디어가 네트워크의 역할을 잃게 되면 소통의 범위는 축소되고 다시 개인화된다.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의 DM 등이 이 부분을 담당한다.

TikTok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페이스북과 메타 입장에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누구나 모여 있으되 절대 다수가 침묵하게 된 광장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돈이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는 현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를 판매하는 회사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틱톡(TikTok)이다. 이 새로운 소셜 미디어 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독특한 포맷이다.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세로형 동영상이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숏폼’의 창조자라는 정체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틱톡의 진정한 위대함은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인스타그램보다도 더, 틱톡은 네트워크와 상관없는 ‘미디어’다. 네트워크는커녕 소셜하지도 않다. 틱톡도 팔로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틱톡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친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스낵이다. 틱톡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페이스북이 탄생하기 이전의 시대로 우리의 미디어 소비 습관을 돌려놓았다. 모두가 수동적으로 텔레비전 앞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던, 그 시대 말이다.

고령화

어느샌가 페친도, 트친도 내 피드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제 모든 곳에 틱톡이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물론이고, 페이스북이나 X도 내 취향을 간파한 알고리즘의 추천 콘텐츠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새로운 모바일 메인 화면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 페이스북은 건재하다. 그러나 그동안 나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은 이제 중년이다. 십대들은 페이스북을 외면하고 있다. 한때 그곳에 있던 ‘똑똑한’ 20대들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2024년의 새로운 논의는 어디서 이루어지나. 전문가들은 그들이 개인화된 메시지 앱이나 소규모 커뮤니티로 이동했다고 이야기한다. 어디 숨겨져 있는 곳들이 아니다. 레딧이나 트위치 같은, 우리가 익히 아는 서비스다. 플랫폼은 하나지만, 각자의 방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안전한 우리 편끼리 담론이 커진다. 그도 아니면 팔러(parler)와 같이 우리 편을 위한 플랫폼이 생기기도 한다.

IT MATTERS

세계인의 미디어 생활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이제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소셜하지 않다. 그저 미디어일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뉴스와 정보를 소셜 미디어에서 얻지만, 전 세계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피드에서 보는 콘텐츠 중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퍼센트 미만이다. 2024년은 선거의 해다. 스무 살이 된 페이스북은 과연 투표장으로 향할까. 어떤 선택을 할까. 극단적인 정치 메시지와 알고리즘이 골라준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 중 무엇이 더 유해한가.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는 성공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마을 광장은 없고 그 자리엔 TV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진짜 TV와는 달리 규제가 거의 불가능한 TV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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