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비전프로를 통한 공간 컴퓨팅 개념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햅틱 기술은 공간 컴퓨팅 기술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 자체는 모니터의 한계를 깬다는 것에 가깝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모니터가 커졌다는 것, 그리고 우리 주위의 실제 사물까지도 가상의 영역에 가져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질 지점이다. 사람의 손과 몸이 가상의 영역에 함께 있으니 가상 사물과의 인터랙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더 촉각에 대한 니즈를 느낄 것 같다. 실제 사물과 가상 사물을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 촉각이 느껴지지 않으면 사실 같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 방향도 촉각이 필요한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물론 그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터치스크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원래는 물리 버튼이 있지 않았나. 버튼이 직접 눌리고, 촉각도 느껴지니 타이핑하기가 훨씬 편했다. 그러다가 터치스크린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버튼감’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햅틱 기술이 발달했다. 터치스크린을 눌러도 진짜 버튼과 같은 감각을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적당한 햅틱, 적당한 버튼감에 적응해 버렸다. 공간 컴퓨팅 시대도 마찬가지로 흐를 수 있다. 촉각이 없는 세상, 촉각을 느끼지 않는 세상에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촉각 구현 기술이 보편화한 시대도 상상할 수 있겠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감각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것 같은데. 가상으로 촉각을 느끼는 게 당연한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이라 예상하나?
사실 사람이 상상을 잘 못 한다.(웃음) 우리가 가상 세계의 시청각을 당연히 즐기듯, 촉각을 즐기는 게 당연한 시대에서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상상하고, 또 만들어 낼지는 잘 예상하지 못하겠다. 물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햅틱 기술을 기반으로, 또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 같다.
CES 2024에서 새로운 택트글로브(TactGlove) 모델을 공개했다. 미래 계획은 무엇인가.
비햅틱스가 꿈꾸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선명하다.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촉각이 함께 전달되는 모습이다.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더라도, VR 게임만이 아닌 콘솔 게임이나 PC 게임을 하더라도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이 함께 전달되는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두 개의 감각으로 경험하던 가상 세계가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될 수 있다. 가까운 미래고, 또 충분히 큰 시장이다.
글
김혜림 에디터
* 2024년 1월 30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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