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4일 경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전 세계를 마비 상태에 빠뜨린 코로나19가 인류의 역사를 좌우할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데믹 사태 이후 국가의 힘이 강화되면서 ‘감시 사회’가 탄생하고, 글로벌 공급 체인 재편으로 국제 경제의 체계도 달라질 것이다.

핵심 요약: 코로나19의 확산 통제를 위해 각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으로 흩어져 있는 생산 시설은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면서 세계 경제의 연결은 약화할 것이다.
통제 vs. 자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힘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느슨한 문화가 엄격한 문화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주도의 긴급 조치가 판데믹 사태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덜 개방적이고, 덜 자유로운 세계가 될 것이라고 썼다.
  • 유발 하라리는 국가의 감시 체계가 개인의 ‘피부 아래(under the skin)’로 침투해 체온이나 혈압 등 생체 정보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슬픔, 기쁨, 분노 같은 감정이 생체 정보와 같은 생물학적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 토머스 프리드먼이 인용한 메릴랜드대 미셸 겔판드 교수의 글은 자유보다 규칙을 중시하는 ‘엄격한’ 국가로 중국,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을 꼽고, 이들 국가가 역사적으로 기근,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의 재앙을 겪으면서 엄격한 제도를 갖추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강력한 제도와 규칙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 스티븐 월트는 코로나19 임시 조치로 정부가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국제 사회의 힘과 영향력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들과 난관에 빠진 미국과 유럽이 대조되면서 ‘서양’이라는 브랜드의 광채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 미국 외교 협회 선임 연구원을 지낸 과학 저널리스트 로리 개럿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빠른 속도로 운송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를 예상했다. 미국 해병대 대장 출신의 존 앨런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은 경제 위기로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 로리 개럿은 생산 설비를 세계 각지에 배치하고, 물류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실시간으로 생산물을 소비지에 배송하는 현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위해 생산 설비를 해외에서 소비 지역으로 옮기고, 재고를 비축해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 존 앨런은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위기에 취약한 노동자가 많은 개발 도상국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체계가 불안해지고 국가 간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 분명한 것은 코로나19가 세계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과학, 공공 기관,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유발 하라리). 개인과 기업의 생존을 위해 관대한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토머스 프리드먼).
2020년 3월 24일 사회
영상 스트리밍이 지구를 달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생산과 소비가 둔화되고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대기 질이 좋아졌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긴 실내 생활이 인터넷 트래픽 폭증으로 이어져 기후 변화에 이롭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핵심 요약: 인터넷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더 시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에 따르면 인터넷 관련 산업은 항공 산업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실내 생활과 인터넷 트래픽: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35개국에서 9억 명이 집에 갇혀 지내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 이탈리아의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는 지난주 이탈리아가 폐쇄됐을 때 유선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넷 트래픽이 70퍼센트 급증했다고 밝혔다. 트래픽 상승의 주요 원인은 포트나이트 같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은 당분간 유럽에서 영상 스트리밍의 품질을 떨어트려 서비스하기로 했다. 유럽 연합(EU)이 인터넷 트래픽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인터넷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기기 제조와 전원 공급, 데이터 센터 운영 등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퍼센트를 차지한다. 항공 산업이 내뿜는 양보다 많다.
  • 인터넷 관련 산업은 연간 17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한국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7억 톤)의 2.4배에 달한다.
  • 웹 서핑에 필요한 에너지는 극히 적다. 문제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다. 세계 인구의 54퍼센트인 41억 명이 인터넷을 쓰고 있다.
  •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방출하는 온실가스는 2025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터넷 트래픽의 주범은 영상 스트리밍이다. 트래픽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영상 스트리밍은 연간 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전 세계 배출량의 1퍼센트에 해당한다.
  • 영상 스트리밍 트래픽의 3분의 1을 포르노가 차지한다. 포르노에서 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벨기에 국가 전체의 1년 배출량보다 많다.
  • 3분의 1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와 여기서 공유되는 유튜브 같은 영상 클립에서 나온다.
  • 나머지 3분의 1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몫이다.

결론: 제조업 부진과 이동 제한으로 도심 오염이 일부 개선됐지만 그사이 인터넷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넷플릭스를 끊을 수 없다면 모바일 네트워크 대신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가급적 작은 화면에서 시청하는 것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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